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신이시여!

가을과 겨울이 엇물린 11월입니다. 하늘은 화려했던 가을잔치를 끝내고 밝은 시공을 열고, 바람은 시공 속으로 올라가 땅과 하늘을 연결합니다. 가을 국화향기가 더 진한 이유를 알 수 없고, 바람이 전하는 노래를 읽을 수 없지만 다가서서 듣겠습니다. 들판의 송아지가 어미 찾는 ‘음매’ 울음소리는 근본을 생각하게 합니다. 들판의 밭고랑은 새봄에 피울 유채꽃과 보리와 밀알을 품고, 산 것은 살아 있음의 생명을 품으며, 부족한 우리들은 사랑을 품고 살아갑니다. 새벽 샛별은 찬 새벽에 더 밝은 빛을 내고, 가을 하늘은 호수에 내려앉아 땅에서도 평형을 유지하겠지요. 신이시여! 농부들의 농사일이 다 마무리 된 뒤에 첫눈이 오도록 배려해 주시고, 오로지 한 마음으로 가족을 사랑하며, 자비와 사랑으로 추운 날을 이겨나가게 하소서! 추위에 움츠러들지 않도록 우리들의 가슴을 데워주시고, 사랑으로 삶을 찬미하며, 우직한 한마음으로 나라를 사랑하게 하소서!

수호신(守護神)이시여!

두 발로 걷는 형상인 11월은 지킴의 달입니다. 하늘은 큰 하늘을 지키기 위해 하늘 경계선을 지우고, 땅은 큰 땅을 지키기 위해 휴식을 취합니다. 수확을 끝낸 농부는 새봄을 위해서 쟁기를 닦아 챙겨 두고, 마음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시인은 마음의 쟁기 날로 겨울양식을 위해 긴 시를 쓸 겁니다. 더 춥기 전에, 온전하지 못해서 슬픈 것들과 이루지 못해서 아린 미련을 버리고, 마음 밭을 갈고 희망의 씨를 뿌리겠습니다. 그리하면 하늘은 진리를 향한 진군의 북소리를 울려주고, 천사들은 사랑이 미움과 악을 이기도록 섭리의 북소리를 내려주며, 우리들의 가슴은 자유를 지키려는 내면의 북소리가 울리겠지요. 신이시여! 내나라 내 강토가 자유와 번영의 땅이 계속 되도록 지켜주시고, 결기와 사명과 각성으로 자유가 승리하게 하소서! 날이 추워질수록 사랑과 감사로 서로가 버티게 하시고, 11자 레일처럼 강건하게 한 길 지조를 지켜 정의가 이기게 하소서!

자비와 은총의 신이시여!

땅과 하늘이 서로 우러러보는 11월입니다. 하늘은 땅을 우러러보고 땅의 수고를 인정하고, 땅은 하늘을 굽어보며 하늘의 은총을 사모합니다. 텅 빈 대지는 걸림 없는 햇살의 언어로 따뜻한 사랑의 대본을 쓰고, 막힘없는 바람은 형체 없는 몸으로 큰 사랑의 소리 공연을 펼치며, 맑은 하늘은 추한 거짓과 선동으로 깨지고 조각난 세상을 내려다봅니다. 추수가 끝난 벌판은 겨울 철새가 날아오면 저장했던 이삭들을 흔쾌히 제공하여 먼 거리 이동의 배고픔을 달래주고, 우리들은 동장군이 몰려오기 전에 차분히 겨울나기 준비를 하겠지요. 신이시여! 살아 있는 모든 생명에게 자비와 은총을 베푸시고, 활동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안전과 평온을 허락하시며, 저마다 자기자리에서 노력한 만큼의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애달픈 이에게는 자비의 노래를 들려주시고, 이웃을 생각하는 이에게는 사랑의 은총을 허락하시며, 사랑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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