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원으로 볼쇼이 극장의 발레를 감상하다-나는 예술도둑> 

2월12일 모스크바의 유서 깊은 장소인 볼쇼이 극장의 신 공연장.

이날의 발레 공연은 러시아의 국민시인 푸시킨의 중편 소설인 ‘삐꼬바야 다마’ (스페이드의 여왕) 였다. 이 발레는 일반적으로 러시아에서 공연이 자주 있지 않은 매우 특별한 프로그램이었다.

모스크바에 출장 중인 필자는 이 공연을 처음 보게 되었다. 저녁에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 혼자 이 공연을 보러 갔는데, 어떤 호기가 생기게 되었는데, 그것은 가장 싼 값으로 이 발레를 보리라는 것이었다. 매표소에서 가장 싼 값의 표를 구입했는데, 가격이 50루블, 즉 2천원 정도였다. 이 정도 낮은 가격으로는 앉을 장소도 높을 뿐더러 위치도 사이드라서 극장 무대 전체조차도 볼 수 없는 그런 좌석의 표를 살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모스크바에서 유학생활을 한 필자는 이에 대해 나름의 대책이 있었는데, 보통 공연 시간 7시쯤 지나면 근처의 중간 자리에도 빈자리가 생기게 되는데, 그 쪽으로 이동해서 보면 충분히 감상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도 1막이 끝나고 1층 무대 근처를 보면, 빈자리가 있기 마련인데, 1막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미리 점찍어 놓은 장소로 이동하게 되면, 2막에서는 매우 편안한 장소에서 세계적인 러시아의 발레를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에도 1층의 왼쪽 사이드 부분에서 ‘스페이드의 여왕’ 이라는 훌륭한 러시아의 발레를 감상하였는데, 이 정도 자리는 2,500 루블, 즉 10만원 정도의 좌석인 것이다.

  유학시절 이러한 방식으로 러시아의 그 멋진 발레를 감상하였는데, 사실상 일종의 예술 도둑인 셈이었다. 가난한 유학 시절에는 이러한 방식은 학생들에게는 매우 적절한 방식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사실상 한국에서 발레 공연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항상 국내 공연 예술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것인데, 알게 모르게 국내에서의 발레 공연은 일반 서민이 접근하기에는 비싸다는 생각을 하였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으로 알려진 러시아 발레를 이런 방법으로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국내 공연에는 그렇게 관심이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이날의 남자 주인공역은 러시아연방의 자치 공화국인 북오세티아 공화국의 공훈 예술가인 ‘알렉산드르 볼츠코프’ 였다. 공연을 보면서 매우 놀랐는데, 이번 공연에서 남자 주역 무용수는 거의 1막과 2막을 한번도 쉬지 않고 출연을 하는 것이다. 조지 클루니와 존 트라볼타를 반씩 닮은 듯한 이 남성 발레리노의 연기는 매우 역동적이고 동작이 화려하였다.

  러시아 발레 중에서 남성 무용수의 역할이 이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연을 다른 작품에서 본 적이 없었다. 매우 독특하였다. 공연의 중간과 공연이 끝나고도 정말 오랜간만에 발레리노에게 커튼콜이 집중된 것도 매우 특이한 경험이었다. 국내에도 최근에는 매우 뛰어난 남성 무용수가 등장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스페이드의 여왕’이 공연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남성 주역 무용수가 많이 배출되는 시기에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볼쇼이 극장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러시아가 전세계 예술의 중심 지대에 있고, 예술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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