성(性)은 감성의 통로이자 삶의 궁지에 몰린 인간의 마지막 출구입니다. 패설은 체면을 중시하던 옛 사람들의 소화제면서 시원스런 배설의 창구 역할을 했지요. 양반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던 민초들에겐 억울함을 날려버리는 ‘한 방의 펀치’였습니다. 활쏘기를 업으로 삼는 한 사내가 낮잠 자는 여인의 음호(陰戶)에 손가락을 넣은 이후 손에서 나는 심한 악취로 인해 생업을 잃게 되었다는 ‘취악폐궁(臭惡廢弓)’ 이야기처럼 쾌락만을 좇는 부도덕한 행위를 비틀고 꼬집기도 했지요.

<오늘 밤 잠자리는 아홉 번이라>

어떤 사람이 아내와 장난치며 말했다.
“오늘 밤 잠자리에서는 아홉 번을 하리다.”
그렇게 약속하고 일을 치르는데, 한 번 나아갔다가 한 번 물러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 “한 번”이라 외치고, 다시 그렇게 한 다음 “한 번”을 외쳤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말했다.
“이게 무슨 숫자란 말이오?”
이렇게 부부가 서로 다툴 즈음이었다. 마침 남편의 친구 몇몇이 닭서리를 하러 그의 집에 몰래 들어왔다가 그 말을 엿들었다. 그러고는 창밖에 서서 여자를 편들었다.
“아주머니의 말씀이 참으로 맞네그려.”
그는 매우 부끄러워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문을 열 수도 없었다. 친구들이 그 집의 닭을 모두 훔쳐가는 동안에도 그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자주색인데 어찌 색깔이 없다 하십니까>

중매를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농담도 잘했다. 그녀는 자신이 중매한 여인네의 집에 가서 말했다.
“신랑이 매우 아름답고 음률에도 밝아요. 게다가 허리춤에 지니고 다니는 옥피리는 천하의 지극한 보배이지요. 신랑은 이를 매우 사랑하여 잠시도 몸에서 떨어뜨리지 않는답니다. 혼행길에도 당연히 지니고 올 것이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서 한 번 보자고 청해보십시오.”
중매인은 돌아와서 신랑에게도 말했다.
“신붓집에 가면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반드시 옥피리를 보자고 할 것입니다. 옥피리란 성기를 말하는 것이랍니다. 당신이 만약 부끄러워 보여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당신의 졸렬함을 비웃을 것입니다. 이 사실을 잊지 마세요.”
어리석은 신랑은 그 말을 믿었다.
혼례를 행한 다음 날, 신랑이 장모와 친척들이 둘러앉아 있는 곳으로 찾아가 인사하자 장모가 물었다.
“자네에게 옥피리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람들 앞에서 한 번 그 빛남을 자랑해보게.”
사위는 마침내 바지를 벗더니 벌거벗고 서서 자신의 양물을 내보였다. 그러자 장모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이고 무색해라, 무색해!”
그러자 신랑이 말했다.
“자주색이온데 어찌 색깔이 없다고 말씀하십니까?”

-『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문학동네, 2010)에서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