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경 출근 시간이 되면 모든 지하철역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중 상당수의 직장인들은 아침식사를 거르고 출근한다. 이런 사람들을 공략 하고자 삼삼오오 모여 김밥, 샌드위치, 우유, 떡 등을 파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은 이제 대다수의 지하철역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약 5년간 서울 역삼역에 내려 출근하면서 필자는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의 탄생, 진화, 안정의 단계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비록 4~5명의 아주머니들과 추측컨데 월 1000만원 정도의 아주 작은 산업이지만 마케팅의 관점에서 볼 때 이동통신시장, 자동차시장, 휴대폰시장, 화장품시장 등과 다를 바가 없다.

아래의 내용을 함께 읽어 보자.

“어느 날, 역삼역 지하철 입구에 김밥을 팔고자 한 아주머니가 나타났습니다. 김밥이 담긴 박스에는 빨간 글씨로 ‘오늘 아침에 싼 김밥, 1000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다른 경쟁자가 없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 아주머니에게만 김밥을 샀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샌드위치도 소량이지만 옆에 놓고 팔았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제 2의 아주머니가 등장하였는데 이 분도 김밥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 두 번째 아주머니의 김밥 박스에는 파란 글씨로 ‘집에서 싼 김밥, 1000원’이라고 쓰여 있었고 “김밥 사세요” 라고 외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습니다.

두 아주머니가 경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제 3의 아주머니가 등장을 했습니다. 그 분도 김밥을 파셨습니다. 그 분의 김밥 박스에는 ‘맛있는 김밥, 1000원’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분께서는 치열한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얼마 안되어 철수를 하셨습니다. 이 세 번째 김밥 아주머니께서 철수할 무렵 약 60세정도 된 나이 드신 아주머니께서 나타나 여러 종류의 떡을 팔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샌드위치와 우유를 파는 아주머니도 나타났습니다. 이때,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의 리더인 첫 번째 김밥 아주머니께서는 소량으로 팔고 계시던 샌드위치를 포기하고 김밥에 집중을 했습니다.

현재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은 김밥 파는 아주머니 2명, 떡 파는 아주머니 1명, 샌드위치 파는 아주머니 1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모두 수익을 내면서 안정적으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세 가지의 마케팅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 째, 세 번째로 등장한 김밥 아주머니는 왜 실패했을까?

상상컨대, 이 세 번째 김밥 아주머니는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경쟁을 하게 될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들의 김밥을 사서 맛도 보고 재료 분석도 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김밥을 사는지 판매 분석도 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들의 김밥보다 더 맛있는 김밥을 만들어 팔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란 강한 믿음을 가졌을 것이다. 그래서 장사를 시작하는 첫 날 새벽에 좋은 재료를 준비하여 정성스럽게 김밥을 준비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 번째 김밥 아주머니는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들이 파는 김밥과 비슷하게 자신의 김밥을 은박지로 포장하여 똑 같은 가격인 1000원에 팔았다. 분명히 맛은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들이 팔고 있던 김밥이란 동일 제품, 유사한 포장, 그리고 1000원이란 같은 가격으로 인해 이 세 번째 아주머니는 자신의 김밥을 차별화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미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들의 김밥 맛에 익숙한 직장인들이 낯 설은 이 세 번째 아주머니의 김밥을 사야 하는 이유를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당신이 이 세 번째 아주머니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의 김밥을 어떻게 차별화하여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와 경쟁을 하겠는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가 있는데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만약 후발주자인 이 세 번째 김밥 아주머니가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맛 좋은 김밥을 만들고 판매 가격을 2000원으로 책정했다면 성공했을 확률이 크다. 소비자들은 가격으로 품질을 평가하는 버릇이 있다. 즉 소비자들이 2000원짜리 김밥을 보면 1000원짜리 김밥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맛이 그만큼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1000원짜리 김밥의 맛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은 당연히 존재했을 것이고 주머니 사정만 허락한다면 2000원짜리 김밥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 세 번째 아주머니가 2000원짜리 고급 김밥을 팔았다면 아마도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들보다 많이 팔지는 못하겠지만 짭짭한 수익을 내면서 장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위의 사례가 보여 주듯이 1등, 2등이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 후발주자가 뛰어 들 때 차별화가 없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이 점을 뼈저리게 느낀 기업들 중에 하나는 KT(한국통신)이다. 한미르(Hanmir)라는 브랜드를 들어보았는가? 한미르는 KT가 다음, 네이버, 야후 등의 선두 주자들이 있는 인터넷 포탈 산업에서 돈을 벌려고 운영했던 브랜드이다. 한미르가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에서 1등, 2등과 같이 김밥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해 뛰어 들은 세 번째 아주머니처럼 시장에서 사라졌다.

KT는 한미르(Hanmir)를 포기하고 파란(Paran)이란 신규 브랜드로 최근에 인터넷 포탈 시장에 다시 뛰어 들었다. 파란(Paran)이 잘한 일 중에 하나는 스포츠 뉴스의 독점이다. 다소 전술적이지만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네이버, 다음, 야후 등에서 얻을 수 없는 차별적 혜택을 주려고 시도한 것이다. 파란(Paran)의 성공여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이처럼 후발주자는 반드시 차별점을 가져야 생존할 수 있다.

인터넷 포탈 산업에서 한미르와 비슷한 처지가 된 또 다른 브랜드는 마이엠(mym.net)이다. 2004년 2월,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 플레너스는 네이버, 엠파스, 야후 등이 존재하는 검색포털 시장에 마이엠이란 브랜드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넷마블과 연계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2004년 내 포털 순위 6위안에 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였다. 1년 6개월간의 사전 준비를 거쳐 무료 100MB(메가바이트) e메일 등 파격적인 서비스와 대대적인 광고공세를 통해 초기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마이엠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6개월 만에 간판을 내리고 주저 앉았다. 한미르와 마찬가지로 마이엠이 시장에서 사라진 이유는 간단하다. 후발주자인 마이엠은 선두 브랜드인 네이버, 엠파스, 다음, 야후 등이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과 차별화된 혜택을 소비자에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 째, 여러 종류의 떡을 팔기 위해 등장한 네 번째 아주머니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우선 주시해야 할 것은 이 네 번째 아주머니는 세 번째 아주머니와 달리 김밥이 아닌 떡이란 제품을 들고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에 진입하였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마케팅 관점에서 볼 때 네 번째 아주머니의 진입전략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함께 생각해 보자.

네 번째 아주머니가 등장하기 전에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은 김밥이란 단일 제품군으로 구성된 단순한 시장이었다. 그러나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은 김밥이 아닌 떡을 가지고 진입한 이 네 번째 아주머니로 인해 한 번의 세분화 과정을 겪게 된다. 즉,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 내에 김밥과 떡이라는 두 가지의 제품 군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아래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은 샌드위치와 우유를 판매하기 위해 등장한 다섯 번째 아주머니로 인해 또 한번의 시장 세분화를 겪게 된다. 이처럼 모든 시장은 후발주자의 진입으로 지속적인 세분화 과정을 겪게 되며 초기에는 아주 단순했던 시장이 세분화로 인해 다수의 기업이 존재하는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으로 변화하게 된다.

보다 큰 시장인 신문산업을 보면서 시장의 세분화가 후발주자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하는지 살펴보자. 신문산업의 초창기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몇 개의 종합지만 존재한 단순한 시장이었다. 이때 만약 당신이 신문산업에 뛰어 들어 돈을 벌겠다고 하면 어떤 신문을 내겠는가? 최고의 편집국장과 기자들을 고용하여 최고의 질을 보장한다면서 또 다른 종합지를 만들었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선두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가 팔던 유사한 1000원짜리 김밥을 갖고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에 뛰어 들은 세 번째 아주머니의 실패를 똑같이 경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후발주자인 당신이 신문산업에서 성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네 번째, 다섯 번째로 등장한 아주머니들처럼 시장의 세분화를 일으킬 수 있는 나만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그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것이다. 매일경제처럼 경제신문을 만들거나 스포츠서울처럼 스포츠신문을 만들어 신문시장에 뛰어 들었다면 성공하였을 것이다.

아무튼 국내 신문산업은 어느 시점부터 영자신문, 경제신문, 스포츠신문 등이 순차적으로 등장하면서 지속적 세분화 과정을 거쳤고 이제는 수 백 개의 신문 브랜드가 존재하는 아주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되었다.

한가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은 시장의 세분화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후발주자에게 기회가 계속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4년 초기에 복잡하게 세분화된 신문산업에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가? 무려 900 여 개의 신문이 존재하는 치열한 국내 신문산업을 뒤흔든 마케팅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메트로라는 브랜드를 들어 보았는가? 메트로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지하철 무가지를 들고 나오면서 신문산업을 또 한번 세분화 시켰다. 그리고 신문산업 내에 엄청나게 큰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에 네 번째로 등장한 아주머니는 메트로처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선점하면서 첫 번째, 두 번째 아주머니와 차별화된 포지션을 구축하였다. 이 점이 바로 성공요인인 것이다. 매번 김밥으로 아침의 허기를 채우던 직장인들은 떡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반갑게 맞이 하지 않았겠는가! 김밥을 파는 두 분의 아주머니들 보다는 수익이 작겠지만 나름대로 좋은 수익을 내면서 계속 장사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샌드위치와 우유를 팔기 위해 등장한 다섯 번째 아주머니의 성공요소는 무엇일까?

언뜻 보면 이 아주머니의 성공요인은 네 번째로 등장한 아주머니처럼 자신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선점을 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네 번째 아주머니가 등장할 때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에서 떡을 팔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샌드위치는 상황이 좀 달랐다.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의 리더인 첫 번째 아주머니가 김밥과 함께 샌드위치를 팔고 있었다. 다섯 번째 아주머니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전문성에 기반한 차별적 포지션인 것이다. 다시 말해,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의 리더인 첫 번째 아주머니에게 샌드위치 시장의 선점을 뺏겼지만 그 분야만 전문화하여 차별화를 꾀했고 신뢰도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다섯 번째 아주머니는 대량의 김밥과 소량의 샌드위치를 팔고 있던 첫 번째 아주머니를 보면서 샌드위치 시장의 가능성을 보았을 것이다. 확신이 선 이 아주머니는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종류의 샌드위치를 만들어 바쁘게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제공하였다. 이 것 외에 이 아주머니가 잘한 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김밥이나 떡을 파는 아주머니들 보다 일찍 나와 진을 치고 샌드위치를 팔았다는 것이다. 아침 일찍 나오는 직장인일수록 아침 식사를 거르고 나올 확률이 크지 않은가! 이 아주머니가 잘한 또 한가지는 샌드위치와 함께 우유를 팔면서 매출증대를 꾀했다는 점이다. 대단한 마케팅 실력이다. 김밥과 우유는 함께 소비하기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상품 군이다. 그러나 샌드위치와 우유는 아주 잘 어울리는 조화이다.

결과적으로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에 다섯 번째로 진입한 이 아주머니는 샌드위치라는 제품 군에서 시장의 리더와 싸워 이겼다. 샌드위치를 소량으로 팔고 있던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의 리더인 첫 번째 아주머니는 시간이 좀 지나면서 샌드위치를 포기했다. 이 아주머니는 샌드위치 제품을 확장하여 매출증대를 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샌드위치를 전문적으로 파는 후발주자를 보고 승산이 없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선택과 집중만이 성공의 열쇠라는 점을 확실히 알고 실천하였으니 이 아주머니 또한 대단한 마케팅 전문가인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최근에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 대기업들은 전기 밥솥의 생산/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전기밥솥 브랜드인 쿠쿠에게 밀려 두 손을 든 것이다. 쿠쿠의 성공 요인은 역삼역 아침식사 시장에 다섯 번째로 등장한 아주머니처럼 선두업체들이 생산/판매하는 제품들 중에 한가지를 선택하여 집중 공략했다는 점이다. 뭔가 하나만 집중적으로 하다 보면 전문성이 생기는데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전문적인 기업을 좋아한다. “뭔가 하나만 전문적으로 하니까 이것 저것 만들어 내는 회사의 제품보다 좋을 거야” 라고 소비자들은 생각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인식 때문에 전문성에 기반한 차별화는 정말 무서운 경쟁무기가 되는 것이다.
< 이종진, brandcare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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