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가 지나고 여름이 한창 익어갈 무렵 공선생과 자주 만났고 많은 얘기들을 나눴다.

민성이의 장래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정리되는 인연, 정리한 인연, 정리할 인연에 대한 것들도 많았다.  차를 마시는 틈틈이 걸려온 전화는 대체로 「전화 끊겠습니다. 다시는 전화하지 마십시오.」였다.

5년, 10년, 20년 씩 넘게 된 인연들이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이용만 해 먹겠다는 뻔뻔함이 여전히 깔려 있었고 행복하다고 도와준들 소용없는 주인공들 이었다. 그들이 해 온 작태를 보면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불행의 늪 속으로 몰아 넣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토요모임은 7,8월 두 달은 휴가철도 있으니 쉬기로 하였건만 오히려 더 열심히들 나왔다. 「열심히」할 기운의 중심에는 민성이가 자리잡고 있었다. 사실 민성이도 민성이었지만 박소선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아들을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 와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이며 그렇게 하려면 자신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끝없이 추구해왔다.

 

<소위 출세한 사람들이 일만 죽어라 하고 도둑질, 뇌물챙기기에 열심히 한 결과 짐승이하의 수준으로 내몰리는 것이 왜 그런줄 아십니까?>하고 물었다. 조상지업, 도덕성, 가정교육 등 다양한 답이 나왔다.

내가 말했다.

<숨 잘 못쉬고, 먹는 것 잘 못하고 즐기고 욕심부리는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주위를 잘 보세요, 모유로 키우는 아이들 얼마나 됩니까? 소젖먹고 자라니 송아지 아닙니까? 어릴 때 먹는 것은 모유와 이유식이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몇 살 때 까지 모유로 키우면 좋겠습니까?"하고 소선이 물었다.

<내 친구 중에 축구 선수를 했으면서 서울법대를 나왔고 고시합격 후 장관을 거쳐 국회의원을 지낸 괴물이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초등학교 졸업 할 때까지 엄마 젖에 매달려 생활했는데 다들 엄마젖 때문에 괴물이 됐다고 들 했습니다. 참고로 하십시오.>

"어이구야"

소선은 비명?에 이어 "남편은요?"하고 욕망의 보따리를 풀어 헤쳤다.

<계좌는? > 하고 묻자

"남편이름으론 할 수 없다고 해서 제 이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번 시험에는 떨어졌는데 내년 5,6월에 있다고 해서 「열공」중입니다." 하는 답변이 나왔다.

 

다들 가고 공선생만 남았다.

공선생은 자신의 재산이 의외로 너무 많은 것 같다며 어떻게 운영했으면 좋을 지를 물었다. 부산 생활을 정리하다 보니 이곳, 저곳에 사뒀던 부동산들의 가치가 엄청나게 부풀어 날 것을 알게 된 모양이었다.

<현금으로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1000억이 조금 더 될 것 같습니다."

<공선생님은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글쎄, 막연합니다. 사업을 정리하고 손주 보면서 살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당장 아들과 손주에게 물려주고 손을 털고 싶진 않습니다."

 

한정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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