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내 그늘을 만들었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그늘을 키웠습니다 

아프게 만든다는 이유로
그늘을 지웠습니다

외롭다는 이유로
그늘을 그리워합니다

이젠 타인의 그늘이 되고 싶습니다

실낙원

낮술처럼 달콤한 오수의 한가운데, 꿈속에서 어떤 여인을 품었어요 내 입술이 그의 잘 여문 입술을 덮었고 내 손은 더듬이를 뻗어 그의 차진 음부를 탐했지요 천상의 화원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거쳐 안개 자옥한 깊은 호수까지 거칠 것 없이 노닐었어요 그가 토해내는 즐거운 탄성은 오르간 반주를 타고 장엄한 성가곡으로 변주되고 있었어요 성역이 어디 따로 있을까요 쿵짝만 맞으면 뭐든지 가능한 세상인 걸요 고무된 내 정자들이 일제히 환호했어요 나아가라 오르가슴의 신전 그 꼭대기를 향해… 쾌락이 쾌락을 잉태하고 다시 분신을 낳는 열락의 강이 발치 앞에서 뜨겁게 넘실거렸어요 이젠 환희의 이중창으로 신의 은총에 화답하는 일만 남았어요 근데요 하늘도 무심하지 그 평화로운 오르간 반주가 갑자기 뚝 그치니 어찌된 일인가요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건지 찬 물을 끼얹는 건지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허망한 우리의 사랑은 복음으로 승화되지 못한 채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신이여 이미 내 영육을 저당잡고 있으면서 무엇이 못 마땅해 당신의 피조물을 낙원에서 내치는 건가요 내 아무리 발칙하기로서니 인간의 발칙한 피조물인 핸드폰 벨 소리를, 그것도 하필 이 결정적 순간에 울리게 하는 건가요  

지상의 한 남자가 날개를 꺾인 채 퍼덕이고 있습니다

- 졸시 (문학무크『시에티카』제6호, 2012)







▲ Sarah Brightman - Symphony in Vienna(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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