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제처럼 야심한 시각에 집을 빠져 나왔다. 미완의 동그라미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무슨 생뚱맞은 얘기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최근 득템한 A워치를 손목에 찬 후부터 생겨난 착한(?) 버릇이다.
사실 A워치의 운동 앱에 끌린 건 한국에 첫 출시된 2015년 6월 어느 날 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얼리 어답터인 社友 S는 출시하자마자 잽싸게 손에 넣었다. 그 덕에 신통방통한 A워치를 곁눈질만 하다가 언제부턴가 후속 모델 출시를 기다리게 됐다. 결국 지난 9월, 시리즈2가 미국에서 출시됨과 동시에 난생 처음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했다. 그만큼 하루라도 빨리 접하고 싶었다. 보름 후 A워치 시리즈2를 만났다. 즉시 스마트폰과 연동시켰고 필자의 나이, 몸무게 등 기초적 신체조건을 입력해 운동 앱을 설정했다. 거기에 맞춰 소모 칼로리 등 일일 목표 운동량이 자동 생성됐다.
이처럼 필자는 年式에 비해 스마트워치에 비교적 일찍 눈을 뜬 것이다.


未完의 동그라미를 위해


‘운동하기’와 ‘움직이기’ 그리고 ‘일어서기’가 각각 세가지 색상의 동그라미로 표시되는 하루의 운동량은 자정을 기점으로 저장되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된다. 전날 운동량이 목표에 이르지 못하면 세가지 색상의 동그라미가 제각각 그려지다 만다. 그렇게 미완의 동그라미는 볼품없는 모양으로 월별 캘린더에 고스란히 올라와 앉는다. 은근히 오기가 발동했다. 어느 날 부턴가, 자정을 넘기기 전에 부족분의 동그라미를 채우기 위해 동네 한바퀴를 돌기 시작했다.


未完의 동그라미를 위해


이게 다가 아니다. A워치는 필자의 출퇴근 패턴도 바꿔 놓았다. 전철 이용 횟수가 늘었다. 집을 나서 두번을 환승해야 회사에 닿는다. 환승 시에는 열차가 진입하기 전, 200미터에 이르는 승강장을 빠른 걸음으로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물론 계단 이용은 기본이다. 그러고도 동네 한바퀴(4km 남짓)를 더해야 목표한 하루 소모 칼로리를 겨우 넘어선다. A워치는 스스로 어떤 경로로 얼마나 움직였는지 사용자의 활동량을 정확히 분석해 낸다. GPS기능이 별도로 있어 스마트폰 연결 없이 지도와 경로, 지점 확인이 가능하다. 이렇듯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며 끊임없이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렇게 웨어러블을 통해 수집된 빅 데이터는 전 산업분야에서 앞으로 어마무시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美 IT분야 시장조사기관 관계자는 “데이터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21세기의 원유”라고 빗대어 표현했다.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고로 들린다.


바야흐로 웨어러블(Wearable)은 대세를 넘어 이미 생활 깊숙이 파고 들었다. 향후 먹을거리를 스마트의류에서 찾기 위한 일본 섬유업계의 움직임도발빠르다. 섬유기업 TORAY는 통신회사 NTT와 손잡고 생체 전기신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혁신적 기능성 소재 개발을 완료했다. 이 소재로 만든 속옷을 입혀 수집된 생체정보를 분석, 관리하는 건강관리 서비스까지 개시했다. 또한 테이진(帝人)은 교토대학과 함께 몸에 감는 것만으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전극 천’을 개발 중이다. 때마침 TORAY는 지난 10월, 한국에 첨단소재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무려 4천 250억 원이 투자되는 공격적 행보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치판은 허구한 날 지지고 볶느라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더니만 급기야 ‘최순실게이트’로 나라 꼬라지가 말이 아니다. 한치 앞이 보이질 않는다. 밤낮으로 뛰어도 모자랄 판인데….
오늘도 완성체 동그라미를 위해 집 문을 나선다. 머릿속은 수세미와도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