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장미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각 후보들은 TV토론에서 가장 인상적인 후보, 국민에게 인정받는 후보가 되기 위해 공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했다. 서로 헐뜯고, 네거티브 공격, 인신공격, 과거 문제에 대한 논의에 집착하는 가운데 5번의 대선토론이 막을 내렸다. 지난 4월 중순 TV토론이 진행되기 전 대부분의 언론은 5번의 TV토론회가 대선의 최대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기사화했다. 하지만 TV토론이 진행되기 전과 지금의 대선판세는 큰 변화가 없다. 아니 오히려 더 확실해지는 구도로 바뀌고 있다.

미국에서 8,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을 반반씩 놔두고 공화당 공략의 자료와 민주당 공략의 자료 두 가지를 나눠주었다. 자신의 평소 태도, 믿음 등에 부합하는 정보와 반하는 정보를 제공하여 선택하게 끔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공화당 자료만을,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민주당 자료만을 더 많이 보았다. 더구나 자기가 믿고 있는 정보를 택한 비율은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인간의 이러한 심리적 성향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간의 오류를 말한다. 확증편향에 지나칠 만큼 병적으로 사로잡혀 양 극단의 사람도 있지만, 여느 사람들도 평소 이런 오류를 범하곤 한다. 예를 들어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할 때도 같은 내용을 보고 자기 입맛에 맞는 내용으로 평가를 한다던지, 수많은 선택사항에서 전체를 보고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그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와 유사한 내용만 보고 결정을 내리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확증편향은 지식적 판단에만 국한하지 않고 사람을 보고 평가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조직 내 리더, 상사, 동료, 전문가, 심지어 대통령도 자신이 가진 왜곡되고 편협한 생각으로 평가를 해버린다. 그리고 결과를 단정짓고 확신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스 안데르센의 동화인 벌거벗은 임금님도 확증편향에서 나타난 일반화의 오류다.

결국 인간이 가진 확증편향에 놓여 있는 격정적 토론을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선거 구도가 짜이기 전부터 누구를 찍을지 마음을 정해놓은 상태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워낙 급하게 치러지는 바람에 아직 누구를 찍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이나 샤이유권자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들이 대선의 판도를 바꿀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한다.

지난 2011년 8월, 당시 뜨거운 이슈였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TV토론회가 있었다. 방청객은 무상급식 찬성파와 반대파가 자리잡았고 100분간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사회적인 갈등사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대표적인 소통의 공간 TV토론, 과연 양측은 생각의 차이를 좁혔을까? 토론 후 방청객에게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가 60%(29명), ‘오히려 더 확고해졌다’가 37%(18명)로 나타났다. ‘약간 변했다’는 2.1%, 즉 1명만 답변했다. 이 상황에서 <로마인 이야기>를 저술한 일본의 작가인 시오노 나나미(Shiono Nanami)의 말이 참 제격인 것 같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결국 확증편향은 사회문제의 생성 및 확대재생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의사결정 주체로서의 유권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중요한 점은 서로 무관한 사실들을 유의미하게 연결해보려는 하나의 사고방식 유형으로 이러한 확증편향의 후유증은 그릇된 통념과 직감을 강화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지금 당신이 선택하는 것이 익숙한 콜라를 선택하는 의사결정은 아닌지, 고집이나 편협된 시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확증편향의 오류로 퇴행의 역사를 불러와서는 되겠는가…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