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올리게 할 것인가?

지금 왜 경력개발인가?

40대 중반의 팀장 대상 리더십 교육을 담당하면서, 2개의 질문을 했다. 만약 지금 회사를 그만둔다면 갈 수 있는 회사와 지금 받고 있는 연봉의 1.5배를 받을 수 있는 분 계신가요? 단 한 명도 없다. 50여명의 교육대상자 중에 매년 이력서를 수정하고 있는 팀장은 겨우 4명밖에 되지 않는다. 3명을 제외하고, 모두 처음 직장에서 팀장이 된 사람들이었다. 이 세대에게는 평생 직장의 개념이 있다. ‘이 직장에서 뼈를 묻겠다.’는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직무에 대한 로열티보다 훨씬 강하다. 입사하여 평균 3~4곳의 부서에서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다가 팀장이 되었다. 이들 중에 경영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마음 한 편에는 50대 초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다음 질문은 1주일에 책을 몇 권 정도 읽느냐 였다. 1주일이라는 말이 충격으로 다가온 듯 하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잠시 눈을 감아 달라고 하고 다시 물었다. 역시 한 명도 없다. 지식을 쌓기 위한 외부인과의 만남도 한 달에 1~2건 정도였다. 사람도 만나지 않고 자기 개발 관련 책도 읽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온 업무방식에 따라 부여된 업무만 처리하고 있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50세가 되어서는 옮기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 자신만의 보유하고 있는 전문성 있는 직무가 없다. 학력도 입사할 때 그 학력 그대로이고, 외부에서 인정해 줄만한 자격증이나 실적이 없다. 지금까지 무엇을 했냐고 물으면, 앞만 보고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힘든 시기를 이겨낸 세대이다. 바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20~30대의 젊은 직원에 비해 기획력과 PC조작능력 나아가 정보력까지 떨어지는데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팀원이라면 경쟁력이 없다. 회사가 든든한 언덕이었는데 퇴직하게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불안할 수 밖에 없다.

1997년 IMF,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어느 순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조직에 대한 로얄티도 많이 약화되었다. 조직의 성장과 목표에 충실하던 삶에서 개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시장가치가 중요시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력개발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되었다. 회사가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경력개발을 해 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는 자신의 가치와 개발은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한다. 회사는 일정한 원칙이나 기준을 정해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하고 핵심직무와 핵심인재를 중심으로 이끌어 갈 수 밖에 없다.

경력개발은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강화를 담당하는 인사부서 입장에서도 회사와 직원의 경력개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의 경력개발은 철저하게 자기 주도를 기반으로 선발형 개발로 갈 수 밖에 없다. 전 임직원에게는 자신의 바람직한 모습과 현재의 수준을 명확히 파악하고 자신만의 경력개발경로를 설계하라고 하고, 회사는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그 실행 정도를 점검하며 독려해야 한다.

인사부서가 임직원 경력개발 설계를 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력개발은 회사의 사업과 연계하여 직무 중심으로 설계가 되어야 한다. 경력 혼자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상사의 관심과 배려를 이끌어 내고, 보다 정기적 관점에서 점검과 실행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경력개발제도의 유형은 크게 목적에 따른 분류와 Career Path에 따른 분류로 구분한다. 1) 목적에 따른 분류는 전사원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개발해 나가는 형태인 전원육성형, 조직의 주요 Post장을 선발, 육성해 가는 리더 선발형, 그리고 직무특성과 개인 특성을 감안하여 적재 적소에 배치를 목적으로 실시하는 적재적소형이 있다. 2) Career Path에 따른 분류는 일반적으로 T형과 ㅗ형이나, 최근에는 일정기간(대리 또는 과장)까지는 처음 담당 직무를 수행하게 하다, 전문가와 일반 관리자로 Career를 구분하여 성장하도록 하는 Y형 인력육성체계를 가져가는 회사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셋째, 경력개발제도는 경력단계별로 설계되어야 한다. 경력단계는 직급체계에 연계하여 설정하고, 그 역할 및 육성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Hall의 경력단계 모델(1976)을 근거로 현 팀장 이하 5단계 경력단계를 유지하고, 임원 후보를 육성의 목표로, 경력 단계별로 육성 방향과 단계별 역할을 명확히 가져가는 것이 특징이다.

넷째, 경력 유형별 제도의 차별성을 가져가는 것이 옳다. 구성원을 고성과자, 일반 성과자, 저성과자로 나누고, 고성과자는 전략적 CDP로 후계자 육성이 목적이며, 일반 성과자는 일반 CDP 프로그램, 저성과자는 육성과 퇴출의 한계인력 프로그램으로 차별성을 가져감이 보다 바람직하다. 인원의 선정과 프로그램 운영시, 사업부의 특성에 따라 구성원을 차별성있게 육성할 수 있게 하되, 인사부서와의 연계와 지원, 점검 및 피드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자사 특성에 맞는 운영 프로세스를 가져가야 한다. 경력개발제도를 설계하는 프로세스는 ① 직무에 대한 분류, 체계적 정비, 직무발령 등이 인사자료화되어 있어야 한다 ② 경력계획에 대한 개인의 작성 및 상담제도가 제도적으로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③ 경력개발을 위한 내부 육성체계와 직무순환을 위한 내부 제도(사내공모제도 등)가 잘 정비되어 구성원들이 경력개발의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되어 있어야 한다. ④ 경력경로별로 임원까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경로, 경로별 필요 요건을 제시하여 비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⑤마지막으로 지원시스템을 개발하여 자신이 갈 수 있는 경력경로와 자신의 수준을 점검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경력개발제도가 회사와 구성원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임에는 틀림없으나, 이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자신의 개발은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말이다. 자신의 시장가치를 올려야 한다는 부단한 자극과 지속적으로 임직원의 경력개발에 대한 관심과 노력만이 인재중시의 가치를 실현하고 제도가 정착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