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영과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배드민턴을 하면서 풀기로 하였다. 넉살이 좋은 선영이 동네 배드민턴 동호회에 먼저 가입한 다음 나도 가입하게 되었다. 주말에 배드민턴 복식을 같이 하면서 ‘사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루는 선영과 내가 한 팀을 이루어 ‘시아’와 ‘경수’ 팀과 배드민턴 복식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안경을 쓰고 있던 ‘시아’가 앞에서 치고 ‘경수’가 뒤쪽을 담당하였다. 왼쪽 머리위로 날아온 셔틀콕을 받아 넘기기 위해 ‘시아’가 왼쪽으로 이동하여 스윙하려고 할 때, ‘시아’의 오른쪽 뒤쪽에 있던 ‘경수’가 왼쪽으로 두세 발자국 이동하여 ‘시아’의 뒤에서 ‘시아’의 몸을 감싸며 셔틀콕을 감아 쳤고, 두 사람의 라켓이 부딪혀 ‘경수’의 라켓이 ‘시아’의 오른쪽 눈과 안경을 강타하면서 ‘시아’의 안경이 깨지고 안구가 파열되어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았다. 이에 ‘시아’는 ‘경수’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법원은 배드민턴 복식경기자는 동료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방법으로 경기를 하는 등 서로에 대한 안전배려의무가 있다고 하였다. 즉 뒤쪽에 있던 ‘경수’는 앞쪽에 있던 ‘시아’ 방향으로 셔틀콕이 날아오는 경우 ‘시아’가 우선하여 칠 수 있도록 양보하고 ‘시아’를 대신하여 치는 경우 적당한 거리를 두고 라켓을 휘두르는 등 ‘시아’가 다치지 않도록 배려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수’가 위와 같이 라켓을 휘두른 것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고 그 태양이나 정도로 보아 위 위반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였다고 하였다. 또한 법원은 배드민턴 경기자들이, 다른 경기자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극히 근접한 거리에서 휘두른 라켓에 맞아 실명하는 경우까지 통상 예상할 수 있는 위험으로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거나 그 위험을 인수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행위가 정당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법원은 ‘시아’가 넘어가는 셔틀콕을 쳐다봄으로써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고, 보안경 등 안전도모를 하지 않았으며, ‘시아’가 착용한 안경이 깨지면서 실명에 이른 사실 등을 인정하여 ‘경수’에 대하여 50%의 책임만을 인정하였다.

2017년 정기국회가 9월 1일 개회식을 필두로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하였다. 국회는 지난 9월 28일 본회의를 열어 졸음운전에 따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 신차 구매 후 중대한 결함이 발생했을 때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자동차 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을 통과시켰다. 그렇지만 국회의원들은 세법개정안, 방송법개정안, 국민건강보험법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거나 이들 법안의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국회는 정기국회 동안 더욱 치열하게 입법을 위해 논의하고 경쟁하고 있다.

다시 우리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이 사례는 수원지방법원 2008. 11. 20. 선고 2008가합6994 사건을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배드민턴 경기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배드민턴을 통해 국민들의 건강한 생활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배드민턴법안을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을까? 배드민턴법안을 다음과 같이 제출한다고 생각해 보자. 먼저 제1장 총칙에서 “제1조(목적) 이 법은 배드민턴의 활성화로 국민들의 건전하고 안전한 여가생활의 향상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제2조(정의)의 각 호에서 ‘1.배드민턴, 2.셔틀콕, 3.라켓—’ 등을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후 ‘제2장 단식’, ‘제3장 복식’, ‘제4장 배드민턴 위원회’, ‘제5장 벌칙’ 등으로 구성된 배드민턴법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제3장 복식’ 부분에 “배드민턴 복식 경기자들은 서로에 대한 안전배려의무가 있다.”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배드민턴 복식 경기를 하는 경우 경기 참가자 가운데 앞 사람은 셔틀콕을 우선하여 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배드민턴 복식 게임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배드민턴법의 입법은 필요한 것일까? 국가가 배드민턴의 활성화와 배드민턴 사고 예방을 위하여 이러한 입법적 조치까지 취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그렇다면 비슷한 종류의 테니스법, 탁구법, 배구법 등도 제정할 수 있을 것인가?
국가정책 목적의 실현, 공공복리와 사회 안전의 도모, 자원배분의 효율성 달성 등을 위하여 입법자는 입법적 개입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입법자는 입법적 개입에 따른 비용의 증가와 입법적 개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복리 증진의 균형점에서 입법의 정도를 결정하여야 한다. 즉 입법자는 입법과 관련된 각종 거래 및 정보비용, 입법으로 인한 개입 비용과 대비하여 입법으로 인해 증진된 사회 전반의 복리를 검토한 다음 입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배드민턴법의 제정은 그 입법을 위한 정보제공, 회의, 공청 등의 비용과 배드민턴위원회의 설립과 운영에 따른 비용 등과 대비하여 배드민턴 사고발생의 가능성 감소로 인한 복리증진을 따져 보았을 때 과도한 입법적 개입이라고 생각된다. 배드민턴은 각 개별 배드민턴 동호회 등을 통하여 국민들이 충분하게 여가생활로 활용하고 있으며 배드민턴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고가 반드시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사고의 처리는 민사손해배상이나 보험 등 기존의 제도를 통하여도 충분히 처리될 수 있다. 결국 배드민턴법은 입법적 개입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입법으로 인한 복리증진보다 상당히 과하기 때문에 입법자는 입법적 개입을 선택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하여야 한다.
국회도 입법에 따른 비용과 복리증진을 검토하기 위하여 의안에 대한 비용추계 자료 등의 제출을 실시하고 있다. 즉 국회법 제79조의2는 “의원이 예산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의안을 발의하는 경우에는 그 의안의 시행에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에 대한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서 또는 국회예산정책처에 대한 추계요구서를 아울러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법제연구원 등에서는 입법평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기국회 기간에 진행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는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으로 맞서고 있으며 국정감사 이후에 여야는 세법개정안, 방송법개정안, 국민건강보험법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 주요 입법안들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선영과 나는 입법적 개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입법으로 인한 복리증진을 비교하여 타당한 입법이 이루어지도록 정기국회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로 하였다.

오일석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박사
(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사이버안전훈련센터 겸임교수
(현)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총무이사
(현) 한국사이버안보법정책학회 연구이사
(현) 한국에너지법정책연구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