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너미
프레너미 / 박한진, 이우탁



두 저자는 미·중 관계와 한국의 전략을 프레너미(Friend + Enemy)라는 틀에서 해석하고 있다. 친구이자 적, 혹은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 관계에 있어 이처럼 적절하고 효과적인 전략은 없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을 접고 각 상황과 실정에 맞는 순발력 있고 경쟁력 있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제 관계 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절대적이고 단정적인 설명처럼 위험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담 형식을 빌어 무거운 주제들을 이해하기 쉽게 해석하면서도 수준 이상의 전문적 식견을 담았다. 실생활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일화와 상세한 설명, 충분한 통계 자료와 전문가 발언 등은 어려운 국제 관계를 쉽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출판사 책 소개)

“(미국과 중국의 아시아 주도권)공유 시나리오는 역사적으로 볼 때 아주 드문 국가 간 권력 분점 양상입니다. 하지만 리더십 공유 방안을 잘 설계한다면 미국에는 현실적인 차선책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중국은 어차피 아이아를 독차지하기보다는 미국과 권력을 분점 하는 데 관심이 더 많기 때문에, 공유가 중국에도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아시아에 머물 것인지 떠날 것인지가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 존재 방식에 관한 문제입니다. AB냐 가 아니라 어떻게 (how)와 관련된 것이죠. (박한진)” 미국과 중국을 대립의 관점에서만 보기에는 너무 많은 요소들이 있다.

미국은 수압파쇄법 등 셰일 오일 신기술 덕분에 미국내 채산성을 갖춘 유전을 확보할 수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 하나인 미국이 에너지 주권 확보 수준을 넘어 글로벌 석유 패권에 거대한 지각 변동을 몰고 올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 일변도의 국제 질서에 제동을 걸며 자기 몫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과제입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원유 소비국이자 세계 1위 원유 수입국입니다. 이에 비해 생산량 기준으로는 세계 5위입니다. 당장 중국에 불리한 판세입니다.” 셰일 오일 추출 기술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이렇게 세계 패권지도를 바꿀 정도의 기술인지는 처음 알았다.

중국의 외교 정책 가운데 눈에 띄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이경촉정(以經促政 경제적 접근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以民促官 (민간교류를 통해 정부 간 관계 촉진)’이 그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국 정부가 한류의 유입을 제한하는 한한령을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 같다.

(사드와 관련하여) “중국 내에서도 한국을 응징하자는 여론이 있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흐름도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오늘 날 한국과 미국, 그리고 국제 사회가 참을 수 있는 한계선을 넘게 된 과정에서 중국의 책임이랄까, 6자 회담 의장국으로서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도 필요한 수순입니다.” 맞는 말이다. 한국이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하게 하려고 할 때 중국은 수수방관했다. 그러고서 이제야 한국 사드만 탓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뭐든지 자기 덩치만 믿고 편한대로 해석하려는 것이 중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한한령은 중국에 대한 실망을 더 크게 한 사건이다.

책 구성이 대화체로 되어있어 산만하고 잘 읽힐 것같지 않았는 데, 하루 밤만에 다 읽었다. 흥미있는 주제들도 많았고, 그걸 설명하는 것도 잘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