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을 마치고 오는 길에 인천공항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손님이 오면 커피를 내리면서 나와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오가는 손님이 많아서 인지 수입은 좋은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맹점 로얄티,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등을 주고 나면 남는 게 많지는 않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대화를 나누는 중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인쇄를 하고 출력비를 내고 가는 것이다. 한 장에 300원을 받는데 1시간 사이에 만원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친구 얘기가 인쇄 출력비가 생각보다 쏠쏠하다고 했다. PC와 프린터 설치해 놓고 잉크만 갈아주는데 알아서 하루 10만원은 벌어준다는 것이다. 직장인 급여는 유리지갑이라고 할 만큼 뻔한 상황인데, 직장 다니면서 많이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돈이 똑똑 떨어지는 아이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이지 않고 돈이 똑똑 떨어지는 일을 사람관계에 대입해 보았다. 우리는 직접 사람을 만나 어떤 관계를 맺는다. 직장 동료, 거래처 사람, 고객, 가족, 친구 등. 우리가 맺는 관계 중에는 친한 사람도 있고, 알긴 아는데 그리 친하지 않아 경조사라도 있으면 참석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몇몇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관계는 신뢰롭고 친근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우리가 맺는 사람관계는 직접적인 접촉이 없이도 타인의 입을 통해 형성되는 관계가 있다.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이 그렇다. 직접 관계를 맺지 않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좋은 사람의 이미지와 칭찬이 제3자에게 전해지는 경우다. 이런 평판이 쌓이면 제3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게 될 때 상당히 좋은 조건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성실한 사람, 인품이 좋은 사람,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통해 ‘만나면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는 것이다.

커피전문점의 인쇄 출력비처럼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데 알아서 돈을 벌어주면 생활은 좀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사람관계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알아서 좋은 관계의 토대가 쌓인다면 좀더 여유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나쁜 평판이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내가 특별히 그 사람에게 잘못한 게 없으면서도 미움을 받는 경우다. 커피전문점의 경우라면 거기 커피는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하다는 소문이 나서 장사는 안되고 임대료는 꼬박꼬박 나오는 형국이라고 하겠다.



경제적이어야 하는 것은 물질관계에만이 아니다. 사람관계에도 경제성의 원칙은 잘 적용된다. Ⓒ JUNG JIN HO

정진호_IGM 세계경영연구원 이사, <일개미의 반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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