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궁합 맞는 직장


직장인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당신이라면 무엇이라고 답을 하겠는가? 딱히 뭐라 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성장과 발전을 경험했다. 그런데 우리 국민 대대수는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OECD 36개국 중 27위로 나타났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마이더스 아이티라는 회사는 입사경쟁률이 500;1이나 된다. 건설, 기계공학 분야 소프트웨어 업체인 이 회사는 스펙, 징벌, 상대평가, 정년이 없는 파격적인 4무(無)정책으로 유명하다. <회사의 성공비결은 직원행복에 있다>는 경영철학이 때문이다. 최고경영자는 <자연주의 인본경영>이란 철학으로 직원행복을 최우선 한다. 아울러 인생 목적은 행복이며 경영 목적도 반듯이 사람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논산에 있는 대정요양병원은 태생부터가 남다르다. 100% 기부자들에 의해 세워진 한국 최초 요양병원이다.  환자 중심의 병원설계로 모든 병실이 남향이다. 이 병원의 슬로건은 “부모님 손발이 되겠습니다!” 다. 직원도 행복하고 환자도 행복하고 <따뜻한 병원 만들기>가  초점이다.  이 병원엔 3무(無)라는 게 있다. 즉 욕창이 없고 여하한 경우도 결박이 없으며 권위도 없다. 대신 5유(有)가 있다. 밝은 미소 인사, 칭찬문화, 사랑과 봉사 정신, 1;1 맞춤 서비스, 통합 케어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로버트 레버링 박사는 ‘일하기 좋은 일터(GWP)’를 연구했다. 1980년대 초 미국의 경제 불황 속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기업 특징을 찾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신뢰경영지수>를  개발해   98년부터 포츈 지와 공동으로 일하기 좋은 100개 기업을 발표해오고 있다. 그는  GWP의 3요소로 신뢰(Trust), 자부심(Pride), 재미(Fun) 등을 들고 있다. 즉 ▪ 조직 상하관계는 신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업무는 자부심으로 실행한다. ▪ 동료와 즐겁게 재미있게  일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직장인 행복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직장에서 행복이란 전반적으로 평가했을 때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직장에서 긍정정서를 가지고 있으며 직장생활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상태이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성원과 일터가 궁합(?)이 맞아야 한다. 구성원은 일에 마음과 의미를, 일터는 구성원에게 정서적 공감대를 주어야 한다. 결국 직장인인 행복은 그냥 오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코칭업계에 거장(?)  한 사람이 있다.  언젠가 한 모임에  그 거장이 <비로소>라는 시를 읊었다. 내용인즉 이렇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쳤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고은의 <비로소> 라는 시다. 이 시를 듣고 많은 것을 느꼈다. 그중에서도 “필자의 사고 스펙트럼이 무척 좁구나!” 라는 것이었다. 평생 앞만 보고 산 자신이 무척 작아보였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대개 전문적으로 한 분야만 파고드는 사람은 아집이 강하다. 자신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쌍안경,  망원경, 백미러,  사이드 미러,  현미경  등등.

오늘 당신이 직장을 보는 안경은 어떤 안경인가? 혹시 현미경이라면 꼭 그것이 직장을 보는 안경은 아닐 수도 있다. 안경을 제대로 골라 쓰면 < 직장 = 행복 > 라는 행복공식이 보일 것이다. 이 행복공식을 일터가 풀어 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당신이 풀어가 보면 어떨까?  직장생활의 행복은 곧 삶의 행복과 직결된다!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전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