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서비스’라는 말이 있다. ‘입에 발린 말’ 정도로 해석되는 이 말은, 상대에 대한 근거 없는 칭찬을 늘어놓거나 상대의 의견에 대해 알맹이 없이 동의하는 말버릇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스탠포드대학교의 교수들이 집필한 『관계의 본심』에 따르면, 실험을 해본 결과 사람들은 비판의 내용이 옳든 그르든 상관없이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진다고 한다. 남이 자신에게 비판하면 발화자에 대한 호감도가 감소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일까? 대인관계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종종 립서비스를 한다. 비판 혹은 반박을 하면 나에 대한 상대의 호감도가 줄어드는 것이 변치 않는 사실이라면,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반박을 하면 안 되는가?

물론 사람들이 입에 발린 말이 아닌 비판이나 반박을 하는 경우도 많다. 비판을 하게 되는 경우는 주로 상대의 의견이 자신의 자아존중감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하거나, 자신의 이해관계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때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상대의 말 속에 자신의 자존감에 상처를 내거나, 자기 자신의 가치관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신념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판을 하게 된다.

반면 상대의 의견이나 담화가 자신의 자아존중감과 관련이 없다면, 즉 자신과 ‘관련이 없는 말’이라면 우리는 그 사람의 의견이 비록 틀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굳이 반박을 할 필요가 없다. 나의 자아존중감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소위 립서비스를 하게 된다.

하지만 립서비스가 과연 유용한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 될 수 있을까? 가령 한 집단의 사람들이 어떤 잘못된 행동을 해왔고, 그것을 설득을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스피치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개인 대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마찬가지로 개인 대 집단 또한 구성원들은 같은 양상을 띠고 행동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그들이 잘못 행동하는 것은 당신과 사실상 ‘관련이 없는’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굳이 그들에게 비판을 해서 그들이 당신에게 갖는 호감도를 감소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에 대한 반박을 하는 대신, 입에 발린 말만 한다. 이런 행동은 일견 정당해 보인다.

그들이 당신의 반박을 들으면 그들의 자아존중감은 감소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감소할 것이다. 당신의 목적은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호감도가 낮은 사람에 의해 설득당할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아는 당신은 결국 반박을 하지 않게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논리에는 큰 오류가 있다. 첫째는 립서비스는 결국 진실성이 담겨 있지 않은 텅 빈 말에 불과하며, 그것이 진심이 담기지 않은 칭찬이라는 사실을 청자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일단 그들이 당신의 말에 진실성이 담겨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그들은 당신이 자신들의 상황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아존중감이 보호받는 것이기에 모든 인간은 자아존중감이 상승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따라서 당신이 그들에게 진정성이 없는 말을 하면, 그들은 ‘중요한 사람’으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되고 결국 자아존중감이 저하된다. 비판의 순간 저하되는 호감도보다 더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반박을 하는 것이 좋을까? 물론 어떤 반박이든 단기적으로는 당신의 호감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반박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하면 그 저하 정도를 줄일 수 있다.

우선 가장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은 상대가 처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상대가 하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다. 그런 조건이 전제되어야 진실한 반박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구체적으로 지적하되, 해결책과 함께 제시한다. 해결책이 없는 반박은 단순히 그 사람의 사람 됨됨이에 대한 지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비판을 먼저 하고 그 후에 칭찬을 해야 한다. 비판의 자극이 칭찬의 자극보다 훨씬 강한데, 그 이유는 생물학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 무엇을 ‘잘하는’ 것은 생존에 직결되지 않지만, 무엇을 남보다 ‘못해’ 지적받을 정도가 된다면 그것은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따라서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비판을 받게 되면 모든 에너지를 ‘인지’에 쏟아붓게 된다. 칭찬받은 일은 하나하나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비판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 기억하는 것이 그 증거다. 따라서 비판을 받은 직후에 사람의 인지적 능력은 증가하므로, 비판을 한 후에 칭찬을 하면 칭찬에 대한 인지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3가지 방법을 사용해 진실한 반박을 해보자. 그러면 보다 설득력이 강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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