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이 누적 관람객수 700만 명을 넘겼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대한민국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된 가운데,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부산행’은 비극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다. 국가는 개인을 보호해줄 수 없고 개인을 보호해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 단위가 가족이다. 가족을 지키고 싶은, 지켜야만 하는 사람들의 극한의 사투 속에 인간의 이기성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일단 나만 살고보자는 이기심은 부산행을 탑승한 모든 사람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결국 모두가 파멸에 이르게 한다. 비단 이런 현상이 영화만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현실은 미국과 영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다.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보호주의무역정책을 드러낸다. 발언도 직설적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매겨야 한다” “한국은 경제괴물” “FTA는 재앙이다”라며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기조 속에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도 보호주의 노선에 몸을 실었다. 예사롭지 않은 기류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역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가능성을 높인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자유주의 역사를 가진 영국이 브렉시트로 보호무역을 채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엇보다 43년간 유지하던 회원국 지위를 내팽개친 자체가 보호무역주의가 우세한 쪽으로 설득력을 높인다. 결국 세계는 지금 부산행 열차는 탑승하고 있다. 즉, 나만 잘 살면 되지 않겠냐는 ‘자기중심적 합리성’이 전 속력으로 세계를 달리고 있다.

‘자기중심적 합리성’은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극한의 위기나 갈등의 상황에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한다. 세계 경제도 마찬가지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경제는 관세와 무역에 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로 대변되는 다자무역 체제 아래서 개방과 무역 자유화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조치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로 보란 듯이 앞 다퉈 시행한다.

영화 ‘부산행’의 결론은 모두 죽는다. 인간의 이기성과 자기중심적 합리성은 순간의 배부름이 있을지언정 모두를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인류의 역사는 위기와 갈등의 반복이었다. 그 과정에서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결국 영화 부산행처럼 모두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기회가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희망적이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 닥친 부의 불평등, 양극화, 얼마 전 고위 교육공무원의 개, 돼지 발언으로 새로운 개념의 신분제가 공고화 되면서 보통의 국가, 보통의 사람들에게 희망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남에게 의지하거나 신자유주의가 최고라는 의미는 아니다. 무엇보다 ‘나만 잘먹고 잘살면 안되지’라는 기득권층의 자각과 더불어 모두를 품을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거다. 따지고 보면 인류는 하나의 가족이니깐.

글.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ijeong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