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연구실로 졸업반 최양이 웃음 가득히 들어온다. “교수님 저 취업됐어요!” 취업확인서를 봉투에서 꺼낸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L그룹의 곤지암리조트였다. 호텔, 연수원, 골프장, 스키장 등이 한 곳에 있는 규모가 매우 큰 곳이고 이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취업준비생들이 1순위로 선망하는 곳이다. 최양을 마주보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 습관처럼 발동한 교수의 호기심은 최양이 면접관들로부터 인정받은 진짜 성공요인이 무엇인가 알고 싶어 질문을 이어갔다.



최양은 “호주 리조트에서 변기를 닦았던 것을 잘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라며 호주에서의 인턴생활을 회상하듯 설명해준다. 인턴생활 중 수영장에서 고객안내는 물론 다른 인턴학생들은 꺼려하는 하우스키퍼, 룸메이드를 자청해서 하면서 손님들이 지저분하게 쓴 변기를 깨끗이 닦았단다. 귀국해서는 방학 때에 리조트에서 현장실습을 하면서 리조트의 직무들을 배워갔다. 드디어 졸업을 앞두고 집 가까운 곳에 있는 L리조트 공채에 응시했고 최종면접자 5명 중 혼자만 합격했다며 뽑아준 회사에 고마워했다.



옆에서 보아온 최양의 이른바 취업스펙은 약했다. 최양 자신도 면접장에서 본 서울과 수도권의 쟁쟁한 응시생들이 대단하더라고 말한다. 그런 최양이 서류심사와 면접의 과정을 거치며 인정받게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내가 면접관이었어도 리조트나 호텔의 기본은 ‘청결’과 ‘친절’이기 때문에 변기를 닦았던 최양의 태도와 경험을 인정해 주었을 것 같다. 변기를 닦아본 사람이 장차 매니저가 되면 청소나 객실관리도 잘 지휘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업(業)의 기본을 아는 사람을 당연히 뽑았을 것 같다.



최양의 영어점수는 높지 않았지만 리조트에서 소통 가능한 정도의 회화는 되는 듯했다. 최양의 다음 목표는 몇 년 내에 리조트에서 영어로 외국인을 상담하는 직무로 이동하고 싶은 것이며 이를 위해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새로운 직무로 이동하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실습이나 인턴을 이와 같이 진지한 자세로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어서 아쉽다. 지난 여름방학에 여학생 세 명이 가까운 리조트로 실습을 갔었다. 그들은 리조트 업무를 부서별로 일주일씩 옮겨가며 체험했는데, 연회부에서는 홀서빙 실습을 시켰다. 학생들은 실습학생에게 식당종업원 같은 일을 시켰다고 불만이었다는 후문이 돌았다. 또 중소기업으로 실습을 간 학생들 중 일부는 창고정리를 시켰느니 일을 제대로 안 가르쳐주느니 하는 불만을 한심스럽게 이야기 했다. 리조트에서 홀서빙은 기본중의 기본업무인데도 그걸 모르는 것인가? 그리고 중소기업도 자재관리를 위해 창고를 자주 정리하는 것이 기본적인 일임에도 그것을 학습으로 생각하지 않고 노동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실습을 갔어도 최양 같이 스스로 무엇인가 얻어오거나 귀여움을 받고 오는 학생이 있는 반면에 불만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학생이 있다. 직장은 프로페셔널들이 모인 곳이다. 학생이지만 프로들이 하는 일을 거들며 프로들의 일하는 자세와 방법을 배운다는 것은 이미 프로다운 자세로 실습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방학을 맞아 실시하는 직장체험에서 기본자세를 익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