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천하는 학식 "學力"을 길러가는 습관이 필요하다 - 




풀기 있는 밥상 1.




  중학교 동창회에서 자신을 소개할 차례가 된 徐사장은 자신의 학력은 “동대문종합대학 신용학과를 나왔다”고 소개했다. 중졸이 최종학력인 徐사장을 알고 있는 몇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徐사장은 중학교를 졸업한 후 동대문시장에서 줄곧 일을 하면서 시장과 업계의 생리를 익혔다.

  매사에 성실한 그를 인정한 주인의 권유로 변두리에 날염공장을 차렸고, 그때부터 자신이 체득한 ‘信用學’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납기를 지키고 품질을 보장하는 원칙」을 오늘날까지 지켜온 결과 그 업계에서 최고의 ‘신용’을 얻고 있다. IMF때에는 다른 회사들은 문을 닫았지만 그 회사에는 일감이 넘쳐서 직원을 더 뽑았고 보너스도 더 주었다고 한다.

  사원들의 직무능력향상을 위해 이용하는 교육장소도 독특하다. 공기 맑은 곳에 현대식 시설을 갖춘 콘도나 연수원이 아니다. 그들은 ‘동대문종합대학’에서 자율연수를 받는다. 직원들은 순차적으로 연수원(동대문시장)에 현장연수를 다녀온다. 거래처 사람들로부터 ‘품질학’을 배우며 ‘신용학’을 논하고 ‘시장생태학’을 익힌다. 냉혹한 업계의 ‘생존학’을 체득케 함으로써 기업의 도태와 존속발전의 순리를 가슴에 담아오게 한다.


  경영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서사장으로부터 오히려 한수 배우고 오는 실정이다.
   

풀기 있는 밥상 2.




  얼마 전에 나와 대학교수 그리고 중소기업 李사장 등 세 사람이 함께 자리할 기회가 있었다. 李사장은 교수에게 “내년에 대학 3학년에 편입하려고 하니 좀 도와 달라”고 진지하게 부탁했다. 기술력 있고 꽤나 잘 나가서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이는 50대의 李사장이 대학공부를 하겠다는 말에 순간 당황했고 혼란스러웠다.

  李사장은 “외국 거래기업에서는 자기 회사와 자신의 기술력을 인정해 주고 있어서 매년 수십억 원의 외화를 벌어드리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전문대학 밖에 나오지 않은 자신의 학력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사연인 즉, 공공기관으로부터 기술연구소 설립 인증과정에서 연구인력 관련 점수가 약간 모자라 탈락되었는데, 자신이 만약 4년제 대학 졸업장이 있었다면 합격점을 받을 간발의 점수차 였기 때문에 원통했고, 기업의 기술력을 공과대학졸업장이 몇 개인가로 평가하는 기준을 한탄했다.   

  과거에 전국의 수재들이 모여들어 이름을 떨치던 명문 금오공고 출신으로써 금형업계에서 기술개발의 선두주자로 한 길을 걸어오며 탄탄하게 닦아온 기술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李사장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기술력보다는 대학졸업장 유무로 평가하는 사회를 원망했으리라 짐작된다.



 

풀기 있는 밥상 3.




  24세인 金군, 부산에서 대학 2학년 때 병무휴학을 하고 군대에 갔다 온 후 자신의 길을 제대로 찾기 위해 자퇴하고 2년제 기술교육기관에 입학했다. 군대 가기 전까지 밤과 낮을 바꿔 살며 부모 속도 많이 태운것 같다. 그에게 군대가 약이 되었던  것일까? 제대 후 金군의 태도가 180도로 변했다. 친구들의 유혹과 자신을 나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큰 익숙한 부산을 떠나고자 강원도에 있는 기술학교를 선택했다.

  金군이 기술교육기관에서 2년간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이룬 성과는 대단했다. 기계설계, 기계가공, 금형제작 등 기계관련 분야 「산업기사자격증 6개」, 「기능사 자격증 5개」를 이미 취득했고, 내년 2월이면 국가에서 인정한 「4년제 공학사 학위」를 받게 된다. 2년간 학비 한 푼 들이지 않고 오히려 국가에서 주는 기술교육수당을 받으면서, CAD와 CAM을 능숙하게 익혔고 손으로는 기계를 조작해 작품을 만들 수 있었으며 e-Learning으로는 교양과목 학점을 채워나갔다.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익힌 사회성과 그의 성실성을 산학협력업체에서 인정받아 대졸사원으로 취업이 예약되어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골치 덩어리였던 아들의 변신을 본 부모의 행복감을 상상해볼 수 있다.

  金군과 같은 또래에 껍데기뿐인 대학졸업장에 의미 없이 매달리고 부모님을 애 달게 하는 다수의 청년들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풀기없는 밥상 1.



  최근 가짜학위, 학벌주의 등이 온 국민의 행복감을 손상시키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다양하고 풍부하게 펼쳐져온 문화와 산업사회는 그것을 받아줄 자원과 자본이 부족했기에 인적자원개발에 힘을 쏟게 됐고 그 바람에 교육분야가 급성장했으나, 빠른 교육확대는 여러 가지의 부작용을 일으켜 왔다. 또 여러 번에 걸친 교육개혁 역시 대학입시가 모든 것인 양 취급되고 다양성과 복합성은 거의 외면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은 허망한 학력의 질곡에서 발을 빼고 ‘허망산’의 분수령을 넘자고 곳곳에서 소리치고 있다. 서울대학이 자존심을 접고 취업교육을 본격화 한다는 기사도 그 한 단면이다.


진정한 學力을 쌓는 학습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지구상에 「지식사회」라는 새 판이 짜여 지고 있다. 그러면서 기존에 없던 다양한 분야가 등장하고 있고 이를 받쳐줄 「새로운 능력을 가진 인력과 學力」이 필요하게 되었다. 당연히 각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의 조건도 다를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분명히 동대문시장이 「일터 이면서 학교」가 될 수 있고, 일을 하다가 필요하면 학력이나 자격을 갖춰가는 신개념의「주경야독」이 선호될 수 있으며, 金군과 같이 자신의 경쟁력을 「실천적인 기술력」으로 확보하기 위한 학습제도가 선호될 수 있다. 그 증거는 복잡하지 않다. 사전적인 의미에서만 살펴보아도 “실천하는 학식을 학력(學力)”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업무성격상 고도의 지식과 전문성을 필요로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강아지에게 주어도 물고가지 않을 가치 없는 졸업장으로 폼 잡는 학력(學歷)은 ‘과거의 일’이지만, 學力은 「미래에 관한 것」이고 「얼마든지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독학으로 공부한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회장은 이력서의 學歷란에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운다’라고 썼듯이 자기 분야와 입장에 맞는 學力을 꾸준히 쌓아가는 습관이 진정한 배움의 길임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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