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유명 여가수가 자신의 노래가 표절곡이라고 솔직히 고백하고 활동을 당분간 접었다고 합니다. 저도 뉴스를 통해 그 노래들을 들어보니 정말 원곡과 너무 흡사하더군요.  이 여가수 전에도 연예계를 시끄럽게 했던 한 남성그룹의 표절시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그룹이 표절했다는 인디밴드의 노래 또한 일본노래를 표절했다는 시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한 음악평론가의 말을 듣고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일이 가요계에서는 빈번한 일이라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세익스피어 이후로 진정한 창작은 없다'는 얘기를 인용하여, 창작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표절한 사람들을 다소 옹호해주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 하지만 그보다는 요즘의 작곡 방법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조합과 편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마감일에 쫓기다보면 그런 표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선을 넘기도 하는 것 같고요.

  사실, 이런 일은 HRD업계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강의자료를 베끼는 것,
  컨설팅 결과물을 베끼는 것,
  기획안을 베끼는 것 등

  이렇게 하게 되면 쉽게 갈 수는 있습니다. 제출마감일이나 촉박해진 강의일정에 맞추어 무사히(?) 일을 마칠 수도 있습니다. 연예계처럼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 지켜보는 것도 아니고, 해당 교육생들, 그 회사의 관계자들 뭐 이런 사람들만 속이면 되니까 말입니다.

  사내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경력으로 입사한 경우, 조직 내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이전 회사에서 당시 다른 직원이 만든 기획안이나 외부에서 받은 컨설팅 결과물 등을 자신이 직접 만든 것처럼 꾸며서 기획안을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이전 회사에서 상당히 많은 기간동안 검토를 거쳐 다듬어진 것이니, 그럴듯해 보일 수는 있으나 처음부터 현재 회사의 니즈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만든 것이 아니라서 그 회사의 맥락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게 되겠죠. 어쨌든 처음 얼마간은 그렇게 베낀 기획안들로 버티다가, 조만간에 바닥이 드러나면 능력에 의심을 받게 되기도 하고요.

  사실 정보화 사회, 지식화 사회의 가속을 이끈 인터넷 기술은 표절에서도 지대한 공헌을 한 것 같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표절한 사람은 자신이 1차 표절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 표절 대상물도 무엇인가를 또 표절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앞에서 얘기한 남성그룹의 표절이야기처럼 말이죠.

  가끔 강의실에서 강사분들 강의를 모니터링 하다보면 저 얘기는 다른 강사분이 하는 얘기나 슬라이드와 너무 비슷한 것 같은데 하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물론 산업교육 분야의 강사분들의 경우 완벽한 자기창작만을 가지고 강의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닐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는 이해는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표절과 인용의 차이일 것입니다. 완벽하게 다 베끼는 경우는 예외겠지만, 어느 정도 인용을 해야 한다면, 그 출처를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하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다 베꼈는데도 자신이 만든 것처럼 얘기하는 것..  이것은 지식인으로서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런 행위는 원본을 만든 상대방에 대한 지적재산권 문제를 떠나, 베끼는 당사자 스스로에게도 안좋으니까 말입니다. 즉, 베끼면 베낄수록 자신의 창의적인 능력은 점점 희박해져 가는 것이죠.

  주변에서 베끼기가 습관화된 사람을 보면 이미 도덕적인 차원이나 부끄러움은 버려진 것 같습니다. '베끼는 것도 능력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죠. 그리고 자신이 베꼈다는 사실조차도 망각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내용의 90%를 베끼고 10%의 자기내용과 편집만 다시 했다는 것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한 것이라고 착각하니까 말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들은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일단 먼저 베낄만한 자료가 있나 없나를 먼저 찾게 되고, 그러다보니 평소에도 어디에 나중에 베낄만한 정보나 자료가 있는지 혈안이 되어 찾게 되는거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보면 점점 기획능력이나 창의적인 업무수행능력이 떨어져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마 스스로는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솔직함을 통해 떳떳해져야할 것 같습니다. 베꼈을 경우 어디서 이만큼은 베꼈다고 하고, 더 중요한 것은 베끼기 전에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보려고 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제 파워포인트 한장이라도 자신의 노력과 생각을 넣어 만들어보려는 모습.. 이것이 우리 HRD담당자에게는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의 HRD분야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진정한 창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결과물들만 제대로 인정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가 하네요. (사실 주위에 보면 베끼지 않고 자신의 노력으로 무엇인가 만들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는 합니다..)

  그러면에서 보면 그 나마 그 여가수의 입장표명은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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