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났습니다.기쁨에 환호하고 억울함에 땅을 치던 순간도 모두 지나갔지요.올림픽 기간 내내 울고 웃으며 새삼 절감한 게 있습니다.세상사란 결과가 나올 때까진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란 사실이지요.
 
  이승훈의 경우 첫번째 은메달도 예상을 넘어서는 것이었지만 두번째 금메달은 더더욱 놀라움 그 자체였지요.1등으로 들어온 크라머가 아마추어도 하지 않는다는 실수를 해 실격당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여자 쇼트트랙 계주팀이 따놓은 금메달을 잃게 될 줄, 성시백이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넘어질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넘어진 선수를 건너뛰기까지 한 오노가 실격당하는 것도 생각하기 어려웠지요.

  은메달이 금메달이 되고,금메달인 줄 알았던 게 노메달이 되고,금메달에서 동메달이 됐다 다시 은메달이 되는 놀랍고 기막힌 일들을 보면서 세상만사 인간의 힘만으로 안된다는 걸, 신의 힘이 그야말로 조금은 필요하다는 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어쩌겠습니까.기도해야지요.

  그러나 동계올림픽의 마라톤이라는 '크로스 컨트리 남자 50km' 경기를 보면서 저는 그래도 인간의 노력과 열정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눈 위를 스키를 신은채 걷고 뛰는 크로스 컨트리 50km는 사람의 힘과 인내를 시험하는 경기나 다름없습니다.평지도 아니고 오르막내리막이 심한 5km구간을 10바퀴 도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2시간이 넘도록 계속되는 이 경기의 승부가 불과 0.3초만에 갈린 겁니다.그것도 줄곧 2등이던 노르웨이의 노르투그 선수가 결승선이 빤히 보이는 마지막 50m에서 앞서가던 독일의 테이크만을 따라잡은 것이지요.기록은  2시간 5분 35초 5,테이크만보다 0.3초 빨랐습니다.
 
 최후의 순간 역전에 성공한 노르투그 선수가 이렇게 말했다지요."레이스가 너무 빨라 우승을 확신할 수 없었지만 끝까지 선두권을 유지하면 1위를 따라잡을거라 생각했다." 계속 뒤지면서도 완전히 처지지만 않으면 역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겁니다.
  
   더 놀라운 건 55명 선수 중 맨끝에서 달린 2명,안도라의 소울리에와 덴마크의 토르 올센의 경쟁이었습니다.둘 다 꼴찌를 면하려 죽을 힘을 다해 결승선을 통과한 뒤 쓰러졌습니다. 차이는 0.1초.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인구 7만명의 작은 나라 안도라 대표인 소울리에의 승리였습니다.
   그 순간 소울리에의 기쁨은 금메달리스트보다 더한 듯했습니다. 토르 올센 역시 50km를 끝까지 완주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지 않았을까요.  

  살다 보면 뜻같지 않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억울하고 분한 일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그러나 크로스컨트리에서 보듯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으면 역전도 가능하지 않을른지요. 50km를 달린 승부가 0.3초와 0.1초로 갈리는 것처럼 인생도 최후의 순간까지 죽을 힘을 다하다 보면 불가능할 것같았던 따라잡기가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역전승>
 앞서가는 이
 뒤를 볼 수 없어
 다 왔다,이겼다
 방심하는 순간

 무슨 소리,
 뒤에서 다가서는 듯
 앞선 이,
 결승선에 발 디밀다
 
 승리를 도둑질하다니,
 가슴쳐봐야
 게임은 끝났다.
 아,마지막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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