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심판과 위원의 이름으로, 나는 스포츠맨십의 진실된 정신으로 경기 규칙을 존경하고 따르며, 올림픽 경기를 공정하게 판정할 것을 약속합니다.

-올림픽 심판진 대표-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서 스포츠 정신은 선수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심판에게 주어진 신성한 권한인 '판정'은 선수들의 노력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땀과 노력의 가치가 가장 인정받아야 할 최우선의 덕목인 올림픽에서 잘못된 심판의 판정으로 인해 많은 선수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올림픽 오심의 역사는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로마의 네로 황제는 기원전 66년 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를 열어 총 네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하프 연주, 비극 연기 등을 올림픽 종목에 억지로 넣어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수레 경기에서는 황제의 넘어진 수레를 뒤따르던 선수들이 일으켜 세운 후에 출발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금메달은 목에 걸었으나 역사는 오심과 편파판정으로 이루어낸 네로 황제의 금메달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올림픽 역사상 최악의 오심

유구한 올림픽의 역사 중 많은 오심들이 있었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깊게 남아있는 오심은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있었던 미국과 소련의 남자 농구 결승전입니다. 미국과 소련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냉전시절 서독에서 열린 이 경기는 정치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경기였습니다. 선수들은 막판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접전을 펼쳤고 미국은 경기 종료 3초 전 자유투 2개를 성공시키며 50대 49의 극적인 역전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선수가 2구째의 자유투를 던지려던 순간 소련 벤치에서 작전타임을 요청했으나 심판으로부터 자유투를 던지는 선수에게 공이 전달된 후에는 작전타임을 부를 수 없는 규칙 때문에 작전타임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심은 자유투가 모두 끝나고 경기를 갑자기 중단시켰고, 미국에서 항의하자 다시 작전타임을 없던 것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본부석에 앉아있던 국제 농구연맹의 사무총장인 윌리엄 존스가 심판에게 시간을 3초 전으로 돌려 다시 시작하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심판은 이를 수용하여 3초 전으로 시간을 돌려 경기를 재시작 하였습니다. 이 촌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간 계시원이 시계를 돌려놓지 않은 채 경기가 재개되었고 경기가 바로 끝나버린 것이었습니다. 심판들은 경기 종료 휘슬에 환호하던 미국 선수들을 제지하며 다시 3초 전으로 시간을 돌렸고, 3차례나 다시 이루어진 마지막 공격에서 소련은 결국 득점을 성공시키며 우승을 결정지었습니다.

 

신아람의 멈춘 시간

이 같은 심판의 '시간 장난'은 우리 올림픽 역사에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우리나라의 신아람 선수와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 선수의 준결승 경기에서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경기 종료까지 앞서가던 신아람 선수는 경기 종료 1초를 남겨 두고 독일의 브리데만 선수의 공격을 세 차례나 방어하였지만 시간은 흘러가지 않았고, 네 번째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채 패배를 당해야 했습니다.

충격을 받은 신아람 선수는 경기장에서 내려오지 못한채 한참 동안이나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지만 심판의 판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AFP통신이 뽑은 역대 올림픽 최악의 오심 중의 하나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180도 바뀐 판정 

유난히 오심논란이 많았던 런던 올림픽에서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사건은 유도에서 일어났습니다. 남자 유도 66kg 이하급 8강전 경기에서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 선수와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3:0이라는 일방적인 판정으로 승리하게 된 조준호 선수의 기쁨은 잠시였습니다. 심판위원장은 경기장에 있던 심판들을 위원장석으로 불렀고 곧이어 이미 판정한 경기를 다시 판정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결과는 에비누마 선수의 3:0 승리. 이전 판정과 180도 바뀐 판정을 내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그 경기를 승리한 에비누마 선수마저도 이번 판정은 옳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의 명백한 승부조작이었습니다. 조준호 선수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이루는 값진 성과를 내었지만 빼앗긴 승리를 다시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1초 오심'과 '판정 번복'으로 속앓이를 해야했던 신아람 선수(펜싱·사진 왼쪽)와 조준호 선수(유도)가 국민들이 선사한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한경닷컴 뉴스팀)

 

우리 생애 최악의 순간

우리나라 여자 스포츠의 자랑인 핸드볼 대표팀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비인기 스포츠가 그렇듯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운동하는 우리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모습은 2008년 임순례 감독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국민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을 울게 만드는 것은 열악한 환경뿐만은 아닙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유독 우리 스포츠 역사에서 오심으로 인해 좌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오심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오심 사건입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편파 판정의 기억은 4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잊혀진 듯 했으나 2008년 우리 대표팀은 다시 한번 오심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의 오심으로도 모자라, 올림픽 본선에서도 판정은 우리 대표팀에게 잔인했습니다. 개최국 중국을 누르고 준결승전에 진출한 우리대표팀은 노르웨이 대표팀을 맞아 접전을 펼쳤고 종료 2분을 남겨놓고 3점을 따라붙으며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노르웨이의 마지막 공격은 종료 휘슬이 흐른 뒤 성공되어 연장전으로 돌입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이 공격을 심판은 득점으로 인정하였고 우리 대표팀은 또 한번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득점은 이후 비디오 판독을 통해 오심으로 인정되었지만 결정된 승부를 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8년 만에 찾은 메달 

임정화(사진=엑스포츠뉴스)

모든 판정을 돌릴 수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역도 전 국가대표 임정화 선수가 8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놓쳤던 메달을 찾았습니다.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 48kg급에서 은메달을 딴 터키의 시벨 오즈칸 선수가 근육을 증대시키기 위한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지난 23일 메달을 박탈했습니다.

당시 이 체급에서 4위를 했던 임정화 선수가 뒤늦게 메달을 찾은 것입니다. 당시 경기에 오심이 있어 그 결과를 되돌린 것은 아니지만 정당한 땀과 노력으로 정정당당히 경기에 임해온 선수에게 올바른 결과가 찾아온 것입니다.

 

땀과 노력이 결실이 될 리우 올림픽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 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리우 올림픽은 현지시각 8월 5일 오후 8시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그 성대한 시작을 알리고, 21일 그 아름다운 막을 내립니다. 브라질과의 시차는 12시간으로 경기가 주로 열리는 시간은 한국 시각으로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이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밤잠을 설치게 될 것입니다.

세계 200여명의 나라에서 1만여명의 선수들이 참가는 이번 올림픽은 총 28개 종목 306개의 금메달을 걸고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승부가 펼쳐집니다.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10개, 종합 10위권 내 진입을 목표로 마지막 남은 땀방울을 짜내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을 비롯하여 세계 스포츠인들의 성대한 축제인 만큼 공정한 결과가 선수들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19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한 선수단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스내커 칼럼니스트 송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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