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쟁이 목숨은 파리 목숨이라고들 합니다.왜 하필 파리일까요.초파리의 염색체가 사람과 거의 같다는데 그래서일까요.여름철 파리 목숨이란 게 언제 어떻게 될 지 몰라 그런 걸까요.아무튼 전처럼 파리가 흔하지 않은 지금도 봉급쟁이 목숨은 파리 목숨에 비유되곤 합니다.

  실제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이라도 노동조합이 없는 곳의 직원,노조가 있어도 조합원이 아닌 사람은 늘 불안불안한 게 사실입니다.나이 들수록, 위로 올라갈수록 윗사람 눈치를 더 보게 되는 것도 그래서지요.젊고 딸린 식솔이 없으면 까짓 것 한판 붙고 새 길을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나이 마흔 넘고 자식이 하나라도 있으면 꼼짝없이 참아야 하는 수가 대부분입니다.

 사정이 뻔하니 "알아서 하라"거라 "꼼짝 말라"는 신호가 노골적으로 와도 어쩌지 못하고 퇴근길 소주 한 잔으로 달래는 수도 많습니다.은근슬쩍 혹은 대놓고 무시하는 말을 들어도 마찬가지지요.오너가 아닌 한 윗사람 처지 역시 크게 다를 것 없으련만, 내 목숨에 관한 한 직속상사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수가 많으니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도 그냥 참는 거지요.

 살다 보면 이러다 내가 소설 '변신'(카프카)의 주인공처럼  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하는 건 아닌가 싶은 끔찍한 생각에 사로잡힐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없겠습니다만 주위에서 보니 오래 버티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공통점은 있더군요.

 스스로를 갈고 닦아 실력을 키우고,비굴하진 않되 싹싹하게 굴고,윗사람이나 동료들이 무시하지 못하게 대내외 네트워크를 두껍게 쌓고,어떤 일에겐 집념을 보이는 겁니다.겸손하되 때로는 무섭게 보이는 대목도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실력과 서비스정신 그리고 배짱을 함께 갖출 때 살 길이 열린다는 생각입니다.적어도 30여년 봉급쟁이인 제 경험으론 그렇습니다.

 <파리 목숨>

왁자지껄 술자리,
윗사람 옆에 앉아
술상무 노릇 앞장선 이,
취했을까
목소리 커진다,떠든다.

 "조용히 해라"
 "자꾸 그렇게 왱왱거리면 잡는다,
파리채로 확!"
 
 윗사람 한 마디에
 움찔,한다
 다른 사람 안들리게 
 속삭인다
 "우리 전무님께 술 한잔 권하세요"

머리 속에 천둥 번개 친다
우르릉 쾅!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