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으로 내려간다며 공선생이 아들과 함께 찾아왔다.

"원장님, 부산생활 정리하고 올라오겠습니다. 손주보며 살고 싶습니다. 올라오면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공선생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부산을 정리하고 서울 생활을 시작할 뜻을 내비쳤다.

<이젠 남해 보리암차는 끝이겠군요> 하고 말하자

"어떤 일이 있어도 좋은 차는 구해 올리겠습니다" 하고 답했다.

결현한 공선생의 태도에서 내 인생도 새롭게 열려감을 느낄 수 있었다.

 

손주의 이름은 민성(民誠)으로 지었다.

공선생 부자는 내가 지은 「사람다운 사람」이란 뜻의 민성이란 이름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공선생은 "밑으로 부터 금생수, 수생목으로 이어지고 명에 많은 토기를 흡수하니 좋은 것 같습니다."하며 만족의 뜻을 나타냈다.

<큰일한 며느리도 잘챙겨주십시오. 저는 공선생님사실 집을 알아봐 놓겠습니다.>

이 말에 공선생은 "민성이 살 집도 좀"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공선생이 아들과 함께 가려고 할 때 내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아! " 하며 공선생은 알아챘고 아들은 영문을 몰라했다.

공선생이 설명을 부탁했다.

내가 말했다.

<보면 아실 겝니다.>

봉투에는 민성이가 평생 명심하며 살아야 하는 몇 마디와 「71379」란 숫자가 쓰여 있었다.

 

앞으로 민성이가 얼마나 크게 될지는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겠으나

30세 이후의 60년 동안 발전해 나갈 것에 대한 예측은 가늠키 어려웠다.

가히 새 왕조 탄생을 가늠케 할 만한 기운이었으니.......

민성이에게 필요한 천기의 숫자 「71379」에 나타나 있는 대로 금,수,목의 조화를 잘 활용하는 것이 최선책이 될 것이므로

영어, 헬스, 무역, 생명과학, 금융 등과 연결된 공부를 철저히 해야할 것이었다.

 

민성이를 낳은 뒤 소선은 현묘지도에 매달려 천기누설의 지혜를 터득하려 애썼다.

민성이의 백일 떡을 들고 공선생 가족이 기강원에 왔을 때 내가 물었다.

<정말 민성이를 사회에 내 놓을 의사가 있으십니까?>

공선생은 "하늘에 한 기도를 번복하지 않겠습니다."하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선생이 봉투 하나를 내놨다.

봉투엔 7억 1천 3백 79만원 짜리 수표가 들어있었다.

그 수표를 소선이에 건네주며 말했다.

<민성이나 박소선여사의 이름으로 옵션계좌를 만드십시오.

남편은 금융투자 자문사 자격증을 하루 빨리 따라고 독려 좀 하시고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선생과 소선의 답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주말의 토요모임은 민성이의 성장과 함께 변해갔다.

소선이 서초동으로 이사를 왔고 공선생의 거처는 삼성동의 한 아파트에 마련됐다.

공선생은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새 삶을 설계했다.

그 중심에는 민성이가 자리잡고 있었고 민성이는 블랙홀인양 사람들을 자신의 주변으로 휩쓸어 모았다.

이상하게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방여사는 박소선을 부러워했다.

"선배님 우리집 애들도 결혼 잘해서 좋은 후손 두게 도와주십시오."

방여사의 시샘?에 내가 흔쾌히 답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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