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키델릭 록의 또 다른 스타인 도어스는 헉슬리의 저서 ‘인식의 문(Doors of The Perception)’에서 밴드 이름을 따왔습니다. 비트 문학과 명상에 관심이 많았던 멤버들은 태생적으로 사이키델릭했는데요. 그럼에도 동시대의 주류였던 ‘꽃의 자식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었습니다. 행동의 일탈과 파괴적 에너지를 분출하면서 왜곡된 현실에 대항했다는 게 여타 그룹과 차별화되는 점이지요. 그들은 현실 참여 대신 ‘현실 탈출’이라는 방식을 택해 일반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향하고자 했습니다.

리더인 짐 모리슨은 ‘세상에는 진상이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도어스’라고 말했습니다. 도어스라는 그룹 이름이나 음악 모두가 ‘낯선 사실’로 나아가는 문이고, 그 문을 열면 새로운 질서가 지배하는 세계를 접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요. 67년 1월 발표된 데뷔 앨범 ‘The Doors’의 머릿곡 ‘Break On Through To The Other Side’의 ‘다른 쪽’이 바로 그런 세상입니다. 모리슨 스스로가 현실적 한계를 끊임없이 실험하는 ‘낯선 이방인(People Are Strange When You're Stranger)’이었던 게지요.

무대 위에서는 음란성 짙은 퍼포먼스를 자주 했습니다. 콘서트 중간중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관중에게 외치기도 했는데요. 이미 ‘위험 인물’ 리스트에 올랐던 그는 공연장을 찾아 자신을 주시하는 경찰들을 가리키며 ‘오늘 밤 우리가 터미네이터가 되어 다 날려버린다’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강렬하면서도 염세주의적 성향의 사운드는 듣는 이를 나른하게 중독시켜버리지요. 어떤 평론가는 ‘인간이 음악의 신 뮤즈에게 던진 처음이자 마지막 도전장이 도어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Light My Fire’는 경쾌한 오르간과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듯한 기타 연주 위에 모리슨의 바리톤이 노골적으로 성적 도발을 외치는 곡으로 빌보드 차트 정상까지 올랐습니다. 이 노래는 사이키델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인식의 문’으로 ‘인식’되고 있지요.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 삽입된 ‘The End’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정면으로 거론한 문제작이면서 최면성이 강합니다. 한국인들은 ‘Waiting For The Sun’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비틀스 역시 약물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습니다. 67년 발표한 앨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LSD를 복용한 상태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폴 매카트니가 공개적으로 이를 시인한 바 있지요. 근데 약물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팝 역사상 최고의 명반, 최초의 컨셉트 앨범, 가장 유명한 커버 디자인(사진), 대중 음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찬란한 별로 빛나게 된 게지요. 완성도뿐 아니라 인기도 폭발적이었습니다. 차트 정상 정복은 물론 미국에서만 6백만 장 이상이 팔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별 중의 별이 없을 수 없겠지요.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트랙인 ‘A Day In The Life’를 이르는 말인데요. 최고 밴드의 최고 앨범, 또 그 중의 최고 걸작…. 비틀스가 직조한 ‘명품’ 중 가장 완벽하다는 데 어느 누구 이견이 없습니다. 완전히 다른 두 노래를 결합한 독특한 구성은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의 ‘낯설게 하기’를 연상시키고요. 사이키델릭 풍의 도입부와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정상을 향해 치닫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불협화음, 시계소리 등 온갖 효과음에 이르기까지 이전의 대중 음악에서 접할 수 없었던 신비가 가득합니다. 찬사만으로도 책 한 권을 쓸 분량이라지요.

더욱이 노래 말미에 사람은 못 듣고 개만 들을 수 있는 고주파대의 음이 들어 있다고 해서 화제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실제 개에게 들려주면 주인을 못 알아볼 정도로 흥분해 마구 짖는 녀석이 있다고 하네요. 이 소리는 요즈음 나오는 CD나 MP3엔 담을 수가 없어 ‘삐’ 소리로 대체시켰다는데요. 굳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영국으로 날아가 당시 발매되었던 LP를 구입해야겠지만요. 그마저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군요. 







탈속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이언 버터플라이의 ‘In-A-Gadda-Da-Vida’와 레어 어쓰의 ‘Get Ready’도 사이키델릭 태풍의 중심에 서 있던 곡들입니다. 라이브 버전의 길이가 곡당 20여 분을 넘나드는 가히 대작 중의 대작이지요. 하나의 코드로 10분 이상을 연주하는 등 기존 양식을 송두리째 흔드는 ‘형식의 반역’을 꾀했습니다.













한국의 뮤지션들도 많든 적든 사이키델릭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70년을 전후해 플레이보이컵 쟁탈 그룹사운드 경연대회 같은 행사가 열리곤 했는데요. 당시 출연했던 키보이스, 히파이브 등의 그룹이 비슷한 풍의 곡들을 연주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중현 사단에서 걸출한 아티스트를 많이 배출했지요. 인상적인 가수로 제2의 김추자로 불렸던 김정미가 있습니다. 청순하면서도 야한 이미지를 가진 그녀는 한국적 사이키델릭의 진수를 담은 앨범 ‘바람’ ‘Now’를 발표해 인기를 얻었지요. 싱글로는 ‘신중현과 The Men’의 ‘아름다운 강산’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자유 경쟁에 기초한 질서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폭력적인 지배, 피지배 관계를 형성한다고 보았던 히피와 사이키델릭 로커들. 일부일처제는 이기적인 가족제도를 재생산하는 악습이라고 간주했으며 규칙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머리를 치렁치렁 길렀지요. 환각 속에서 유토피아적인 신질서를 찾으려했던 ‘청년 문화’의 숭고한 이상은 1969년의 우드스탁(Woodstock) 페스티벌에서 마침내 정점에 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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