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은 피어나니“

T.S.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에서 엘리어트는 황무지에서도 피어나는 라일락을 보면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하였다.
2009년 4월의 마지막 날인 4월30일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었다. 그 이전 지난 3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수사와 관련해, 수사 책임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4월은 잔인한 달, 오히려 지난  겨울은 따뜻했네”

이 관계자는 엘리어트의 시와 아마도 원로 작가인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인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패러디하여 이러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였다. 
2009년 4월의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 사건은 대한민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전세계적으로 2009년의 4월은 잔인한 계절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파장이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SI(신종 인플루엔자)가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 글로벌 위기의 시대가 오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동일하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국의 환율 가치뿐 만아니라, 주식, 연금 등의 수익이 폭락하는 금융 위기를 겪고  있다. 마치 1990년대 마지막 해의 러시아 금융위기처럼, 러시아에 닥친 이 어려운 상황은 러시아사회의 급진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전조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 러시아의 권력을 영원히 움켜쥘 것 같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총리의 위치도 흔들리고 있다는 보도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경제적 위기의 책임을 지고 있는 푸틴 총리에 대한 시위가 모스크바에서 일어나면서 푸틴 총리의 입지가 예전에 비해 많이 약화되고, 이 틈에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권력을 쟁취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푸틴은 8년간의 대통령 권좌에서 물러나고, 현재 총리로서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통령보다도 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러시아 권력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지 매우 관심 깊게 지켜볼 일이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이중권력의 순간이 있었다. 1917년 볼셰비키가 성공시킨 10월 혁명 이전에 제정이 붕괴되고 난 뒤에 1917년 2월부터 10월 혁명기간까지 볼셰비키 세력과 임시정부 세력 간에 이중권력의 시대가 있었고, 1920년대 트로츠키와 스탈린 간에도 일종의 이중권력 시기가 있었으며, 1960년대 브레즈네프가 권력을 장악하기 이전 코시긴과 브레즈네프 간의 이중권력의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중권력의 시기는 오래 가지 않고,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역학 관계를 보여주었다.  

4월은 한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잔인한 달이었는지는 모르지만, 4월의 중간 날인 4월 15일은 러시아의 국민가수 ‘알라 푸가초바’의 60회 생일이었다. 이 유명한 국민가수의 생일 기념 음악 콘서트가 ‘크레믈린 궁전’에서 3일간 열렸다. 매일 7천명의 관객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이 콘서트는 알라 푸가초바가 지난 3월에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뒤라서 수많은 모스크비치의 관심을 끌었었다. 이 은퇴 기념 콘서트가 열린 ‘크레믈린 궁전’은 과거 소연방 시절, 인민대회가 공식적으로 열린 장소로 유명하며 현재는 발레 공연과 콘서트가 열리는 예술의 공간으로 변해있다.  
  
알라 푸가초바는 17세 때부터 러시아의 최고 가수로 자신의 이름을 소비에트 명부에 올려놓았고, 소비에트 시대뿐만 아니라 소위 포스트소비에트 시기(1991년 소비에트 붕괴이후) 에서도 러시아 제 1의 국민가수로 러시아의 살아있는 '레전드‘였다. 
  
그녀는 모스크바 국립 음악전문학교 지휘-합창과에서 음악을 공부하였다. 16세에 ‘로보트’ 라는 노래로  대중 앞에 처음 선을 보였고, 26세에 불가리아에서 개최된 페스티벌인 “황금의 오르페우스”에서 대상을 받은 이후 러시아 최고 가수의 반열에 올랐고 지금까지 그 정상의 자리에서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는 러시아의 대표적 톱가수 이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는 그녀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푸가초바의 다양한 삶을 재조명하였다. 개인적 사생활에서 남성에 대한 관점은 대체적으로 너그러운 편이며, 개인적으로 쇼핑을 전혀 즐기지 않는다.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재어보고 선택하는 것은 거의 재앙과도 같은 일. 그러나 화장품 구입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가장 사랑하는 축제는 봄이 시작하는 첫 번째 일요일, 친구들이 자신을 방문하며 노란 꽃만으로 이루어진 꽃다발을 선물로 준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에는 친구들과 함께 거리로 나가 음산하고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이 꽃다발을 선사한다.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것은 딸, 2명의 손자들, 그리고 자연. 나뭇잎 사이의 내리쬐는 햇빛, 여명, 일몰의 순간을 매우 사랑하며, 봄과 라일락을 엄청나게 사랑한다고.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모기.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의 기자는 그녀에게 요술이나 이교도적인 행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그녀의 대답은 그것은 죄이고 아주 어리석은 행위라고 한다. 교회에 가서 성인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신앙적 행위로 보고 있다. 가장 사랑하는 색깔은 하늘색과 흰색. 그러나 자신은 항상 검은색 옷을 즐겨 입는다고. 

1963년, 그녀의 나이 14세인 소비에트 시대에 그녀의 아버지는 확실하지 않은 죄목으로 체포되어 몇 년 간의 옥살이를 한 사실이 최근에 알려지기도 했다. 
 
알라 푸가초바는 1949년 4월 15일 생일이며, 모스크바 태생이다. 4번의 결혼과 4번의 이혼 경력. 현재는 싱글(?)이다. 한명의 딸과 두 명의 손자가 있으며, 젊은 남성들과의 스캔들이 많은 편이다. 

그녀의 콘서트는 크레믈린 궁에서 이루어진 3번의 공연이 마지막 공식 무대가 되었지만, 당분간 러시아 지방 도시, 구소련 연방의 몇 개 나라들, 이스라엘, 독일, 미국 등을 순회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여성 듀오로 유명한 ‘타투(TATU)'가 한국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푸가초바는 한국을 방문한 적은 없다. 

순회공연팀의 공식 명칭은 러시아어로 <아뜨 아쁘렐랴 도 아쁘렐랴>, 영어로는 ’from April to April'로 해석되며, 그 의미는 ‘4월에서 4월까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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