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혼란으로 불안해 하고 있다. 이는 월가의 넥타이족들이 보통사람은 알아듣기 조차 어려운 용어를 써가면서 만들어 낸 이상한 상품을 유통시키면서 초래된 것이다. 결국 첨단금융기법을 구사 한답시고 폼 잡던 금융맨들이 결국 인류 후생복지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 와중에서 우리는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중국 불법어선을 단속하던 해양경찰관의 순직소식을 접했고, 또한 새벽청소에 나섰던 환경미화원이 다친 소식도 종종 들으며 가슴아파 했다. 비록 그들은 월가의 넥타이족들처럼 화려하게 부각되지는 않지만, 그들의 직무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하는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그 일은 사회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필요한 일”을 우리를 대신하여 그들이 수행한 것이다.

우리에게 이 “필요한 일”은 바로 당신, 혹은 나 자신이 어쩌면 했어야 할 일을 대신해준 사람들의 고귀한 희생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다수의 행복을 파탄시킨 월가 승냥이들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곡예에 취해서 우리를 대신해 고귀한 생명까지 바친 거룩한 희생을 잊고 있었다.

좋은 일이건 궂은 일이건 누군가는 맡아야 한다. 아주 쉬운 예로, 바로 당신의 사무실 책상 밑 휴지통이나 당신이 쓰는 화장실을 정리해 주는 분이 있어서 직장 환경이 깨끗하게 유지된다. 그 쓰레기는 당신 자신이 치워야 하지만 당신을 대신하여 미화원이 치워주고 있다. 또 소방관이나 해양경찰관이 “필요한 일”을 대신해주는 것도 마찬가지 이다.

우리 사회에는 어렵고 힘들고 지저분한 일, 즉 ‘궂은 일’이 있게 마련이다. 이른바 ‘3D직업’으로 불리고 있는 일이다. 궂은 일을 규명한 논문들에서는 그러한 일과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해 “좋은 일을 하는 좋은 사람들”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궂다’는 의미(dirtiness)가 일 자체나 그 종사자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깨끗함(cleanness)이나 순수함(purity)이라는 주관적인 판단기준에 따라 개인에 의해 판단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하나를 더 보태면 청결한 것과 궂은 것을 굳이 분리시켜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심리도 한몫 거든다.

이미 50여 년 전에 궂은 일에 대한 서양의 학문적 연구결과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싫어하거나 불명예스럽게 여기는 직업”을 가리켜 Dirty Work(필자 주 : 궂은 일)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썼다. 또한 그러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회가 그 사회를 대리하여 특정 역할을 수행할 집단이나 사람에게 그 일을 일임하고는 이들에게 불명예를 뒤집어씌움으로써 그 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또 “궂은 일의 직업적 위상이 낮아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否定的) 일지라도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 자신은 투철한 직업의식과 사회적 가치의 거듭된 향상 노력으로 긍정적인 직업정체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사회적인 대접이 낮더라도 그들 자신은 자기 직업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돈이 말하는 사회라고 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고생하다 목숨을 잃은 소방관, 해양경찰관 등 위험직업종사자와 미화원 등 궂은 일 종사자들이 박봉 속에서도 사명을 다하는 것은, 그들의 직업이념이 높은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월가의 금융족들이 사적 이익을 쫒다 다수의 행복을 깨고 고통을 준 반면에, 사회시스템을 잘 돌아가게 하고 사회적 유익과 후생을 지켜주려고 노력한 궂은 일을 맡아준 사람들이 대비되는 것은 이런 높은 사명감 때문이다.

직업인(professional)이란 말의 어원에는 ‘신(god) 앞(pro)에서 진실 되게 고백(confess)하는 심정으로 일하는 사람’이란 뜻이 담겼다고 한다. 남들 눈에 폼 나 보이는 일이 아니더라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진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면 그 사람이 바로 전문가이며 성자인 셈이다. ‘성자가 된 청소부’라는 번역서에서도 미화원, 채소밭 가꾸는 사람, 도축업자 등 궂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역경 속에서도 한결같이 자기 일과 소임에 진심으로 헌신하면 성자로 존경받게 됨을 볼 수 있다.

그러면 궂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대접은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가까이는 출근길에서 마주치는 경비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들과 정겨운 눈길을 주고받는지, 책상을 닦아주는 미화원으로부터 미소를 받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직업행동학에서는 자기 직업이나 집단에 대해 “비난하는 자는 같이 비난하고 옹호해 주는 자는 옹호하는” 심리적 기법이 있어서 당신이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면, 상대도 친근하게 답할 것이다. 그러나 은밀한 경시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 때는 상대도 당신을 외면하는 행동을 취한다.

그러므로 우선 자기주변 가까운 곳에서부터 궂은 일을 맡아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 연후에 소방관, 해양경찰관 등 사회공동체를 위해 위험하고 힘든 일을 위임받은 많은 분들을 존경하고 고맙게 생각하면서 더 나은 사회적, 행정적 보상책과 수혜를 제공해야 한다.

금융족들이 깨트린 행복과 허망감을 “좋은 일을 하는 좋은 사람들”이 우리 옆에서 묵묵히 일하며 채워주고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