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로움을 아끼면 결과물이 미흡하다. 부화 기간이 짧으면 새끼가 작다. 정성이 부족하면 끝이 초라하다. 우뚝 선 거목은 오랜 세월을 견뎌 저리 높아졌고, 광활한 바다는 오랜 세월을 받아들여 그리 깊고 넓어졌다. 세월을 견디지 못한 포도주는 싸구려 술일 뿐이다. 포도주는 세월을 익혀 명품이 된다. 큰 그릇이 되려면 조급증을 이겨내야 한다.
정언약반(正言若反)은 도가(道家)의 시조 노자가 즐겨 쓴 기법이다. 반대인 듯한 표현으로 핵심을 찌르는 수법이다. “매우 밝은 도는 어둡게 보이고, 앞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도는 뒤로 물러나는 것 같다. 아주 흰 것은 검은 듯하고, 가장 평탄한 도는 굽은 듯하고, 가장 높은 덕은 낮은 듯하다. 아주 건실한 도는 빈약한 듯하고, 매우 질박한 도는 어리석은 듯하다.” 정언약반 기법으로 도(道)를 설명하는 ≪노자≫ 41장 구절이다.
이어지는 구절도 기법이 같다. “그러므로 아주 큰 사각형은 귀가 없고(大方無隅), 큰 그릇은 늦게 완성된다(大器晩成). 아주 큰 소리는 고요하고(大音希聲), 아주 큰 형상은 모양이 없다(大象無形). 도는 사물에 내재된 것이어서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까닭이다.” 여기에 나오는 만성(晩成)은 본래 ‘아직 이뤄지지 않음’을 뜻하는 말로, 거의 이뤄질 수 없다는 의미가 강하다.
후일에 이 말이 ‘늦게 이룬다’는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은 최염 장군의 일화에서 비롯된 듯하다. 최염은 삼국시대 위나라 장군이다. 그에겐 최림이라는 사촌동생이 있었는데 외모가 볼품없고 출세가 늦어 친척들이 그를 멸시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알아본 최염이 말했다. “큰 종이나 큰 솥은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큰 인물도 성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이네. 네가 보기에 자네는 대기만성(大器晩成)형이네.” 최염의 말대로 최림은 천자를 보좌하는 삼공(三公)의 직위에까지 올랐다. ≪삼국지≫ ≪후한서≫에 전해오는 일화다.
대기만성(大器晩成), 큰 그릇은 늦게 이뤄진다. 조급하면 되레 일을 망친다. 서너 번 실패했다고 주저앉고, 두렵다고 물러서고, 자신없다고 쭈빗대면 기회는 결코 당신을 두드리지 않는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나. “성공은 쓰러진 것보다 한 번 더 일어서는 거라고.” 삶은 그리 짧지 않다. 오늘의 늦어짐으로 내일을 예단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한데 크게 이루려면 오늘을 단련해야 한다. 두 손 놓고 기다리는 건 허송세월이다.
[바람난 고사성어] 대기만성(大器晩成)-세월을 견뎌야 제대로 여문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