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살려주세요. O형 간 기증자를 구합니다.”

지난 7월 26일 한 언론에 보도된 기사 리드다. 인용문만 놓고 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호소로 특별할 게 없어보인다. 하지만 행을 건너뛰면 사정이 달라진다. 화자는 대담하게도 차들이 씽씽 달리는 잠실대교 한가운데 올라 이같은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고 1200여 장의 유인물을 뿌리는 화끈한 홍보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흉기까지 든 채….

사연은 이렇다. 주인공 이모씨의 어머니는 전격성(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는) B형 간염이라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었다. 7개월 동안 혈액종양과 싸우느라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이씨는 기증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소동이라도 벌여 언론에 보도되면 은인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심정으로 다리에 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 시간 만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혀 입건되고 말았다.

‘흉기 소동’이라는 건조한 제목이 뽑혔던 사건은 그렇게 잊혀지나 싶었다. ‘소동’이 일어난 지 20시간. 같은 매체에 후속 기사가 떴다. 뭐 별다른 내용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놀랍게도 제목은 ‘칼 든 효심에 감동… 간 기증자 속출’로 바뀌어 있었다. 메마른 땅에 단비가 내려 생명체가 꿈틀거리듯 죽은 활자가 되살아났다. 차갑게 식어 있던 행간에 온기가 스며들었다. 사람 사는 맛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목포에 사는 김모씨는 본사에 전화를 걸어 동참의 뜻을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어머니가 식도암으로 고생하다가 돌아가셨다면서 오죽 부모를 살리고 싶었으면 그랬겠느냐고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한 50대 남성도 이메일을 보내 안타깝다며 기증 의사를 내비쳤다. 경찰서에도 문의 전화가 와 연락처를 알려주고 있다. 유치장에 입감 중인 이씨는 울먹이면서 자신도 사후 장기 기증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사건 발생 6일 만에 이씨의 어머니는 숨졌다. 문의해온 4~5명 중 2명이 검사까지 받았으나 환자의 간과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은 ‘소동 벌인 아들, 그러나…’ ‘시위男 끝내 눈물’이란 제목으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씨는 어머니를 보내며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고 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잘하겠다'고.
 
*** 위 글은 대한불교 진각종에서 발행하는 <밀교신문> 9월 1일자 칼럼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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