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치과의 간호사가 밝은 미소로 맞아주며 “우리 집이 요즘 너무 행복해요, 딸 아이가 진로를 정했어요. 지금부터는 수석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라며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 현재 여고 2학년인 딸이 앞으로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를 가족회의를 해 가면서 내린 결론은 “이공계를 선택하되 전공은 금형공학이고 목표는 폴리텍대학이다” 라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또 “현재 2, 3등급을 오르내리는데 앞으로 1년 간 노력해서 수석입학을 해보겠대요. 가능하겠지요?”라며 기쁨도 내비친다.

어머니는 딸이 전문직이 되어 일하다가 출산과 육아를 끝낸 후에도 다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있었다. 필자가 코치한 것은 “선택하려는 직업의 뿌리가 깊어야 하며 여러 곳에서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쓰임새가 넓어야 할 것”이 첫 번째 조건이었다. 그리고 “유행성 쏠림현상이나 잘못된 선입견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직업가치를 분석하는 자세”가 두 번째 조건이고, 세 번째 조건으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한다”는 원칙을 코치했었다.

그런 원칙에 따라 학생은 이공계, 보건계의 여려 직업들을 알아본 결과 컴퓨터를 활용해서 뭔가 디자인하거나 만들어내는 일이 좋겠다는 것으로 압축을 해간 결과 최종적으로 ‘컴퓨터응용금형설계학과’를 찾아냈으며, 그것을 가장 잘 가르치고 취업률도 높은 폴리텍대학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 학생의 경우 전공학과는 물론 진학할 대학까지 진로설계를 마친 똑똑한 학생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어머니의 금형기술에 대한 이해가 중요했다. 어머니에게는 필자가 예를 들어 설명했는데, 치아의 본을 뜨고 치아보철물을 만들고 또 컴퓨터영상촬영기계나 부속품도 금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설명을 금방 이해했다. 몇일 후에는 치과홍보물에 인쇄된 CAD, CAM이라는 용어까지도 이해하고 있었다.

또한 교목신부님이 진로결정에 동기부여를 한 것 같다. 신부님은 학생의 설명을 듣고 그 의견에 충분히 공감한 후 기왕이면 수석합격을 목표로 하라는 도전적 동기를 부여하는 조언을 해주었다. 본인의 노력과 결단, 주위의 조언이 10대의 인생설계도의 밑그림을 일찍 완성시켰다.

사람이 태어나면 많은 것을 만나지만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는 직업, 가치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일은 행복의 원천’이며 ‘다른 중요한 것을 만나게 하는 기준’이 되어 준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직업을 잘 선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그래서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직업적성검사를 해보고 어른들과 상의하며 또 전문가의 조언을 듣기도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평생을 가꿔가야 할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며, 온 가족의 고민꺼리가 된다. 재능에 맞지 않는 직업을 선택해서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온 기성세대들은 자녀들과 후진들이 제대로 된 선택을 가급적 빨리하고 흔들리지 말기를 바란다.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이 진로를 결정한 것을 본 엄마는 중요한 고민이 끝나서 온 가족이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여러분의 아들이나 조카가 앞으로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류계층에 속해 평생 잘 살기를 원한다면 미래학자의 다음과 같은 조언을 받아들여보기 바란다. 피터 드러커(P.F.Drucker)는 “앞으로의 사회에서 가장 뚜렷하게 부각될 사람은 ‘지식기술자(knowledge technologist and technician)’ 들이다. 지식기술자는 제조업의 현장기술자, 컴퓨터기술자, 소프트웨어설계자, 임상실험실의 분석가, 기술법률전문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체로 머리와 손을 동시에 쓰지만 머리보다는 손으로 하는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이다.”라고 소개했다(Next Society, 2002). 머리로 생각한 것을 직접 실행(작업)해 낼수 있는 실천능력을 갖춘 기술자를 말한다.

피터 드러커의 주장은 현재 우리가 선호하는 직업의 순위가 바뀐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패러다임으로 후진들에게 직업선택을 조언해서는 안 된다. 지금 10대인 고등학생이 왕성한 직업활동을 할 30대 후반인 20년 후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조언해야 한다.

지금 고등학교에서는 수능대비와 수시지원 등 진로결정의 순간들이 다가오고 있어서 본인과 부모들의 고민이 이어질 것이다. 그럴수록 현재의 시류에 휩쓸리는 전공이나 겉으로만 좋아 보이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삼가고 20년 이후에 가치를 발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한다는 원칙을 잊지 말기 바란다.

88올림픽을 유치한 후, 올림픽유치위원장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이 대학생들과의 TV 대담에서 일각의 우려를 없앤 자신 있는 한마디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만일, 올림픽 후에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지 못한다면 몽둥이를 들고 나를 찾아오라.”는 말이었다.

필자도 진로선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겠다. “만일, 기술자의 길을 선택한 후에 후회하는 일이 생기면 몽둥이를 들고 나를 찾아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