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장, 물어보기나 했어?

이부장은 자신의 일이 있으면 끝날 때까지 퇴근하지 않고 마무리하며, 자신이 하는 일이 옳고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진 성실하고 열정적인 팀원이다. 김전무는 이부장을 팀장 후계자로 생각하고 도전업무와 다소 벅차다 싶을 정도의 업무를 부과하였다.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팀장이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고 이부장은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3개월이 지났다. 하루는 이 부장이 피곤한 모습으로 보고서를 가지고 온다. 많이 피곤해 보인다고 하니, 1주일 동안 야근을 하면서 완성한 보고서라고 한다. ‘조직의 병폐와 활성화 방안’이었다. 3주 전에 지시한 사항으로 조직 문화를 개선할 목적으로 ‘무엇이 이슈이며,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해 정리해 보라’고 했었다.

이 보고서에서 기대했던 것은 조직의 문제점보다는 조직과 구성원이 성장하고 즐겁게 근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관점이었다. 이부장의 보고서에는 구성원들의 불만을 모아 영역별로 정리하고 이를 조직의 병폐라고 표현했다. 조직활성화 방안은 구성원들을 좀 더 자율적으로 일하게 하고, 차별적인 금전 및 비금전적 보상을 줄이고, 대신 공평하게 보상과 복리후생을 확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월 1회 실시하는 본부 세미나와 회식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폐지하고, 퇴근 이후의 회식과 워크숍은 실시하지 말자는 구성원 불만 처리 중심의 보고서였다.

김전무는 이부장에게 조직장의 역할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답이 없자 조직장은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가 물었다. 김전무는 조직장은 조직과 구성원의 가치를 강화시키고, 조직의 성과관리를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 사회 친목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만 한다. 이 중심에 조직과 사람이 있으므로 이들의 가치를 강화해서 성과를 내게끔 하는 것이 조직장이라고 말했다. 김부장은 “저는 전무님께서 주시는 과제를 처리하기에 급급하다. 전략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없고 역량의 한계를 느낀다.”며 타 부서로 전배를 요청한다. 김전무가 “어떤 면이 힘들었냐?”고 물으니, 무리한 과제 부여, 여유를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행동, 타 부장들은 찾지 않으면서 자신만 믿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체크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전무는 이부장을 팀장 후계자로 생각하고 지금까지 도전과제를 부여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는데 언급을 하지 않아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리더는 결코 혼자 일하는 사람이 아닌 함께 일하는 사람이며,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이나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주변의 도움을 받을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부장이 힘들 때, 단 한번이라도 찾아 와 물어보았다면 지금과 같은 보고서와 이부장의 낮은 수준의 마음가짐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조직장도 미래 어떤 일이 발생하고,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 조직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이끌어 간다. 조직장도 부족함이 많다. 어느 순간, 자신의 강점이나 단점,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조언이나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없다. 공유도 하지 않고 혼자 이끌고 가다 보면, 전사적 관점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앞단에서 막아야지 실행한 일을 중간에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상사와 식사나 커피,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소통의 기회를 잡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와 코드를 맞추는 것은 중요한 일로, 이는 아부가 아니라 조직장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