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성 제도와 질서를 타파하고자 했던 히피(Hippie) 족이 출현한 시기가 1960년대 중반 직후. 청년층이 주체가 되어 이전의 전쟁 세대가 만들어놓은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며 자신들만의 다양한 문화 운동을 주도했지요. 샌프란시스코 헤이트 애시베리 지역을 해방구로 삼아 당시 미국이 개입했던 베트남전에 항의하는 ‘꽃의 시위(Flower Movement)’와 ‘드럭 무브먼트(Drug Movement)’를 활발히 전개했습니다.

이러한 운동은 마마스 앤 파파스가 부른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과 스코트 매킨지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San Francisc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에 의해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하게 됩니다. 두 노래의 유행은 전 세계의 히피들로 하여금 ‘사랑과 평화’를 외치며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들게 만들었고요. 이 곡들이 도화선이 되어 불길처럼 번졌던 음악이 사이키델릭 록이라는 장르입니다.











 

사이키델릭은 당시 미국 사회의 ‘총체적 표정’이었습니다. 포크가 지향했던 반전, 인권 운동에다 자유 연애와 자연 회귀, 동양 철학적 사유를 추종하는 삶의 방식 등이 약물을 매개로 뒤섞였던 ‘진보적 인식의 실험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이키델릭 음악이 ‘애시드 록’이란 별칭을 얻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번쩍거리는 조명 속 화려한 라이브 무대에서 들려주는 몽롱하면서도 실험적인 전위 음악은 그들의 잠재 의식을 일깨우고 ‘인식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도구였습니다.



특히 제퍼슨 에어플레인이란 그룹은 관능적이면서 불가사의한 노래로 과거의 가치관을 타파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레이트풀 데드, 퀵 실버 메신저 서비스 등과 함께 히피의 가치를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한 대표적인 밴드로서 지금까지 ‘사이키델릭 문화의 선명한 방점’으로 남아 있지요. 히트곡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 ‘화이트 래빗(White Rabbit)’과 이들 곡이 수록된 앨범 ‘서리얼리스틱 필로(Surrealistic Pillow)’는 새 세대의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농축시킨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한 알은 네 키를 크게 만들어주고
또 한 알은 작게 만들어줄 거야
앨리스에게 물어봐. 그녀는 알고 있을 테니까.”
- <화이트 래빗> 부분


마법 같은 구절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루이스 캐럴의 판타지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인용해 약물의 효과를 예찬합니다. 대중 음악을 전대 미문의 이상한 나라로 이끈 ‘하얀 토끼의 발자국’이라고나 할까요. 게다가 ‘네 머리를 채워라(Feed Your Head)’라는 클라이맥스의 노랫말은 대놓고 환각 상태의 체험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중동 풍의 멜로디가 ‘볼레로’ 양식의 구조따라 점진적으로 상승하는데요. 히피 문화를 체험했고 실제 베트남전에 참가해 부상까지 입었던 올리버 스톤 감독이 자신의 영화 '플래툰'에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곡의 몽환성을 인정한 평론가들에 의해 ‘최우수 LSD 록’ 작품으로 꼽혔다지요.

























제퍼슨 에어플레인이 사이키델릭 록의 상징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공헌자는 보컬리스트 그레이스 슬릭(Grace Slick)입니다. ‘우아한 위선자’라는 이름부터 별나지요. 제니스 조플린과 함께 최초의 여성 록 보컬리스트로 꼽히는 그녀는 ‘인형의 얼굴, 마녀의 음성, 장부의 배포’로 유명했고요. 주술적이면서 힘찬 콘트랄토 보컬, 존재감 넘치는 퍼스낼러티를 무기로 시대가 요구했던 ‘각성’에 근접하고자 했던 여걸이었습니다. 검은 롭으로 전신을 감싼 채 몽환의 주문을 외는 애시드 록의 Holy Witch. 1974년 발표한 첫 솔로 앨범 'Manhole'과 두 번째 내놓은 'Dreams'(1980)에 그녀의 진면목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저서 ‘인식의 문’에서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약물이 인간의 의식 세계를 확장시켜 충만한 정신(마인드 앳 라지)에 이르도록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시에 ‘인식의 문들이 정화되면 만물이 본래의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라고 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구절을 인용했지요. 60년대 사이키델릭 로커들이 이 말을 완전히 이해하고 본령에 다다랐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실험의 터널’을 통과하고자 했던 정신은 높이 살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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