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제국을 건설한 국가의 전쟁은 어떠한 모습일까? 과거의 제국들은 자신들의 극단적인 민족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은 필요악처럼,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존재했다. 그들은 전쟁을 통해 타 민족을 지배했고, 인명을 살상했다. 그러나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제정러시아는 제국주의 국가였다. 대륙을 뛰어넘어 정복의 항해를 한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는 인근 지역으로 국경을 넓혀가는 전쟁의 방식을 선택했다. 그래서 시베리아와 극동을 정복하였고, 중앙아시아를 지배하였다. 그리고 부동항을 얻기 위한 전통적인 외교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러시아 남부의 코카서스 지역을 정복하였다.

러시아연방의 북코카서스는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러시아와 북코카서스 민족들 간의 분쟁이 격심했던 지역이었다. 19세기 전반기의 카프카즈 전쟁 (1817-1864) 은 흑해와 러시아 남부로 진출하고자 했던 제정러시아와 이 지역 민족들 간에 이루어진 전쟁이었다. 



1994년 러시아 남부의 북코카서스 지역에서는 체첸 전쟁이 벌어졌다. 어떤 측면에서는 과거의 카프카즈 전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성격이 체첸 전쟁이었다. 19세기 전쟁처럼 체첸 전쟁에서 체첸 민족은 독립을 주장하였다.

이 독립은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완전한 독립의 형태였다. 오늘날 이 지역에서의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러시아 정부는 이 지역에서 더 이상 전쟁이 없다고 강조하며, 유일하게 테러리스트의 준동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러시아의 ‘네자비스마야 가제타’ 는 흥미로운 기사를 전했는데, 이는 지난 1988년 이래, 체첸 전쟁을 거쳐 현재까지 이 지역에서 사망한 러시아 병사나 경찰은 1만 명을 초과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1988년은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가 진행되었던 기간이며, 실제적으로 러시아 병사의 많은 숫자가 사망한 것은 체첸 전쟁 이후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1만 명 이상이나 희생했다는 것은 매우 높은 인명적 손실이다.

외부적으로 드러난 전쟁의 구체적인 예는 전쟁 참여자의 사망수나 민간인들의 피해를 통해 그 전체적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열거해본다면, 러시아 내무부 소속의 군인들은 1988년 이래로 이 지역에서 2,984명이 사망하고 9천명이 부상당했다. 러시아 국방부 소속의 군인들은 1999-2008년 사이에 3,684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1994-1996년 1차 체첸 전쟁 때 사망한 군인들은 ‘크라스나야 즈베즈다’ 지에 따르면, 3,927명이다. 이러한 통계를 통해 약 1만 5백 명 이상의 군인들이 북코카서스에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통계를 통해서 러시아가 이 드러난 전쟁을 통해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입었는지를 알 수 있다.

러시아정부의 측면에서는 이 지역에 대한 안정적 지배를 위해 엄청난 댓가를 지불했다는 것으로 파악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사망한 숫자를 본다면, 1차 체첸 전쟁보다도 1999년 이후에 발생한 2차 체첸 전쟁 기간에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숫자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실상 이러한 수치가 가장 정확하게 집계되지는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리고 민간인 희생자 숫자는 정확하게 보고되지는 않고 있으며, 체첸 내의 반군 및 지지 세력의 희생자 숫자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코카서스에서의 러시아 병사들의 사망자 수가 대체적으로 1만 명이 초과되었다는 것은 매우 놀랄만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아직 확실한 통계가 나와있지 않은 민간인 사망자 숫자는 이보다도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2차 체첸 전쟁을 통하여 사망한 러시아 군사가 1차 체첸 전쟁보다도 더 많은데, 이 전쟁은 당시 푸틴 총리가 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진행한 전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1999년 후반기 총리 시절에 2차 체첸 전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는 사실상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던 것이며, 이후 대통령 권한 대행을 거쳐 러시아아연방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었는데, 그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 2차 체첸 전쟁을 강력히 주도해 나갔던 점이다.

당시에 모스크바 아파트들의 폭파 사건의 배후가 체첸 분리주의자로 공식적으로 공표됨으로써, 러시아 국민들의 체첸에 대한 반감은 극도로 나빠져 있었으며, 푸틴은 이를 적절히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이용했다는 분석이 매우 설득력 있게 수용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북코카서스의 상황은 여전히 복잡하다. 현재 이 지역의 상황은 굳이 표현하자면, 숨겨진 전쟁, 즉 일종의 “새로운 전쟁”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과거와 같은 전쟁의 형태가 아니라 일종의 크고 작은 테러, 각 통치 그룹간의 권력 쟁탈 등 북코카서스 지역의 내부적인 갈등의 측면이 부각되는 형태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어떤 측면에서는 “새로운 전쟁”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늘날 새로운 전쟁이 북코카서스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체첸 전쟁은 전선이 확실히 형성되어 있었다고 한다면, 현재의 북코카서스의 상황은 이러한 형태의 군사적 전선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갈등의 접변 지대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본다면, 현재 모스크바의 지도자들은 북코카서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갈등의 상황을 보면서, 이러한 새로운 전쟁을 어떻게 규정하는 것인가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슬람 사회의 전문가들은 북코카서스에서 지금 누가 누구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지, 혹은 왜 그들이 전쟁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배후에 누가 이러한 전쟁을 조종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즉 1-2차 체첸 전쟁을 통하여 이루어진 군사 작전이나 치열한 전쟁의 양상과 비교해서 지금 현재 진행되는 전쟁 형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는 사실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북코카서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사건들은 이슬람을 공격적인 정치적 목적 하에 이용하고 있다는 측면이 강하다. 즉 이 지역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장기간 규정해 온 이슬람 극단주의나 민족주의와 같은 형태가 부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이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폭력적인 테러나 정치적 행위에서 나타나는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 이슬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그 이유는 그러한 사건이 과거의 뿌리에서 기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전통적으로 북코카서스 사회에 영향을 미쳐 온 사회-경제적 문제가 근원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강조된다. 이는 실업문제, 뇌물, 종족 갈등, 그리고 지역주의, 그리고 정치적 권위주의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잉구세티아 공화국에서는 대통령이 테러를 당해 중상을 당할 정도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테러와 요인 암살 등이 있는데, 이러한 사건의 본질에는 뿌리가 깊은 전통적인 근원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예전에 러시아 정부 당국은 과거 체첸에서 일어난 그러한 사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전쟁에 직면하고 있다. 각 연방 주체들의 권력 구조 간의 뿌리 깊은 원한 관계 등 상호간의 잘못된 관계, 그리고 지역 권력자들과 이 지역의 주요 그룹간의 갈등의 측면도 전방위적으로 분석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즉 러시아 정부는 과거보다는 덜 위험한 군사 세력과 직면하고 있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더욱 더 뿌리 깊은 갈등의 근원적인 세력과 대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제는 이를 다스릴 근본적인 원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상황이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더 세련된 전략을 이 지역에서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코카서스 지역에서의 새로운 전쟁은 이 지역에서 지속될 것이며,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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