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일은 정말이지 알 수 없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으니까요. 아무도 못막을 듯 승승장구하던 사람들이 말 한마디 잘못해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보면 도대체 무슨 조화일까 싶어집니다.

  MBC 인사 문제로 설화를 일으킨 끝에 낙마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만 해도 그렇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상식적으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옛어른들은 이럴 때 "귀신이 씌였었나 보다"라고 하던데 진짜 그런 걸까요.

  자나깨나 말조심을 해야 하는 건 보통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시화문(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다)'이라고 한 마디만 참았으면 탈이 없을 걸 홧김에 혹은 미운 김에 아니면 뭔가 잘난척 힘 있는 척 과시하고 싶어 못참고 입밖으로 내뱉으면 결국 후회막급인 수가 대부분입니다.

  술 마시고 하는 말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술이란 게 묘해서 일단 들어가면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사람을 흐트러지게 만드니까요. 기분이 좋으면 좋은대로 안해도 될 말을 했다 책임질 일을 만들고, 기분이 나쁘면 잘 참고 있다가도 종국엔 내뱉지 않았어야 하는 말을 쏟아내 화를 부릅니다.

   제 경우 경험상  언짢은 일이 있는 날은 절대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속상한 채 마시다 보면 결국 뒷탈이 생기곤 했으니까요. 누군가 위로라도 해주면 감정이 복받치고 그러지 않으면 서러워서 더 울화가 치밀고. 결국 수습하기 난감해진 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선선한 가을 지나면 춥디 추운 겨울 온다고 화풀이라는 게 하고 나면 잠깐은 시원한데 그만 북풍한설을 몰아오는 수가 적지 않습니다. 뭐든 해댄 사람은 곧 잊는데 당한 사람은 좀처럼 잊지 않고 가슴에 쌓아뒀다 되갚아줄 기회만 노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지요.  

  어쩌겠습니까. 조심 또 조심해야 하지만 기왕 벌어진 일이면 눈 딱감고 웃어볼 수밖에요.민망해서 피해 다니면 사태는 더 심각해지기 십상입니다. 술김에 안해야 할 말을 했다면 다음날은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잘못했다,죄송하다" 사과하고 미소지어봐야  합니다.

 안그러면 정말 괘씸죄에 걸려 무슨 일을 당할지 모릅니다.쑥스러워 하면서 웃으면 "그렇게 섭섭했어?" 식으로 자기 감정을 표현할지도 모릅니다.상대가 뭐라고 말을 하면 별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무서운 거지요.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지 않습니까. 애써 봐야지요.    
 
<술김에 2>

봉급쟁이 속앓이
참다 참다
그만 터뜨렸다

"내가 뭘 잘못해 물 먹이느냐?"
꽥 소리치고
탁자도 내리쳤다, 쾅!
술잔 엎어지고 
여기저기 흐른 술
닦느라 허겁지겁

가슴 가득 ,
목까지 차올랐던 응어리 뱉어낸 뒤
후련한 기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부끄럽고, 불안하다

차라리 필름이 몽땅 끊어졌으면
이렇게 난감하진 않을 텐데
어쩌랴
취중 실수니 봐달라며 웃을 수밖에
머리도 좀 긁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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