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감성에너지 충전을! 일본 철도원의 감성서비스

일본 오사카지역에서 연수를 받는 기간 중에 휴일을 이용해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기억나는 것은 오사카 교외에 있는 협곡의 경관을 감상하는 「도록코 열차」를 탔던 것이다. 굳이 비교해 본다면 경춘선과 북한강변을 떠올려 본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30분 정도 달리는 동안 펼쳐진 풍광 못지 않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우리말로 멋들어지게 불러준 초로(初老)의 열차 승무원의 서비스정신이었다. 승객의 다수가 한국인 인것을 알고 최대한의 서비스를 해준 것으로 나는 받아들였다.

기차가 어떤 작은 역을 지날 때에는 몇 년 전에 보았던 ‘철도원’이라는 일본영화가 떠올랐다. 혼자서 작은 역을 지키며 폭설을 이겨내고 기차를 소통시키는 장면, 추위나 녹여보라고 친구가 권하는 술잔도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음에도) 근무시간 중이라고 거절했던 철저한 자기책임의 그 순간이 떠올랐다. 그 영화에서 보여준 철도원의 철저한 직업의식과 그리고 외국인 승객을 위해 기꺼이 노래를 불러준 철도원의 서비스정신이 오버랩되며 직장인의 본분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잠시 생각했었다.

내가 춘천에서 일하고 있을 때 경춘선 열차를 자주 탔다. 단선 철로이기 때문에 승객들은 15분 정도 연착은 보통으로 알고 이용한다. 그래선지 불평하는 사람도 없다.

한편, 2005년 4월경 일본에서는 기차 탈선 사고가 자주 나자, 이를 계기로 일본의 정확한 시간관념이 도마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지나칠 정도로 시간을 지키는 일본인의 습성이 이런 참사의 보이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사고를 낸 고속열차가 1분 30초가량 늦어지자 지체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과속을 하면서 탈선한 것이다. 정확성을 지키려는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이다.

일본 철도회사는 “운행시간 지연은 승객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강조해 왔다. 몇 년 전에는 운행시간 50초 지체로 3일간 징벌성 교육을 받은 40대 기관사가 교육후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일본 사회는 융통성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인들은 보다 여유를 갖고 2~3분 정도 늦어도 별 문제 삼지 않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는 경쟁만 있고 융통성이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정확성보다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사건들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중요시 하는 일본 기업과 일본인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알수 있었다.

기차와 관련된 사례들은 감성과 이성의 차이를 보여준다. 한국의 경춘선과 일본의 「도록코 열차」에서는 감성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이와 비교되는 일본 고속열차의 시간지키기에서 취해지는 조치들은 너무나도 이성적이고 삭막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지금 정보와 지식의 시대에 생각과 상상이 활발한 속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으로 엵혀 있는 관계 지향적인 부분도 필요하고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감성적인 리더십이 강조되기도 한다. 그러함에도 경쟁 속에서 사는 우리의 일상은 감성적인 영역보다는 이성적인 영역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럴 수록 감성을 북돋아야 할 것 같다. 감성이 풍부하면 창의력도 살아나고 부드럽고 유연한 사고에서 상상의 나래도 펼쳐질 수 있다고 하니, 사색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 겠다.

모처럼 경춘선을 타보고 싶다. 재빠른 KTX 속에서는 감성이 살아날 것 같지 않다. 그것보다는 여유있게 달리는 경춘선 기차 속에서 다시 한번 일본 철도원의 서비스를 생각하며 이성적 색체로 각박한 마음을 희석시키고 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