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를 말한다 ⑩ 예쁜 여자 '굳이' 평가하기

예쁜 여자를 하나의 상태로 바라보았을 때의 이점은 미모가 영원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에 긴장감을 부여해준다는 것이다. 이는 예쁜 여자의 종류를 세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다시 한 번 관념의 실험을 시도해 보자.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줄곧 예쁜 여자가 있다고 가정한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오직 그녀의 미모에 대해서만 찬사와 호의를 쏟아내는 그녀는 '완벽하게 예쁜 여자'다. 그녀의 수치를 100으로 놓는다.

반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방금 전까지 외모에 대한 칭찬은 단 한 마디도 듣지 못한 여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그녀의 수치는 제로(정확히 말하면 한없이 0에 가까운 어떤 숫자)가 된다. 그녀의 닉네임은 물론 '완벽하게 안 예쁜 여자'다.

0과 100에 해당하는 여자는 실제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간에 아무리 추녀로 이름이 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눈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예쁜 여자일 수 있다.

또한 세간에 아무리 미인으로 이름이 났다한들 모두의 눈에 그러한 것은 아니다. 관점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 것은 인간의 미덕이자 지금껏 인간이 종을 번식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예쁜 여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이 떠올리고 있는 여자도 결국 0과 100 사이의 어디쯤에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그녀 주변 사람들의 인격과 품성, 분위기, 그리고 그녀 자신이 갖고 있는 미모에 따라 수치는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예쁜 여자에 대한 얘길 하면서 굳이 이렇게 수치까지 들이대는 이유는 여자는 예쁘면 장땡이라는 얘길 하고 싶기 때문이 아니다. 미모를 기준으로 여자들의 가치를 점수 매기겠다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틈에 남용되고 있는 ‘예쁘다’는 말에 대한 정의를 적어도 이 칼럼 시리즈 안에서만큼은 확립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남자들은 자기 주변에 있는 예뻐 '보이는' 여자들과 연애하거나 결혼한 뒤 그녀들이 진정으로 예쁘다고 착각하는 형태의 수순을 밟으며 평범한 자신의 운명을 특별하게 포장한다. 현실 기만처럼 보이는 이 미화(美化)는 그러나 알고 보면 인생의 지혜이기도 하다.

한편 여성들 사이에서도 예쁘다는 말은 습관적이고 고의적인 왜곡을 통해 그 순수한 의미가 퇴색된 상태다. 이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원활한 역할수행을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예쁘다는 말의 희소성을 떨어트려 놓았다.

희소성을 포기하고 보편적 관점의 여자론(論)을 개진하면서 이 여자 저 여자 다 예쁘다고 말해주면 ‘휴머니즘이 살아있는 작가’라는 평판을 들을지는 모르겠으나 진정으로 예쁜 여자에 대한 논의는 놓쳐버리게 된다. 

'예쁜여자를 말한다'가 주로 삼고 있는 화제는 ‘예쁜 여자 지수(LLI: Lovely Lady Index)’ 100 부근의 압도적 예쁜 여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분명히 해 둔다. 다시 말해 생애동안 예쁘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는 여자들이다. 이렇게 ‘압도적으로 예쁜 여자’와 그저 ‘무늬만 예쁜 여자들’ 사이에는 쉽게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다수의 사람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매혹시키는 재능을 가진 극소수의 특권층이야말로 우리의 관심 대상이다. 그녀들을 둘러싸고 있는 경계의 문턱은 고의적인 착각과 말뿐인 사탕발림으로 모른 척 해 줄만큼 너그러운 높이가 아니다.

지극히 드문 상태에 도달해 있는 소수의 천재들만이 '압도적 예쁜 여자'의 칭호를 얻을 자격이 있으며 예쁜 여자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보다 심도 있게 만들어 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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