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기업 인재개발원에서 있었던 교육평가 회의에서 10여명의 사장님들이 학교교육이든 기업교육이든 「인성교육」의 비중을 높여야 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종업원 500명 규모의 제조업체 사장님부터 50명 규모의 서비스업체 사장님에 이르기까지 지적한 내용은 아래와 같이 거의 비슷했다.

– “요즘 젊은이들은 직업의식이 약하고 회사나 일에 대한 애착심이 없다. 회사의 급박한 일을 걱정하기 보다는 자기관심분야나 취미활동에 몰려다닌다. 정신자세가 않되 있어서 책임감도 떨어진다.”

– “집에서 곱게 자라서 인지 조직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를 모른다. 직장인이라면 회사가 주는 녹(祿)을 먹는 만큼 제 몫을 해줘야 하는데 주인의식이없다. 일본의 카이젠(改善)도 주인의식에서 나온 것인데 안타깝다.”

– “직업의식이 약한 것도 비윤리성의 하나이며 ‘사회악’이다. 직장인이 나태한 것은 회사와 국가에 폐를 끼치는 것이다. 학교에서부터 엄하게 다스리고 가르쳐야 한다. 일을 잘 하는 자세와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갖게 해야 한다.”

– “신입사원에게는 서툴어서 좋은 장비를 맡길 수 없다. 구식 장비로 밑바닥부터 배워야 제대로 배우는 것인데 조심해서 잘 다루지 않는다.”

– “중소기업에서 계속 근무하려는 자세도 안 되어 있다. 입사 1년 정도 되면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하고 시간 때우기 식으로 근무한다.”

– “어디가나 제 몫을 해야 하고 조직방침에 따라야 하는데 가르쳐도 따라오지 않는 젊은 직원이 많다.”

– “회사에서 쓸 만한 기술을 갖추려면 3년 내지 5년의 경력은 필요한데, 사원을 뽑다보면 10년 동안 5번을 옮긴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은 미덥지 않아서 뽑지 않게 된다.”

– “35세부터 40세 사이에는 간부가 되든지, 창업을 하든지 어떻게든 성공해야 할 나이 이다. 그러려면 회사 내에서나 같은 업계에서 인간관계를 잘 쌓아서 인정받고 도움 받을 인맥을 형성하고, 또 신뢰를 쌓아놓아야 한다. 눈앞의 이익을 쫒기보다는 쓸만한 사람이라고 인정을 받는 것이 더 큰 재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장을 자주 옮겨다니면 인간관계나 신뢰를 쌓을 기회가 없어서 성공하기 어렵게 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 “요즘 카센터를 개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억 원은 있어야 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많아야 하는데 철새처럼 옮겨 다녀서는 곤란하다.”


질타가 어느 정도 끝난 후 문제점 해결을 위한 의견도 쏟아냈다.


– “일본 근로자들의 주인정신을 따라갈 만큼 교육이 필요하다. 우선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잘 시켜서 내보내야 하고, 학교 밖에서는 국가나 업종단체 또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같은 곳에서 직업의식 교육을 해줘야 한다. 생산성, 품질을 위한 외국의 사례, 긍정적인 태도, 실패 사례, 직장인이 경영자로 성공한 사례 등을 Real TV방송으로 교육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 “현재 대구 성서공단에 약 2,500개의 중소기업이 있는데, 그곳의 대다수 사장 들은 어린 나이에 말단 공원시절부터 잡초처럼 풍파를 이겨내고 오늘의 기업을 일구어 냈다. 또 80년대 후반 노사분규와 90년대 말 외환위기 등 10년의 암흑기를 거치면서도 살아남았다. 사장은 회사가 잘되면 종업원에게 더 잘 해주려고 한다. 그러므로 직원들은 자기 일을 제대로 해내려는 자세가 우선 돼있어야 한다.”

– “경영자는 제 몫을 다 한다. 자기 돈을 들여 차린 회사이므로 잘 되도록 밤낮 없이 뛰면서 직원들에게 잘해주려고 한다. 젊은 직원들은 회사방침을 잘 따라오면 된다.”


필자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그동안 자주 들어왔다. 즉 “기술은 입사 후에 회사에서 가르치게 되므로 학교에서는 기본적인 것만 가르치고, 그 대신 반듯한 자세를 갖도록 인성교육이나 직업윤리 교육을 충실히 시켜라”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교육훈련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었다.

그러면 사장님들이 질타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직업의식의 현주소는 어디 일까? 직업가치관의 영역을 두 가지로 나누어 연구한 자료를 통해 살펴보자.

하나는 ‘일이 우리 삶 전체와 갖는 관계에 대해 논의한 것.’ 즉, 일의 중심성(work-centrality)에 관한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일 자체가 갖고 있는 특성, 즉 경제적 보상, 고용안정성, 적성이나 흥미 등을 통해 파악한 것이다.
먼저,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가치에 관한 일반적인 신념으로 정의되는 일 중심성에 대해서 전문가들(Ransome 등)은 “일이 현대인의 삶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기본적인 생계유지가 보장되는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점차 일보다는 소비와 같은 다른 영역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고 직업의식의 변화추세를 설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일의 중요성’과 ‘직업의식’에 대해 조사한 연구는, “젊은 세대일수록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규범에 동의하는 정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직업능력개발원, 2006).

다른 한편, 한 사람의 직업의식을 파악하는 요소로 ‘보수’, ‘적성’, ‘흥미’, ‘고용안정성’ 측면에서, 각 개인별로 어떤 요소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가에 따라 직업의식의 패턴을 판단하고 있다.

이에 관한 조사에서도 “젊은 층 일수록 경제적 보상 보다는 적성이나 일에 대한 흥미를 중시했고, 또 고용안정성 보다는 자기발전을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음’을 제시하고 있다(서우석, 2007).

결국 사장님들이 질타한 약한 직업의식, 낮은 윤리성, 잦은 이직 경향, 자기 우선 등이 일반화된 현상으로 확인된다. 그럼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세태가 아무리 개인주의적으로 변해가더라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그 해답 역시 사장님들의 질타 속에 깔려 있었다. 역시 CEO는 문제만 주지 않고 해답도 암시해주는 분들이었다. 그 범위 내에서 유추 정리해보자.

첫째, 기본부터 확립하는 것이다. 밑바닥 기술부터 차근차근 배워가는 것이다. 허드렛일을 잘하는 사람이 큰일도 제대로 하는 법이다. 조금 못 마땅하고 질책을 듣더라도 참아가면서 끈질기게 버티는 것이다. 인내의 고통을 이겨내는 것보다 더 좋은 수련이 없다.

둘째,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다. 적어도 받는 월급 보다 3배는 더 회사에 벌어주겠다는 생각으로 제 몫 이상을 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개성이 뚜렷하고 자 기 주장이 강한 반면 회사의 문제를 바라보는 데는 수동적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런 오명을 벗겨내야 한다.

셋째, 직장 이동을 자제하는 것이다. 어떤 직무에서 제대로 된 능력을 체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년은 몰입해야 한다. 자기 일에서 소위 ‘말발’이 서야 자신감도 생기고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자기 일에서는 도사가 되어야 한다. 최소 경력형성기간도 못 채우고 1~2년 만에 옮겨 다니면 전문성 확보가 곤란하여 성공할 수 없다.

넷째, 30대 후반, 또는 늦어도 40세까지는 목표한 입지를 확립하는 것이다. 성인발달학자들은 30대 후반에는 “온전한 자신이 되는 시기(즉, 성공의 시기: Becoming one’s own man)”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35세 전후 5~6년이 부실하면 나이 마흔부터 맞게 되는 중년이 초라해지기 때문이다.

다섯째, 학교와 교육기관에서는 인성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 학교에서는 전문성과 함께 ‘기초직무능력’과 ‘팀워크능력’ 등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성을 길러서 배출시켜야 한다. 또한 기업에서도 신입사원 교육 시부터 작은 일, 허드레 일부터 잘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몇 년전 어떤 회사 신입사원교육 프로그램에 ‘화장실 청소하기’를 포함시켰다고 한다. 필자도 신입사원 교육 시 창고정리, 구석진 곳의 청소를 직접하게 한 후 긍정적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기업의 내부 교육뿐 아니라 업종단체나 언론에서는 직업의식 향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사회마케팅’ 차원에서 실행시켜야 한다.

세태가 아무리 변해도 좋은 상품(결과)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내고 조직도 사람이 키운다. <기본이 잘된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한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