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사크 인은 15세기 말 이후 러시아 남부 지방에 살던 사람들입니다. 까작 혹은 카자흐로도 불리고요. 별다른 국적 없이 자치적 군사 공동체를 형성한 농민 집단이었습니다. 철저한 평등사회를 건설해 군주도, 계급도 없었던 자유인이자 무사였지요. 17세기 제정 러시아가 이들의 자치권 축소를 시도하자 일어난 반란의 지도자 스텐카 라친과 18세기 후반의 푸가초프도 같은 핏줄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이들은 대단히 용감하면서도 난폭했던 모양입니다. 유럽인들에겐 몽골 군의 잔인성을 떠올릴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하네요. 1812년 나폴레옹과의 전쟁 때 코사크 기병대는 패배해 퇴각하는 프랑스 군을 쫓아가 무자비하게 도륙했다고 합니다. 항복 의사를 표시해도 인정사정 없었다지요. 1814년에는 파리를 점령해 카페란 카페는 온통 전세를 내서 당시 프랑스에 없던 보드카를 달라고 난리를 피우는가 하면 ‘빨리빨리!’를 외치면서 음식을 재촉했다고 합니다.

이들의 뛰어난 전투력은 타타르 등 외적의 침입에 위협을 느낀 러시아에 의해 철저히 이용당했습니다. 기병대는 무기나 식량을 공급받으며 국경 수비대로 활용됐고요. 나중에는 러시아 영토를 확장시키는 전위대로 내세워졌습니다. 혁명 이후의 내전에서는 상당수의 코사크가 적군(볼셰비키)과 백군(반혁명군)으로 대립, 동족 상잔의 비극을 초래했는데요. 구 소련 체제가 확립되자 이들도 숙청의 바람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20세기 초 특수 집단으로서의 코사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코사크 기병대

‘코사크’를 얘기할 때 미하일 숄로호프(1905~1984)의 대하소설 ‘고요한 돈강’이 빠질 수 없겠지요. 주인공 멜레호프의 사랑과 돈 코사크의 굴곡진 생활사를 날줄과 씨줄로 엮어 제1차 세계대전(1914∼1918)과 러시아 혁명(1917), 내전(1918∼1920)이라는 격동의 터널을 통과하는데요.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던져진 다양한 군상들의 운명적 삶과 공동체 내부의 계급투쟁, 이로 인한 갈등이 역동적으로 그려져 있지요. 인물의 성격, 생활 풍습, 지형적 특색 등의 빼어난 묘사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최고 걸작이란 평을 듣습니다.

소설은 1928년 1부가 발표된 후 오랜 세월이 흐른 1940년에야 4부로 완결됐습니다. 출간에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선구자 막심 고리키의 도움이 컸다는데요. 돈강 유역에서 태어난 코사크인 숄로호프는 이 작품 하나로 일약 세계 문단의 주목을 끌었고 196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까지 선정되지요. 사르트르는 우리 시대의 역사 소설이 ‘고요한 돈강’을 마지막으로 끝났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1985년 처음으로 일월서각이란 출판사에서 7권짜리 완역본을 간행했지요.

 ▲ 고향 돈강을 찾은 미하일 숄로호프(가운데)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1957년 모스크바의 M.고르키영화제작소에서 제작된 작품(Quiet Flows the Don)으로 세르게이 게라시모프라는 사람이 메가폰을 잡고 각본까지 썼습니다. 장장 5시간 30분에 이르는 대작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지요.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 소녀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 젊은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 군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 무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 무덤은 꽃들로 뒤덮여 있어요~”(‘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고요한 돈강’은 음악에도 영감을 줬습니다. 위 노래는 60년대 미국 포크 음악의 리더이자 평화를 위협하던 모든 적들에게 노래로 맞섰던 피트 시거가 만든 명곡인데요. 소설 속 민요에 나오는 ‘갈대 꺾는 소녀’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반전(反戰)의 상징적 노래로 알려져 있고요. 밥 딜런, 존 바에즈, 나나 무스끄리 등 수많은 후배 포크 싱어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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