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턴사원제도에 대해 말이 많다. ‘대학 나온 인턴들이 잔심부름이나 하다 그만 둔다’고 꼬집는다. 그러나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인턴사원은 하찮게 보이는 일, 허드레 일부터 배우고, 그런 작은 일들을 성공시켜가는 과정에서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차근차근 키우고 자신감과 실무적응력을 향상시켜 가는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몇 년 전 캐나다 출장 때에 묵었던 호텔을 들어설 때, 젊은 여직원이 친절한 인사와 미소로 맞아 주었다. 짐을 정리하고 로비에 내려왔을 때도 그 자리에 서있으면서 손님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몇 시간 후에도 역시 같았다. 그녀의 근무 자세에 감동하여 명함을 한 장 달라고 요청했더니, 자기는 대학생이며 어프렌티스십(apprenticeship : 인턴, 견습 의미) 중이라 명함이 없다고 했다. 일을 배우는 대학생의 자세를 넘어서는 친절과 적극성을 발휘하고 있었다.

반면에, 인턴사원제도가 생소하던 IMF사태 후, 청년취업촉진을 위해 국비 해외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동료들이 힘들어 했던 것은, 어렵게 취업처를 개척해서 외국에 보낸 학생들로부터 항의전화를 받는 일이었다. 호텔에 인턴사원으로 간 학생은 국제전화로 “일은 안 맡기고 창고 같은 곳에서 전표정리 같은 일만 시킨다”고 하면서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인턴십에 대한 이해부족과 너무 큰 기대를 갖고 간 때문이었다.

인턴사원의 자세에 도움이 될 좋은 사례가 있다. 외국인회사의 여성임원이 된 분의 별명이 ‘카피걸(copy girl)’인데 수습사원 때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분은 복사부탁을 받으면 매번 복사기 유리를 깨끗이 닦고 글씨가 작은 것은 확대복사해서 보기 편하게 해주는 등 정성을 들여 복사를 했다고 한다. 그런 좋은 습관을 인정한 선배들은 그녀에게 일도 많이 가르쳐주고 밥 먹으러 갈 때 자주 데리고 가더라는 것이다.

또 스크랩맨이란 별명을 얻은 임원 역시 수습사원 시설에 자료 스크랩 지시를 받으면, 그 주제와 유사한 다른 자료들을 찾아서 함께 붙여주거나 자료 아래에 자신의 의견을 메모지에 적어 붙여주는 등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하나를 시키면 두 세 가지를 알아서 해주는 후배가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분들은 동기보다 매번승진이 빨랐다고 한다.

한 대기업의 인사부장이 입사 2개월 차 수습사원으로부터 면담요청을 받고 마주 앉았다. 그 사원은 “똑똑한 사원들을 뽑았으면 일을 시켜야지 왜 안 시키냐”고 당돌하게(?) 항의하더라는 것이다. 그에 대해 인사부장은 “제가 무엇을 잘 할 수 있으니 제게 그 일을 좀 맡겨 주십시요” 라고 선배들에게 건의해본 적이 있는지, 또 “그 능력을 증명해 본 것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선배들이 시키는 잔일부터 제대로 해보라“고 충고했다 한다.

신입사원의 진정한 능력은 하찮아 보이는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 내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신입사원의 실무적응력이 인사담당자들의 기대수준에 50%도 미치지 못하며(파워잡 조사결과), 신입사원은 2년 정도는 훈련을 시켜야 일을 시킬 수 있고 그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임금을 포함해 자그마치 2억 원에 가깝다(전경련 조사)고 하니, 기업은 준비된 인재를 찾는 것이 당연하다. 준비된 인재는 작은 일에도 정성을 쏟을 수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 그러나 많은 청년들은 작은 일, 단순한 일, 허드레 일은 일이 아닌 것으로 안다. 큰 착각이다.

얼마 전 보도에서 은행이나 대기업 인턴사원으로는 들어가기도 어려운데, 잔심부름만 시킨다며 나가는 현상을 꼬집었다. 우리 청년들이 허드레 일의 가치를 모르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다. 돈을 취급하거나 회사의 기간직무(基幹職務)를 인턴사원에게 맡길 수 없는 것이 조직의 입장이다.

인턴사원 시절에는 비중 있는 일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간단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발휘하고 조직생활 적응력을 키워간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선배들은 뒤에도 눈이 있어서 후배사원의 마음을 훤히 읽고 있다. 복사, 스크랩, 이면지 정리, 구석진 곳 청소 등 작지만 자기인성을 제대로 보여줄 일은 많다. 선배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