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노후 대비 자금을 얼마나 모았습니까? 은퇴 후(65세 전후) 월 300만 원 정도 쓸 수 있는 10억 원의 노후 자금은 있을 겁니다. 10억 원도 못 모았다면 당신은 아무 대책없이 대충 산 거니까요. (아마 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신은 PC 모니터를 주먹으로 치거나, 스마트폰을 던져 버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참고 행동에 옮기시라) 당신의 노후 대비는 10억 원으로 어림없을 수 있다. 당신은 굶어 죽을 수 있다. 보살펴주는 사람 한 명 없이 혼자 고독히 죽을 수도 있다. 무덤은 고사하고 백골이 되어 빈 방에 누워 있을 수도 있다.



‘白骨시체’
서울보다 주택 가격이 비싼 도쿄에는 빈집이 10만 호가 넘는다. 매년 3천 호 씩 빈집이 나온다. 충격적인 사실은 종종 빈집에 언제 죽었는지 모르는 백골시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총주택 5,600여만 채 중에 13%인 800만 채가 빈집이다. 그 집에 얼마나 많은 백골시체가 있을지 예측조차 못한다. 한국에서 집 한 채 가지고 노후 대비 한다는 것은 너무 순수한 생각이다.



‘구매亂民’
돈은 있는데 거동이 불편해 제때 식재료 등 필수품을 사기 어려운 고령자를 ‘구매난민’이라고 부른다. 운동 신경이 떨어져 운전도 하기 힘든 노인들은 동네에 가게가 사라져 콩나물 한 봉지 사려고 1km를 걸어간다. 운행 횟수가 줄어든 버스를 타려고 1시간 씩 기다리는 일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돈은 있지만 생필품을 구입하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일본에는 돈을 쌓아 놓고 있으면서도 거동을 못해 굶는 ‘구매난민’이 최소 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無緣사회’
2010 일본 NHK 방송에서 홀로 죽는 빈곤한 노인의 고독死를 다루면서 ‘무연사회’라는 화두를 던져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무연이란 緣이 없거나 끊어진 상태를 말한다. 한 마디로 주변에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이다.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면 순식간에 사연(社緣)도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이전에 맺었던 모든 緣이 사라지고 절대 고독 상태가 되는 것을 ‘무연사회’라고 표현한 것이다. ‘무연사회’의 직접적인 원인은 빈곤이다.

‘4-50대가 맞이할 3대 고충’
초고령사회 일본의 4-50대가 겪는 3대 고충은 불안한 ‘본인 노후’, 병치레를 하는 ‘부모 간병’ 그리고 ‘자녀 교육’이라고 한다. 혼자 죽음을 맞는 고독사는 자녀가 부모를 모시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부모를 모시지 않는 이유는 자녀들이 자기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는 얘기다. 몇해 전 일본에서 실시한 인구조사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100세 이상 노인에 대한 인구 조사를 했는데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노인의 ‘3분의 1’이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유는 생활이 어려운 자녀들이 부모가 이미 사망했는데도 노령연금을 타기 위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위장 했다는 얘기이다.

남의 얘기처럼 들리는가? 맞다. 남의 나라 일본 얘기다. 일본은 전세계 유일의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인구의 20%가 넘는 국가를 말함. 일본은 22%)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도 현재 고령화사회(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 14% 미만인 국가. 한국은 10.8%)에서 고령사회(노령인구 14% 이상 20% 미만인 국가)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2026년 한국은 세계 네 번째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 일본의 늙고 초라한 뒷 모습을 우리 현실과 비교해 보자.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3천 불이다. 일본의 대외 채권은 610조 엔에 달한다. 일본의 국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게다가 그들에겐 1,500조 엔에 달하는 개인 금융자산이 있다. 국가도 부자고, 개인도 부자다. 그러면 ‘백골시체’ ‘무연사회’ ‘구매난민’는 무엇인가? 이 말은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은퇴 이후 곤궁과 비참으로 치닫는 엄연한 현실을 맞딱드린다는 말이다. 그래서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돈 많은 이들에겐 축복이되 빈털터리 빈곤 세대에겐 재앙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현실을 보자.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의 반이 안되는 2만 불이다. 2010년 말에 나온 조사에 의하면 수도권 가구 평균 자산은 3억 6천만 원, 부채는 9천 6백만 원이었다. 쉽게 정리하면 한국의 대표격이 40대 가장의 전 재산은 33평짜리 아파트 한 채이며, 그중 아파트 사는데 얻은 빚이 1억원이고 금융자산은 ‘제로’ 수준이다. 월급받아 하루 먹고 하루 살기도 벅찬 현실이다.


필자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바로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 사회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국가 사회적으로 사회적 안전망인 복지 문제를 생각해 보고, 개인은 50대 이상이라면 10년 후 노령 사회를, 40대 이상이라면 20년 후 초고령 사회에 나와 가족에게 밀어닥칠 문제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 JUNG JIN HO

정진호_IGM 세계경영연구원 이사, <일개미의 반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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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전직 한국경제신문 기자인 전영수 한양대 겸임교수의 신간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맞있는 책/2011.6.15)의 일부 내용을 발췌하였음
(가치관) 노후자금 10억도 없다니 대충 사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