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 리바이벌’을 주도했던 영미(英美) 뮤지션 중 일부는 묵직하면서도 폭발적인 명품 사운드를 구사했습니다. 일명 하드 록, 혹은 헤비 메탈 밴드들이지요. 일반적으로 60년대 후반 에릭 클랩튼이 몸 담았던 크림(Cream)과 지미 헨드릭스, ‘더 후’까지를 1세대라 할 수 있고요. 70년대엔 한국에도 팬이 많은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블랙 사바스, 에어로스미스가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80년대 들어 밴 헤일런, 데프 레퍼드, 본 조비, 건스 앤 로지스가 계보를 이어갔는데요. 활동 초기엔 대부분의 그룹이 혹독한 평을 받았습니다.

“전체 예술 분야의 모든 하위 영역을 통틀어 헤비 메탈만큼 격렬한 비난과 자극적 질시를 받은 장르도 없다. 1970년대 초반 태동 당시에는 심지어 록 비평가들로부터조차도 비토를 당했을 정도다. 일례로 대중음악사가 로이드 그로스먼은 ‘저능아의 음악’이라고 비웃었고 음악 전문지 ‘뮤지션’은 음악적 천치들의 농담이라고 비아냥댔다. 그들의 힐난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기성 사회와 기존 문화계는 이구동성, 장황한 수사와 집요한 논리로 그것의 존재 방식을 문제 삼았다. 헤비 메탈은 그 압도적인 음량만큼이나 시끄러운 논란거리였고 그 공격적인 연주만큼이나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었다.”(박은석, 한겨레신문 2009. 1.27)

이러한 비판의 핵심은 기존의 세력권(?)인 블루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하거나 이미 이탈해버린 새로운 음악 문법을 거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위대한 예술에 ‘견제구’가 들어왔듯 걸작 창조의 비밀을 캐내려 했던 당대 비평가들의 설익은 논리는 오래지 않아 시들해지고 마는데요. 전례가 없는 사운드의 독창성, 날카로운 보컬 등 ‘록의 형식미’를 완벽하게 구현한 헤비 메탈 뮤지션들의 진가가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지요. 팬들은 그 존재감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되는 대가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냅니다.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 ‘드럼의 마왕’ 진저 베이커, ‘베이스의 천재’ 잭 브루스가 모여 67년 결성한 크림은 빠르고 즉흥적인 연주 실력으로 헤비 메탈 최초의 원형을 제시했습니다. 빌보드 싱글차트 톱10에 오른 ‘White Room’이 수록된 그들의 마지막 앨범 ‘불의 바퀴(Wheels Of Fire, 사진)’는 레드 제플린 등 무수한 그룹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한 고전으로 평가받습니다.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 할 충격의 고감도 연주였지요.

‘진정한 헤비 메탈의 원조’ 소리를 듣는 블랙 사바스는 ‘검은 안식일’이라는 밴드명의 불경과 ‘13일의 금요일’에 데뷔 앨범(사진)을 발표한 도발로 인해 세간의 곡해를 받은 대표적인 밴드입니다. 기타의 토니 아이오미가 유명하며 오지 오스본, 로니 제임스 디오 등 걸출한 보컬들이 거쳐 갔지요. 싱글 ‘패러노이드(Paranoid)’는 대중 음악 사상 가장 유명한 기타 리프 가운데 하나인 동시에 90년대 후반 크게 유행한 다운튜닝(기타 줄을 튜닝할 때 일반적인 정튜닝보다 반음~한음 정도 낮추는 것으로 소리가 헤비해짐)의 선구적 연주로 정평이 있습니다. 영국의 음악지 ‘모조’는 패러노이드를 과학 소설가이자 생화학자인 아이작 아시모프 풍의 순수한 SF에 비견했습니다. 대부분의 곡들이 음산하고 무거운 느낌을 주지만 ‘Changes’나 ‘She's Gone’처럼 우리 귀에 익숙한 아름다운 발라드도 노래했습니다.

그리고 이름만으로도 황홀한 레드 제플린이 있지요. 기타의 지미 페이지, 리드 보컬 로버트 플랜트, 베이스 존 폴 존스, 드럼의 존 보냄 등 화려하기 그지없는 라인 업을 자랑합니다. 69년 발표한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으로 단숨에 소속사 어틀랜틱 레코드의 음반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고 같은 해 10월 공개한 두 번째 앨범의 히트곡 ‘홀 랏 오브 러브’로 순식간에 세계 최고의 인기 밴드 왕좌에 등극했습니다.

활동 기간을 통틀어 단 한 번의 상업적 실패도 없었으며 마케팅 이론과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신비주의 전략으로 거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해냈던 그룹. 71년의 네 번째 앨범(사진)은 공식적인 타이틀은 물론 밴드 이름, 멤버 사진도 싣지 않은 채 발표됐지만요. 대중 음악 사상 이보다 많이 팔린 앨범은 76년 이글스의 ‘데어 그레이티스트 히츠’와 82년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뿐일 정도로 빅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헤비 메탈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음악성도 뛰어나지요. 레드 제플린 신화의 정점에 선 명반으로 정수는 역시 네 번째 트랙인 ‘Stairway To Heaven’입니다.

 ▲ Cream - Sunshine Of Your Love (Farewell Concert, 1968)






 ▲ Cream - White Room






 ▲ Black Sabbath - Paranoid 






 ▲ Black Sabbath - Wheels Of Confusion






 ▲ Black Sabbath - Heaven and Hell




 ▲ Led Zeppelin - Whole Lotta Love 




 ▲ Led Zeppelin - Kashmir






 ▲ Led Zeppelin - Babe I'm Gonna Leave You






 ▲ Led Zeppelin - Stairway To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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