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프랑스의 유명 영화배우인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프랑스의 과중한 세금부담 때문에 프랑스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로 망명한, 일명 ‘세금망명’으로 내외신 매스컴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세금부담이 과중하다면 자신의 국적까지도 바꾸는 것을 보면서 세금이라는 것이 우리 삶의 의사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새삼스럽게 재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낮은 소득세율이 적용되는 국가로 국적만 바꾸고 한국에서 살더라도 세금부담이 완화되는 것일까? 예를 들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개인소득세율의 홍콩 사람이 국내에서 일하는 경우 홍콩의 세법에 따른 세율을 적용받고 한국국적의 유명 펀드매니저가 홍콩현지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경우 한국의 세법에 따라 세금을 신고 및 납부하면 되는 것일까?

조세의 부과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각국의 세법과 다양한 국가와 체결한 조세조약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 소득세법에 의하면‘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을 거주자(resident),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 비거주자(nonresident)로 구분하여 종합소득세를 신고 및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국내 법령상 주소는‘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생활 근거지가 되는 곳‘이며, 거소는 ’주소지 이외의 장소 중 상당기간에 걸쳐 거주하는 장소로서 주소와 밀접한 생활관계가 형성되지 아니하는 장소‘를 뜻한다.

소득세법의 규정에 따라 거주자 또는 비거주자에 해당하는 경우 거주자는 국내외 모든 원천소득에 대하여 과세되나, 비거주자로 판정되는 경우에는 국내 원천소득에 대해서만 과세가 된다. 일례로 2011년 카자흐스탄의 구리 채광 제련업체인 카작무스 지분 매각으로 약 1조원의 차익을 남긴 일명 ’구리왕‘ 차모씨는 소득세법상 비거주자에 해당하여 지분매각 차익에 대하여 부과된 16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거주자 또는 비거주자의 구분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 4가지 예시(외국인 임직원, 항공 승무원, 해외파견 직원, 이중국적자)를 통해 이해해보도록 하자.

1. 외국인 임직원: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국내 디자인 회사 대표이사로 스카우트 된 프랑스인 로엥씨는 올해 초 국내로 입국하여 2년의 계약기간동안 한국에서 생활할 예정이다. 로엥씨의 부인은 나이 어린 자녀의 육아문제로 프랑스에서 지내기로 했다.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없으므로 국내에 주소를 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2년의 계약기간동안 한국에 거주하는 경우 183일간 거소를 둔 개인에 해당하는 바, 한국 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하여 국내 과세당국에 세금 신고 및 납부를 하여야 한다.

2. 승무원: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거주하기를 희망해왔던 나이뻐씨는 국내 항공사에서 7년간 근무한 경력을 인정받아 높은 연봉을 제시받고 외국항공사로 이직하였다. 나이뻐씨의 부모님은 국내에 거주하나 나이뻐씨는 한달에 3일정도 휴가를 받아 국내에 귀국하는 경우이외에는 독일에서 거주 중이다.

외국 항공사에서 일하는 승무원의 경우 국내에 183일 이상 거소를 두지 않더라도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국내에 주소를 둔 거주자에 해당하여 국내 과세당국에 세금을 신고 및 납부하여야 한다.

3. 해외 파견 직원: 정은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중고교시절 해외유수의 명문학교에서 유학하였다. 그 당시 익힌 탁월한 외국어실력을 인정받아 올해 초 현재 근무하는 건설회사의 영국 현지법인으로 3년간 발령을 받아서 근무중이다. 해외현지법인 근무 후에는 다시 국내로 돌아와 국내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서울시 송파구에 해외 법인 발령 전 분양받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정은씨는 영국 현지법인 근무기간 동안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은 없으나, 자산상태로 보아 파견기간의 종료 후 재입국할 것으로 인정되므로 파견기간이나 외국의 국적 또는 영주권의 취득과는 관계없이 거주자로 보아 국내 과세당국에 세금 신고 및 납부를 하여야 한다.

4. 이중거주자: 부모님의 미국유학 중 미국에서 출생한 이중복씨는 한국과 미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이중 국적자이다. 부모님은 미국유학 후 현지에서 직장을 얻어 미국 테네시주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중복씨는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입지를 다진 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 및 미국 모두에서 거주자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항구적 주거(permanent home),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center of vital interest), 일상적 거소(habitual abode), 국민(national), 상호합의(mutual agreement)의 순으로 적용하여 거주지국을 결정하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중 하나인 납세의무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국적인지 여부가 아닌 한국 소득세법상 규정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즉,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소득세법 상 비거주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국내에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는 납세의무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중 국적자,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 국적자, 해외에 파견근무를 나간 사람은 자신이 거주자 또는 비거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납세의무를 이행하여야 하겠다.

최시영 대표세무사

(현) 미국 세무사(Enrolled Agent)

(현) 세무회계 연 대표 세무사

(전) 세무법인 신원 세무사

(전) 세무법인 택스세대 세무사

제49회 세무사시험 동차 합격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