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름과 달리 까칠한, 괴산 君子山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격자를 일컬어 君子라 한다지요. 君子山은 그래서 왠지 무척 부드러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君子란 말이 무색하리만치 독했습니다. 3월 하순인데도 위험천만한 얼음 비탈길에, 아찔한 암릉, 게다가 하산길에 등로마저 놓쳐 산속을 헤매는 등, 君子山은 소생을 시험에 들게 하였으니 진정 君子의 모습은 아니었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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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국립공원 쌍곡탐방지원센터 쌍곡분소, 군자산 들머리입니다. 들머리의 장식문이 무척 낯익습니다. 바로 북한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구간구간 이러한 장식문을 만나게 됩니다. 국립공원에 설치된 표준시설물인 모양입니다. 편평한 흙길 바닥이 무척 편해 보이지요. 그러나 몇걸음 지나 산모롱이를 지나면 길은 조금씩 본색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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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산길에 사각목(침목처럼 생긴)을 얹어 만든 목계단 구간입니다. 목계단 간격이 고르지 않은데다 빗물에 토사가 씻겨 나가 사각목만 불뚝 솟아 삐뚤빼뚤 놓여 있어 딛고 오르가 영 고약스럽습니다. 명색이 국립공원인데, 보수가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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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에 올라서니 제법 험준한 산세가 눈에 들어옵니다. 기암 석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흔히들 ‘충북의 소금강’이라 부르는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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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일행은 배낭없이 차림이 가벼운데 이유인 즉, 두어시간 적당히 산길 걷다가 유턴해 산 아래서 시산제를 올리기로 했기 때문에 배낭을 시산제를 준비하는 곳에 두고 오른 것이지요. 아무튼 대체로 가벼운 마음으로 산에 오른 게 화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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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길이 제법 고개를 쳐들기 시작합니다.계단 밑 직벽에 수평으로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질긴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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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800m를 넘어서자, 응달진 곳곳이 빙판길이었습니다. 3월 하순이라 대부분 아이젠을 빼놓고 와 난감해 하는 모습들입니다. 해발 8백미터가 넘는 산의 경우 경험상 4월까지는 아이젠이 필요합니다.
산이름과 달리 까칠한, 괴산 君子山
산이름과 달리 까칠한, 괴산 君子山
정상표시석은 거친 산세와는 달리 소박합니다. 정상에서 둘러보니 동쪽으로 보개산, 칠보산, 희양산, 백화산, 악휘봉으로 능선이 거칠게 이어지고 남쪽으로 대야산 너머 속리산 연봉들이 롤러코스터처럼 일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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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름과 달리 까칠한, 괴산 君子山
하산길, 산아래 차려놓은 시산제 참석을 위해 걸음을 서둘다가 등로를 놓쳤습니다. 희미하게 이어지던 등로는 낙엽에 묻혀 온데간데 사라졌지요. 엎어지고 자빠져가며 산자락을 헤맸습니다. 간신히 계곡으로 내려섰지만 길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 이끼 낀 바위를 조심스레 건너뛰며 바싹 마른 덤불을 헤쳐가며 겨우 마을어귀로 내려설 수 있었습니다. 호되게 알바산행을 한 셈입니다.
산이름과 달리 까칠한, 괴산 君子山
산이름과 달리 까칠한, 괴산 君子山
올 한해, 이렇듯 산 속을 헤매는 일 없이 안전산행을 소원하면서 산신께 제를 올렸습니다. “부디 무탈하게 산길을 걸을 수 있도록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