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장가를 든 한 일본인이 양국을 오가면서 무역을 하고 있다. 그의 사업은 자동차부품을 한국 중소기업에 제작 의뢰하여 1차 가공된 것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사업이다. 그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대화가 깊어질 즈음 그는 한국 거래처 사람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의 불만은 한국 거래처 사람들의 「품질에 대한 낮은 인식」이 문제였다. 즉 주문한 물건을 인수할 때 불량이 발견되어 지적을 하면 한국 사람들은 “그 정도는 괜찮아”라고 말하며 그냥 인수해 갈 것을 은근히 강요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물건이 일본으로 가면 일본 거래처에서 반품 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인수 할 수 없다”고 거부하면 한국 거래처 사람들은 또 ‘괜찮아’를 연발하면서 불량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제발 한국 사람들 ‘괜찮아’라는 말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었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하청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성공비결은 공통적으로 일치했다. 즉 「납기와 품질」이 생명이라는 것이다. 좋은 품질로 납기만 잘 맞춰주면 원청업체로부터 지속적으로 일감이 온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신용’으로 이어져 신뢰관계가 형성되면서 회사가 커나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불량이 발생했을 때는 손해를 보더라도 불량품을 모두 폐기하고 다시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 원청업체에서도 손해를 무릅쓰고 품질을 지키려는 하청업체의 의지를 알기 때문에 다음에 손해를 보충할 기회를 주는 등 신뢰 속에서 거래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품질을 말하면 도요타 근로자들의 예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도요타자동차 견학시 만났던 도요타 사람들은 “우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게 아니라 고객만족을 만든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려면 회사도 끊임없이 변해가야 하기 때문에 도요타 생산방식(Toyota production system: TPS)은 “완성된 게 아니라 완성을 향해가는 철학”이라는 생각으로 품질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도요타의 기계에 「자동정지장치」가 붙어 있어 자기가 맡은 생산라인에 이상이 발생하면 작업자는 스톱 버튼을 눌러서 거대한 라인을 멈출 수 있다. 작업자에게 라인을 멈출 권한을 부여한 의미는 다음 차례의 동료가 할 작업. 즉 후(後)공정의 동료를 고객으로 간주하고 불량을 동료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우리도 “뒷공정으로 불량을 넘기지 않는다”는 도요타 사람들의 정신을 배울 필요가 있다. 품질은 공장에서 생산작업을 하는 블루칼러나 사무실에서 서류작업을 하는 화이트칼러 모두에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부품가공을 맡은 사람은 가공된 부품에 방청유를 발라두는 작은 습관이 뒷공정을 도와주는 중요한 품질관리 활동이다. 가공된 부품은 몇 일지난 뒤에 뒷공정에서 작업될 경우도 있고 습기 또는 소나기에 의해 금방 녹이 쓸 수도 있다. 그러면 뒷공정에서 뒤처리를 하는 시간낭비는 물론 불량이 야기케 된다.

한편, 사무직근로자도 기획서나 기안 작성 시에 결재라인에 있는 상사를 뒷공정의 동료로 생각하고 품의내용을 충실하게 작성하여 결재 시 수정되거나 다시 작성하는 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 사전에 철저히 조사 분석하고 조직방침에 맞는 기안을 작성해야 한다. 최근 전자결재가 일상화 된 후 첨부문건이 수정 前의 파일이나 엉뚱한 파일이 첨부되어 상사로부터 지적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도 뒷공정에 불편을 주는 사무품질불량의 예이다. 정성을 들이지 않는 품의서는 뒷공정에 부담만 주는 불량품인 것이다.

생산작업이나 서류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품을 놓고 “괜찮아”라며 넘어갈 수 없다. 뒷공정의 동료나 상사를 고객으로 간주하고 “괜찮은 것 같은데요”라든지 “부품가공만 끝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내가 소홀히 한 작업의 결과물이 불량을 잠재한 체 社內와 社外 그리고 다른 나라로 나가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제발 이제 우리 마음속에서 「괜찮아」를 지워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