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작가의 '함부로 애틋하게'는 김우빈 수지 주연으로 절절한 멜로를 그린다.

 

바야흐로 작가의 시대다.

김은숙 노희경 이경희 최완규 등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을 지닌 작가들이 스타성과 작품성을 담보하며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 김우빈 수지 주연의 KBS 2TV 새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는 이경희 작가의 작품으로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경희 작가가 ‘상두야 학교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고맙습니다’ ‘이 죽일 놈의 사랑’ ‘참 좋은 시절’ 등에서 보여준 상처 입은 남녀의 따뜻한 사랑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한류스타 신준영(김우빈 분)은 소년원 출신 제비 차상두(‘상두야 학교가자’, 정지훈 분), 머리에 총알이 박혀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차무혁(‘미안하다 사랑한다’, 소지섭 분)처럼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픈 남자다. 이경희 작가 특유의 이야기 구조가 시청자들에게 기대감을 불러오고, 하나의 브랜드를 형성했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신준영과 다큐멘터리 PD 노을(수지 분)이 어린시절 서로 알았던 사이였던 것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차강진(고수 분)과 한지완(한예슬 분)이 어린 시절 사랑했다 헤어졌지만 다시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 구조를 떠오르게 한다. 첫사랑의 재회는 운명적이고 극적인 사랑의 감정을 강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이경희 작가가 전통 멜로의 강자로 꼽히는 이유다.

 

최완규 작가가 집필하고 있는 MBC '옥중화'.

최근 주말드라마 1위를 고수하는 MBC ‘옥중화’ 역시 작가의 힘이 큰 드라마다. 조선시대에 출생의 비밀을 안고 옥에서 태어나고 자란 영특한 옥녀(진세연 분)와, 권세가의 서자로 태어나 설움을 입은 왈패 윤태원(고수 분)이 갖은 위기를 헤치고 세상과 싸워가는 이야기가 매회 방심할 틈없이 펼쳐진다. ‘옥중화’는 ‘대장금’ ‘동이’를 히트시킨 노익장 이병훈 PD의 연출력과 더불어 최완규 작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흡입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 작가는 ‘허준’ ‘상도’ 등 사극은 물론, ‘올인’ ‘주몽’ ‘종합병원’ ‘로비스트’ ‘아이리스 시즌 1’ ‘트라이 앵글’ 등의 드라마를 만든 필력으로 시청자들과 ‘밀당’에 성공하고 있다.

 

노희경 작가가 시니어 공동체를 그린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최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노희경 작가,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 KBS 2TV ‘태양의 후예’의 김은숙 작가 등도 작가의 섬세하고 치밀한 이야기 구성이 드라마 흡입력을 만들어냈다. 노희경 작가는 ‘거짓말’ ‘그들이 사는 세상’ ‘그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등에서 세상의 왼손잡이들을 끌어안으며 따뜻한 시선을 담지해냈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문화 콘텐츠에서는 소외되어 있던 노년층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공동체를 형성하며 ‘웰다잉’하고자 하는 화두를 던져 세대를 초월한 열광을 이끌어냈다.

 

김은숙 작가의 히트작 KBS 2TV '태양의 후예'.

전혀 다른 작품 세계를 지녔지만 절친한 친구 사이인 김은희 작가와 김은숙 작가 역시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불린다. 김은희 작가는 의학, 범죄물을 짜임새있게 구성해내 영화 못지 않은 스토리텔링 능력을 드라마에서 보여주고 있다. ‘싸인’ ‘유령’ 등에서 눈길을 끈 김 작가는 ‘쓰리데이즈’를 히트시킨 이후 최근 tvN ‘시그널’에서 시간을 넘나들며 미제사건을 다루는 독특한 수사물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김은숙 작가는 김은희 작가와는 전혀 반대의 장르, 로맨틱한 멜로를 기조로 하는 드라마에서 흥행 불패 신화를 보이고 있다. ‘파리의 연인’을 시작으로 ‘온에어’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을 선보인 뒤 올해 KBS 2TV '태양의 후예'로 재난과 전쟁 상황에서 피어난 로맨스로 한류팬까지 사로잡았다.

작가들의 약진은 ‘호모 나랜스(Homo Narrans, 이야기하는 사람)’ 시대로 불릴만큼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사람들은 늘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디지털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펼쳐지며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에는, 주제가 있는 이야기가 훨씬 설득력이 커지고 중요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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