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시간에 조찬 세미나 시간을 맞추기 위해 동네 어귀에 서있는 택시를 탔다. 문을 여는 순간 기사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아침인사가 쏟아진다.

“어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저의 차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 행복한 날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비가 올 것 같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비가오더라도 좋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시고 하시는 일이 모두 잘 되시어 기분 좋게 귀가하시기를 바랍니다. 부디 오늘 하루도 건강하십시요.”

택시에 타자마자 시작된 인사가 매우 길게 이어져 처음에는 ‘기사님이 혼자 말을 하시나?’ 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듣고 있으니 뒷자리에 탄 나에게 하는 인사라는 것을 알고는 얼른 ‘안전운전’ 하시라는 답례를 보냈고, 그에 대해 기사님은 “안전운행을 하라는 말씀이 제일 고마운 말”이라고 화답해 주신다.

기사님은 다음과 같은 말을 이어갔다.

“하루에 제가 모시는 손님이 30명 내외인데 저는 남녀노소 모든 손님들께 똑 같은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젊은 손님들은 내가 인사를 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택시 기사가 인사를 하니 처음 겪는 일이거나 당황스러워서 그런 것 같아요. 개중에는 ‘기사님도요’라고 간단히 말하는 젊은 분들도 있습니다.”

중년직장인의 행복에 관심이 있는 내가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물어 보았고, 그분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30여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과 동시에 곧바로 택시운전을 시작했고 3년의 경험을 쌓은 60세였다. 택시운전을 시작한 동기는 퇴직과 더불어 ‘개인택시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개인택시 사업을 통해서 기대하는 수입은 월 150만원 정도이며 60대 이후 수입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손자들에게 용돈도 주면서 소박하지만 당당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 목표를 갖고 개인택시 면허를 받기 위해 처음 운전을 시작한 6개월간은 월 45만 원 정도의 적은 봉급을 받으면서 일했으며, 그 후 1년까지도 60만 원 정도를 받으면서도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퇴직하기 전에 제2의 직업생활은 ‘혼자 할 수 있는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중에서 ‘개인택시 사업’이 적합할 것 같다는 선택을 했으며, 그것은 지금도 잘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퇴직 후 곧바로 목표가 있는 일을 신나게 하고 있으니 3熟(숙면, 숙변, 숙음)이 원활하여 건강도 잘 유지된다”고 말한다.

택시에서 내린 후 많은 교훈을 얻게 해준 그분이 오래도록 생각났다.

누구나 겪게 되는 퇴직은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출발점이 된다. 퇴직 후 삶을 풍요롭게 가꿔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퇴직은 ‘또 다른 성취’를 위한 시작인 것이다. 그러므로 정년퇴직을 계기로 일도 없어지고, 친구도 없어지고, 자긍심도 가질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퇴직 후 60의 고갯마루에서 힘없는 늙은이로 살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퇴직 3년 전부터 퇴직 후 목표를 정하고 충분히 준비해야 하며, 또 퇴직을 하더라도 젊음의 활기, 성장 욕구, 인적 네트워크를 계속 유지하면서 항상 자신의 내적 세계를 새롭게 창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퇴직 후 제2의 직업생활에서는 자신의 신념은 지켜가되 「기대는 조금 적게, 시야는 더 넓게」 갖고 삶의 과정 속에서 순간순간 얻는 작은 성공도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 할 때에는 바람직한 인생2막이 유지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상기해 볼 때, 그 기사님은 괜찮은 성공의 길을 가고 있는 모델 중 하나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