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제플린과 함께 헤비 메탈의 양대 산맥을 형성했던 그룹이 있지요. 딥 퍼플(Deep Purple). 1968년 결성 이후 많은 멤버들이 거쳐가면서 음악 역사를 썼던 ‘록 스타의 사관학교’였습니다. 레드 제플린의 매력이 신비성이라 한다면 딥 퍼플은 대중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만큼 팬과의 친화력이 뛰어납니다. 첫 히트곡 ‘Hush’에 이어 꾸준히 드라마틱하면서도 산뜻한 음악을 들려주었던 그들은 ‘소리의 질량’에서 여타 경쟁자들을 압도했습니다. 75년 기네스북은 딥 퍼플을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사운드 그룹으로 공식 기록했지요.

72년 발매된 ‘Machine Head’는 일곱 번째 앨범으로 이들의 최고 걸작이라는 칭송을 듣습니다. 당시 멤버는 존 로드(오르간), 리치 블랙모어(기타), 이언 페이스(드럼), 로저 글로버(베이스), 이언 길런(보컬)이었는데요. 흔히 딥 퍼플의 2기로 일컬어집니다. 여기에 수록된 ‘Highway Star’는 귀를 째는 듯한 이언 길런의 샤우트 창법이 압권이지요. 록 보컬과 기타리스트 실력의 척도를 재는 가장 보편적이고 표본적인 곡으로 통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어 당시 고고장 같은 곳을 찾았던 많은 사람들이 이 곡에 맞춰 춤을 추곤 했습니다.



그리고 ‘Smoke On The Water’가 있지요. ‘빰빰빠~’. 록 역사상 가장 쉽고 유명한 기타 리프로 시작되는 곡입니다. 음악지 ‘롤링 스톤’은 초짜 기타리스트가 맨 처음 시도하는 리프라고 했고요. ‘모조’는 모든 스쿨 밴드들의 교가라고 비유했습니다. 또 어떤 평론가는 ‘30년 이상 수백만 십대 소년들의 가슴을 날려버린 코드 3개짜리 서사시’이자 ‘입으로 소리를 내며 손으로 연주 흉내를 내는 에어 기타의 고전’으로 평했습니다. 2007년 6월 어느 날 독일에서 1802명이 동시에 기타 연주를 해 세계 기록으로 인정받았던 레퍼토리도 바로 이 곡이었습니다.



















딥 퍼플의 또다른 매력은 교향악적인 코드 변환과 오케스트라와 같은 다이내믹한 사운드입니다. 2집에 수록된 ‘Anthem’은 3집의 ‘April’과 함께 클래시컬 록의 양대 필살기로 꼽힐 만하지요. 유려한 멜로디와 출중한 연주력으로 듣는 이를 마비시키는 강력한 중독성을 지녔습니다. 로드 에반스의 보컬은 심금을 울리는 듯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April’ 역시 초기 퍼플 최고의 작품으로서 존 로드의 건반 연주가 대단히 아름답습니다. 클래식의 서정성과 웅장함, 록의 격렬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불후의 명작이지요.

앨범 ‘Concerto For Group And Orchestra’는 록 뮤지션(존 로드)이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한 초유의 콘체르토입니다. 1969년 9월 24일 영국 고전 음악의 심장부인 로열 앨버트 홀에서 맬컴 아널드가 지휘하는 로열 필하모닉과 함께 펼친 공연 실황을 음반으로 펴낸 것인데요. 당대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호의적으로 바뀌어졌지요. 1999년 작품 탄생 30돌 기념 공연과 녹음이 있었고요. 이후 여러 나라에서 빈번하게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전체 3악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연주 시간만 53분에 이릅니다.

















 

이언 길런의 불가사의한 가창력이 일품인 ‘Child In Time’과 ‘Into The Fire’가 수록된 ‘In Rock’도 희대의 명반이고요. 더블 라이브 앨범인 ‘Made In Japan’은 레드 제플린의 ‘The Song Remains The Same’과 올맨브러더스 밴드의 ‘Live At The Filmore’와 함께 3대 실황앨범으로 꼽힙니다. 라이브 음반이 지니는 취약점인 사운드 밸런스가 거의 완벽에 가깝습니다.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는 스튜디오 사운드보다 더 정확한 핑거링을 구사하고 있지요.



















존 로드와 함께 그룹을 이끌어온 리치 블랙모어는 ‘Soldier Of Fortune’이 들어간 11집 ‘Stormbringer’을 마지막으로 탈퇴합니다. 그리고 탁월한 보컬리스트인 로니 제임스 디오와 함께 새 밴드 ‘레인보우’를 결성하지요. 따라하기 난해한 지미 페이지나 브라이언 메이와는 달리 뚜렷한 선율이 있어 카피하기 좋은 그의 기타 리프는 단순하고 쉬우면서도 마력적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바로크 메탈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잉베이 맘스틴의 우상이기도 했던 최고의 기타리스트. 록계의 맹주였던 딥 퍼플은 그가 떠나자 기력을 잃고 12집을 끝으로 해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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