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를 말한다 ⑫ 예쁜 여자는 '천재'다



어려서부터 어떤 한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보임에 따라 세상의 주목을 받는 아이들이 있다. 어른도 못 외우는 천자문을 달달 외운다거나 세 자릿수끼리의 곱셈을 암산으로 해낸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런 아이들이 한 번씩 TV에 나오면 누구라도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지적해야 할 사실이 있다.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할 재주를 가진 그들이 평범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교훈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어린 녀석도 저렇게 열심히 한자 공부를 하는군. 나도 더 성실하게 살아야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바보다. 그 아이는 원래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얼마간의 노력은 했겠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태어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한자가 잘 외워지는 상태’였을 따름이고 이것은 명백히 운의 영역이다. 이 점을 오판하면 안 된다.

그들의 능력이 그들의 노력과 독립적이라는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명백하게 드러난다. 성장해서까지 본래의 능력치를 유지하는 천재가 많지 않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될 무렵이면 평범한 사람의 하나로 편입되는 경우가 오히려 보편적이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한자가 안 외워지는 상태’로 이행해 버린 본인들의 심정은 적잖이 씁쓸할 것이다. 어린 시절의 천재성이 행운인지 불운인지조차 판단하기 힘들어진다.

그런데 만약 성인이 되어서까지 천재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당연히 무시무시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바둑의 달인 이창호 9단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바둑영재로 이름을 날려 11세에 이미 프로기사로 입문한 그는 20년 넘게 바둑계를 평정하며 최고수에게만 붙여주는 칭호인 ‘국수(國手)’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온갖 신기록과 진기명기를 다 보여주고도 그의 나이 아직 30대 중반이다. 천재라고 얘기하면 본인은 억울해 할 만큼 ‘인내심의 달인’이라지만, 그 끈기마저도 타고 났을 확률이 높다.

이창호 주변의 상황들이 그가 바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 준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영재에서 천재로 훌륭하게 이행한 극히 드문 사례가 되었다. 그에게만큼은 천재성이 명백한 행운인 것 같다.

이창호 국수를 통해 성인이 되어서까지 천재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보다 잘 알 수 있다. 극한의 노력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어릴 적부터 기본적인 재능을 가져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 재능이 꽃피울 수 있었던 환경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만 한 명의 천재는 완성된다. 이것은 천재에 관한 본질론이기도 하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하나의 재능으로 본다면 놀랍게도 여기에서도 똑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예쁜 여자 역시 천재의 본질적인 부분을 두루 갖추고 있다. 영화 <가타카(Gattaca)>는 태어날 아기의 유전자를 완벽하게 조작하는 미래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아이의 외모는 오직 운으로 결정된다. 바둑 천재에게 운이 중요했듯이 미모 천재에게도 운은 매우 결정적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대부분의 영재가 천재로 발전하지 못한다는 점도 똑같다. 어렸을 적의 미모가 성인이 된 이후까지 같은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저 평범한 여자의 하나가 되어 평범한 시선 속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중요한 후속작용을 야기한다. 운 좋게 타고난 미모를 아무런 이유 없이 잃어버리게 되면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온도 차이를 감각할 수밖에 없다.

예쁜 여자아이를 바라보면서 진지한 연정을 품는 사람이 있다면 진찰을 받아야겠지만, 그렇다 해도 예쁜 꼬마를 바라보는 그 나름의 경외심은 존재하는 법. 태어났을 때부터 휘감고 있었던 그 거품이 사라지고 난 후에 그녀 본인이 느낄 쓸쓸함을 상상해 보라. 당연히 이 퇴색의 과정은 당사자의 인격과 언행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가 낮아졌음을 감지할 만큼 예민하지 못한 경우에는 과거의 전성기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오판하고는 꼴불견의 행태를 보이게 된다. 별로 안 그러셔도 될 것 같은데 혼자 왕비처럼 행동하는 여자에게 호감을 품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가 과거에 비해 낮아졌음을 감지할 정도로 예민한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열등감에 시달리거나 염세적인 성향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압도적 예쁜 여자에서는 이미 멀어졌다.

드물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압도적 예쁜 여자의 인생은 이들의 삶과는 완전히 다르다. 온 세상이 자신을 주목하는 상태에서만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녀들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점에서 바둑 천재보다 더욱 고차원적이라고도 말할 수도 있다.

먼저 인사하지 않아도 주변 모든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알고 있다. 언제나 관심을 받기 때문에 삶 속의 고난도 일정 수준을 초과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굳이 일부러 반사회적인 악행을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웬만큼의 호감도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예쁜 여자는 짜증이 많고 성격이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하지만, 그것은 최근에 와서야 겨우 예뻐졌거나 그나마 LLI 수치가 별로 높지 못한 이들에게나 해당되는 사항이다.

사람에 따라 세부적인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압도적 예쁜 여자가 온 세상을 상대로 너그럽고 온화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한 가지도 없다. “예쁜 여자가 곧 착한 여자”라고 하는 말은 남자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은밀한 진실이지만 LLI 수치가 정점으로 치달을수록 성격이 좋아지는 것에는 이처럼 구조적인 요인이 숨어 있다. 정말로 천재적인 상황 아닌가?

예쁜 여자가 천재의 한 종류라는 말을 처음 한 것은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였다. 그는 단지 여자를 좋아하는 호색한 학자였던 게 아니다. 아마도 나 이상으로 예쁜 여자에 관해 골몰했던 것 같고, 결국 예쁜 여자 안에 내재돼 있는 천재성을 예민하게 포착했다.

그저 태어나 보니 형국이 그렇게 짜여 있었다는 점에서, 하지만 그 행운을 지속적으로 지켜내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서, 그렇기에 시간이 갈수록 희소해지는 생존자의 가치는 급상승한다는 점에서, 예쁜 여자는 천재의 한 종류임이 분명하고 여기에서 운의 영향력은 결정적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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