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나이가 들어 어머니가 되었을 때 지니게 되는 품성稟性은 대부분 유년시절의 환경과 추억으로 연결된다고 한다. 사랑보다는 간섭과 질타를 받고 자란 어머니는 어느 순간 자식에게 과거 속의 어머니가 되어간다고 하고, 반대의 환경에서 자란 어머니는 설사 자식이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이해하고 기다릴 줄 안다고 한다.

두 명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가 방문을 하였다. 목적은 아이들의 진로적성을 알아보기 위함이었지만 상담의 대부분은 어머니의 개인적인 이야기였다.

태풍 속의 촛불인 일지日支라, 생명이 꺼지지 않게 할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명 불을 밝혀 줄 심지는 변지에 떨어진 체 도끼에 난도질을 당하고 있으니 이른바 심지는 부모父母요 도끼는 재물財物이다.

이러한 사주四柱는 자신의 인생에서 부모德과 학업과의 인연이 박薄하다. 인연이 박薄하니 부모福이라고 있을 리가 없다. 흉문괘凶門卦의 모습인 부모의 자리는 말 그대로 딸에게 사랑보다는 아픔과 상처를 주는 존재였다. 유년 10세에서 19세로 이어지는 학창시절의 흐름은 공망空亡에 살殺이 중중重重하다. 웬일인지 이 시기에 자녀로서 받아야 할 부모님의 사랑은 고사하고 때가 되면 일찍 집 떠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으니 받아야 할 사랑만큼이나 원망만 쌓여갔다.

이제 40대 중년이 된 어머니는 눈에는 눈물이 글썽인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들 뿐이란다. 집 떠나온 20살 이전의 기억은 없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 받지 못한 것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이들과 대화도 안되고 …자꾸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이 어머니처럼 어렸을 때 꼭 사랑을 받아야만 하는 사주는 그 시기에 원하는 사랑이 충족되지 않으면 애정愛情이 애증愛憎으로 바램이 갈증渴症으로 변한다. 다행히 아이들은 어머니의 孫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모두 자신의 그릇을 채우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문괘門卦 또한 건강한지라 사고방식 또한 밝다. 이런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이 어머니처럼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자신의 갈증을 채우기 위해 아이들에게 하는 행동 또한 굳이 어색해하지 않아도 된다.

심리학 용어에 Skin hunger라는 개념이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 아래 때로는 개인의 생각은 무시된 체 ‘상호관계’관점이 우선시 되었지만 이제는 보다 깊어진 생존을 위한 개인의 심리학 관점에서 ‘관계’를 이해해보고자 하는 용어라고 한다.

연구에서는 사회적 관계의 깊이를 막론하고 개인 생존을 위한 친밀함의 요소가 부족하면 마치 배가 고픈 것처럼 Skin hunger를 느낀다고 한다. 정도가 심하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먹는 것에 집착하여 거식증에 걸리기도 하며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한 후 때로는 사례의 어머니처럼 어려서 채우지 못한 사랑과 관심이라는 보상심리를 얻고자 자녀에게 집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인간은 안정된 관계를 통해 Skin hunger를 만족시키고 평안함과 충만함을 느낀다고 한다.지금 어머니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꼭 무엇을 해 줘야겠다는 존재감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라, 자녀 옆에 그냥 함께 있어주는 ‘엄마’라는 그 모습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와 자녀들의 관계가 건강해지면 아이들은 물론 어머니 자신도 건강해지며 결국 가족이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삶의 변화는 자신을 이해하는데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다행히 정유丁酉년의 어머니 자신과 자녀 자리는 모두 길문괘吉門卦라 관계가 돈독해짐을 짐작하게 한다. 2017년 새해에는 웃음 가득한 가정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