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가 모델로 나선 하이트 CF

“넌 맥주를 무슨 맛에 마셔?”

긴 목선을 드러낸 뒷모습의 여성은 오른팔을 테이블에 기대 손으로 우아하게 턱을 괸 채 이렇게 묻는다. 바람이 적당히 살랑일 것 같은 밤, 옥상에서 그윽히 송중기를 바라본다. 송중기는 쉬지 않고 맥주를 들이킨다. 쉽게 답하지 않던 송중기는 맥주를 거의 마신 뒤에야 자신의 목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이 맛에 마시지, 넘어가는 맛”이라고 답한다.

송중기의 맥주 CF를 보면, 하정우가 출연하는 맥주 CF가 떠오른다. 하정우가 모델로 나선 맥스 CF도 송중기의 CF와 유사한 구도를 보인다. 하정우는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한 여성과 앉아있다. 송중기 커플이 캐주얼한 분위기라면, 하정우 커플은 마치 성 안의 귀족처럼 차려입고 포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정우와 여성은 서로를 응시하고, 입 위에 하얀 생크림을 단 하정우가 낮은 목소리로 “어때 보여?”라고 묻자 여성은 “맛있어 보여”라며 하정우 쪽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여성은 응시하고 하정우는 얼굴의 수염을 통해 제품의 장점을 설명한다. / 하정우가 출연하는 맥스 CF.

두 CF는 남녀가 등장한다는 점, 최소한의 대사만 등장한다는 점 등의 공통점을 지닌다. 또 하나, 둘 다 여성을 종속적인 위치로 호명한다. 하이트 맥주 CF 속 여성의 얼굴은 한 번도 드러나지 않는다. 옆에 맥주잔이 놓여있지만 함께 마시지 않는다. 그녀는 송중기에게 맥주에 대해 질문하고 무더운 여름에는 목으로 마시는 맥주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듣고 다시는 등장하지 않는다. 광고 속 여성은 (아마도 남자친구일) 송중기의 취향에 대한 궁금증과 맥주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맥스 CF 속 여성이 하정우를 향해 기울인 각도는 송중기를 향해 질문을 하던 여성이 15도 가량 몸을 기울였던 장면과 흡사해 보인다.

두 광고 모두 남성의 목소리를 통해 맥주의 기능적 장점을 설명해낸다. 송중기는 목넘김을 강조하는 하이트맥주의 특성을 드러냈고, 하정우는 콧수염처럼 보이기도 하는 입 위의 하얀 생크림을 ‘100% 보리맥주’의 기표로 드러낸다. 맥스는 지난 가을부터 '맛있는 맥주는 크림생수염을 남긴다'는 브랜드 슬로건과 함께 우수한 크림거품이 나오는 100% 보리맥주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결국 ‘맨스플레인(mansplain)’(man+explain) 콘셉트의 광고들인 셈이다. 맥주의 장점을 설명해주기 위한 장치로, 남성이 여성에게 설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맨스플레인’은 작가 리베카 솔닛이 2010년 한 칼럼에서 21세기에도 만연한 젠더 불평등의 핵심을 설명해내며 생겨난 신조어다. 그 해 <뉴욕타임스>가 꼽은 ‘올해의 단어’에 선정되고, 지난해 옥스퍼드 영어사전 온라인버전에 올랐다.

 

설현이 모델로 나선 클라우드 CF. 여성과 남성이 어우러져 여가를 즐기는 콘셉트다.

여성이 맥주의 맛도 모르는 쑥맥이라는 설정은 안타깝게도 시대에 맞지 않아 보인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여성 음주 비율은 2005년 36.9%에서 매년 증가해 2013년에는 45.7%를 기록했다. 도수가 낮은 주류가 인기를 끄는 것도 여성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딪혀라 짜릿하게'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카스 CF의 한 장면.

전지현에 이어 설현이 모델로 나선 클라우드 CF는 남성 여성이 어우러져 파티를 즐기는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여성 모델의 몸매를 강조하고 있지만, 단순한 대상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소비자를 주체로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카스 CF는 청년이 등장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라는 카피와 함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내용을 담는 등 소구 타겟에 제대로 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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