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설악의 속살을 탐하다


설악산 장수대 공원 분소를 통과해 송림 사이로 난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내 아찔할 목계단이 까칠하게 막아서고 계단은 대승폭포 전망대까지 쭉 이어집니다. 계단으로만 얼추 300m 가까이 고도를 높혀야 하는 마의 구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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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드리운 먹장구름이 건너편 삼형제봉과 주걱봉에 걸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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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저 산자락엔 가을빛이 완연할텐데… 추석연휴 끝날(9/18) 설악산 대승폭포 오름길에서 내려다 본 풍경입니다. 목계단을 따라 줄지어 오르는 산꾼들이 점점이 꼬물거립니다. 유난히 독했던 지난 여름과의 이별의식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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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다 올라서면, 대승폭포가 그 위용을 드러냅니다. 수량이 풍부한 우기에는 폭포음이 지축을 뒤흔들 정도라 하나 88m 벼랑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영~ 시답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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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설악의 속살을 탐하다


장수대 분소에서 2.7km를 걸어 설악산 서북능선에 닿았습니다. 대승령(1,210m) 표시목이 보입니다. 팻말은 남교리까지 8.7km를 가리킵니다. 대승령 표시목 옆엔 등로 보수를 위한 자재가 어지러이 놓여 있습니다. 대승령은 설악산의 여러 고개 중 가장 중요한 길목입니다. 이곳에서 대승폭포, 백담사, 한계령, 대청봉, 십이선녀탕, 어디로든
길이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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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가 숲을 촉촉하게 적십니다. 이 비 그치고 나면 단풍밫깔이 더욱 선명해지겠지요. 안산 갈림길을 지나 십이선녀탕계곡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서쪽 방향으로 무딘 뿔처럼 뭉툭한 암봉이 안산(1430.4m)인데 아쉽게도 숲안개 뒤로 숨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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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끈한 암반을 타고 바위소로 흘러드는 옥수의 자태가 시선을 강탈할만큼 자못 육감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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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가로질러 놓인 다리를 막 건너려는데 ‘비상령’이 내려졌지요. 다리 끝단에 십수마리 말벌이 출몰, 산꾼들을 위협했기 때문입니다. 도리없이 다리 건너기를 포기하고서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건너편 산길로 기어오르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그 와중에 일행 중 한명이 벌에 쏘였고 이내 혼절하며 바닥에 쓰러지는 바람에 모두들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이내 일어나 안도 했지요. 손가락 마디만한 놈들 위협에 몇 배 덩치 큰 인간들이 허둥지둥대야 하다니…영~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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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이름만 십이선녀탕이지, 실제로 바위소는 8개 뿐이어서 팔선녀탕이라고들 하지요. 그 중 복숭아 모양을 한 바위沼가 으뜸입니다. 그렇게 유유자적하며 미끈한 선녀탕의 자태가 뿜어내는 설악의 상서로운 기운을 듬뿍 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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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km를 걸어 남교리 공원 입구로 빠져나오니 다시 사바세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