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까지만 갈 수 있다면! 서류 심사나 필기시험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소망이다. 그러나 면접을 본다고 다 합격하는 건 아니다. 스펙과 인적성 검사 결과 모두 괜찮아도 최종 면접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도대체 왜? 중앙부처나 공공기관, 공기업의 외부 면접위원을 맡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합격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찾기 어렵지만 떨어지는 사람의 공통점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처음엔 족보(알려져 있는 정답)가 있는 줄도 모르고 물었다. "선약이 있는데 윗사람이 갑자기 회식을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윗사람의 질책이 억울하다 싶을 때 어떻게 대처하겠느냐."  대답은 한결같았다. “회사 일이 우선이니 선약을 취소하겠다” “윗사람 말씀에 일리가 있을 테니 일단 수긍하고 나중에 조용히 의견을 얘기하겠다” 등. 우문현답이었던 셈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쉽지 않다. 면접 대상자들은 서류 심사나 필기시험을 거친 이들이니 스펙이나 실력은 대동소이하다. 결국 성품이나 일에 대한 열정, 인내심과 끈기, 대인관계 등을 봐야 하는데 길어야 20분을 넘지 않는 시간 동안 그런 속내를 알아채긴 힘들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의 경우 면접 자리에 역술인(관상 보는 사람)을 배석시켰다는 얘기에 수긍이 가는 이유다. 그렇긴 해도 경험이 쌓이다 보니 면접에 붙는 사람들의 특징은 몰라도 떨어지는 사람들의 특징은 알아챌 수 있게 됐다.



짧은 시간동안 보게 되는 건 태도와 분위기다. 실력은 서류에 나타나 있는 것 이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면접심사 평가표는 대개 전문성, 창의성, 열정, 발전가능성, 사회성 등 몇 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지만 면접위원들의 시각은 대개 비슷하다. 자신감과 당당함, 열정을 갖추었으되 겸손하고 반듯해 조직의 일원으로 더불어 일하기에 적합한가가 그것이다.



물론 신입이냐 경력직이냐, 임원급이냐에 따라 평가기준은 달라지지만 떨어지는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다. 외모는 합격하는 데는 다소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떨어지는 데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떨어지는 이유는 외모가 아니라 태도와 자세에 있다.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지 않았거나, 어딘지 모르게 건방져 보일 때 점수는 예외없이 깎인다.



복장은 대표적이다. 신입사원 선발 때 복장이 문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남녀 모두 짙은 색 정장에 밝은 셔츠를 입고 오는 까닭이다. 복장 때문에 낭패를 보는 건 오히려 경력직 지원자들이다. 실제로 직장에 다니다 보면 복장코드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모른다.



지난 연초 한 공공기관 면접 때였다. 경력과 스펙 모두 지원자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면접장에 코트를 입은 채로 들어오는 순간 면접위원들의 눈은 모두 커졌다. 영하의 날씨에 실내온도도 낮았으니 기다리는 동안 추웠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면접은 면접이었다. 예의도 예의요, ‘그 정도도 못 참다니’가 면접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또 한 가지, 의자에 등을 대고 앉는 건 금물이다. 간혹 보면 습관 탓인지 긴장 때문인지 의자에 등을 대고 앉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의자에 등을 대고 앉으면 자연스레 상반신이 약간 뒤로 젖혀지고 턱이 위로 살짝 들리게 된다. 이런 자세로 얘기를 하면 십중팔구 건방져 보인다. 사진 찍을 때 턱을 안으로 넣으라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말할 때 동작까지 크면 면접위원들에게 호감을 주기 어렵다. 과장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상식적인 대답도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필요 이상 튀는 대답도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존경하는 사람을 묻는데 ‘카사노바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과 달리 그는 굉장한 지식인이었다’ 식으로 대답하면 창의적으로 비치긴커녕 비상식적인 사람이란 느낌만 준다.



인상과 분위기는 하루 아침에 만들기 어렵다. 당당하되 겸손하고, 겸손하되 비굴하지 않은 표정과 자세를 지니자면 끊임없이 실력을 쌓는 동시에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이란 마음가짐을 잃지 않아야 한다. 면접에서 자꾸 떨어진다면 거울을 보면서 자주 웃고, 평소 앉는 태도도 고쳐볼 일이다. 습관이란 게 무서워서 자신도 모르게 등을 대고 앉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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